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정부예산안’에 장애인들 다이인 행동‥“장애인 권리 외면 말라”‘장애인 활동지원 예산’ 최저임금 증가 따른 자연증가분에 불과
거주시설 시범사업 신설‥“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은 명시조차 안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장애인권리예산 지속적 거부, 7차 출근길 지하철승강장 다이인 행동’을 전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들이 최근 확정된 2025년 정부 예산안이 노동권, 자립지원, 이동권, 교육권, 건강권 등 장애인의 권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다이인 행동을 벌였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 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2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펄쳐진 다이인 행동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를 비롯한 55개 단체와 380명 개인 참가자가 참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장애인권리예산 지속적 거부, 7차 출근길 지하철승강장 다이인 행동’을 전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달 2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이 확정됐다. 이 2025년 정부 예산안은 이날 기획재정부에 의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2021년 12월 3일부터 매일 아침마다 지하철 선전전 전개하고 있다. 특히 2024년 총선 이후 22대 국회에 장애인권리입법을 제·개정을 촉구하며 출근길에 지하철을 기는 포체투지 실시하고 있으며 6차에 걸친 다이인 행동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투쟁에도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5년 정부 노동권 예산 항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동권의 경우 취업성공패키지는 올해 대비 1,000명, 18억 원을 증가시키고 디지털 맞춤 훈련센터는 3개소를 확대했으나 모두 경증장애인이 진입가능한 사업들밖에 없고, 장애인 고용장려금 또한 대상이 확대되고 540억 원이 증액됐지만 최저임금의 60%도 되지 않는 고용장려금의 지급단가를 올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2025년도 예산에서 장애인거주시설 운영 지원 예산과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예산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탈시설 시범사업’ 예산은 명시조차 돼 있지 않고 ‘최중증장애인의 맞춤형 의료집중형 거주시설 시범사업’을 새로 도입함으로써 장애인의 탈시설 권리는 외면한 채 의료적 지원을 명목으로 거주시설 시범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규탄했다.
특히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활동지원 예산은 역대 최저 증액으로 최저임금 증가에 따른 단가의 자연증가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이외에도 특별교통수단 도입 확대 및 저상버스 도입 지속 지원 등 이동권을 비롯한 교육권과 건강권 부분에서도 장애인의 권리가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2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승강장에서 진행된 다이인 행동 전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이 최근 발표됐다. 올해 예산보다 약 20조 정도 늘어났다. 우리가 관심있는 것은 장애인 권리 예산이 무엇이고 얼마나 확대됐는가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장애인 권리예산은 자연증가분에 불과하고 심지어 몇몇 사업은 감액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 정부는 철저하게 튼튼한 장애인복지를 얘기하지만. 그것은 가짜 복지 예산이다. 오히려 배제·격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2021년부터 요구안 이동권 예산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정책 또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근로지원인 예산 증액 또한 올해 최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제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예산을 철저히 무시하는 정부에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면서 “오늘 정부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 각 국회 상임위에서는 이 예산을 꼼꼼히 따질 것이다. 이에 우리는 국회로 가 정부에서 철저히 무시한 장애인 예산이 국회에서는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외쳤다.
이수미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나는 탈시설 당사자로 시설의 삶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시설은 아무리 좋게 만들어도 시설이다. 그런데 내년 예산안에는 탈시설 사업이 명시조차 돼 있지 않고 오히려 거주시설 사업을 새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어떻게든 우리 힘으로 시설 정책에서 탈시설 정책으로 사회를 변화시켜 보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