앵두는 깨끗해졌다
우리의 이마는 닮았다
빗줄기 하나가 앵두를 겨냥해 때릴 때
저항 없이 공중에서 조금 머물다 내려앉는다
푸른 잎을 끌어안고 내려앉는다
낙하의 끝은 안전하다
공처럼 튀어 오르지 않고 공처럼 구른다
시멘트 바닥은 나쁘지 않다
외상을 입지 않았다
앵두를 따라가던 내 무릎이 깨졌다
빨간 빗물이 짓물러 고였고
앵두처럼 통통해졌다
가득 찬 것은 주물러 터트리고 싶어진다
차오른 빗물을 세차게 밟는다
고였던 앵두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바닥이 앵두를 줍는다고 정신없이 내달린다
-『제17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작』2022-
- 그의 육체가 그의 언어와 싸운 고투의 흔적
(상략)
최은여 씨의 작품들은 아주 오래된 서정을 새로운 시의 표면 위로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보여준다. 그의 작품들은 우선 그만의 세계를 정직하고 정확한 언어와 이미지로 보여준다.
「머그컵」이란 시적 대상과 내면의 관계가 상투적이지 않게 혼융되면서 육체와 정신에 제각기 기댄 한 인간으로서의 욕망과 그 욕망에 대한 저항을 독창적으로 펼쳐 보인다. 간결한 메시지이지만 그 서사가 단순히 읽히기보다 보이게 하고 나아가 독자들이 동참하게 하는 극화의 형식이어서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앵두를 줍는다//나와 앵두는 소나기를 맞았다/앵두는 떨어지고 나는 떨어지지 않았다”로 시작, “가득 찬 것은 주물러 터트리고 싶어진다/차오른 빗물을 세차게 밟는다/고였던 앵두가 사방으로/튀어 오르고/바닥이 앵두를 줍는다고 정신없이 내달린다”는 결말에 도착할 수 있는 능력은 오랜 습작시간과 그의 육체가 그의 언어와 싸운 고투의 흔적이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