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지만 어때요? 그냥 즐기세요'
부산지역 최대상권인 서면 한복판에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대형 클럽이 생겼다. 쥬디스태화 신관 4층에 자리잡은 500여평 규모의 `클럽 주노'가 지난 20일 문을 열고 영업에 들어간 것. 26일 자정께 M-TV의 `핫 클럽 데이'첫 녹화가 이뤄진다는 말을 듣고 클럽을 찾았다. 무대에선 즉석커플들의 `부비부비'(남녀가 밀착돼 몸을 비비며 추는 춤을 이렇게 부른단다)가 한창이다.
▲참석자들과 어울려 흥겹게 춤추는 ‘댄서 킴’. 댄서킴으로 알려진 개그맨 김기수와 초대가수 캔이 커플들의 춤에 추임새를 넣고 있는 무대 위엔 또 다른 이가 눈에 띈다. 그는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인 이주노(39)다.
▲ 서면에 '클럽 주노’를 연 이주노.1992년 혜성처럼 등장해 문화대통령로 불릴 정도로 문화계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고 그 파급 효과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그룹의 멤버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 댄스실력을 겨루는 남성 출연자들. 그룹 해체 후에도 음반 제작자에서 뮤지컬 연출자로 또 가수로 활동하면서 화제를 낳았고 최근엔 비보이계(B-Boy.브레이크댄스를 추는 춤꾼)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힙합댄서 `팝핀현준'의 춤스승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뉴스메이커가 된 그가 여기엔 웬일일까. `클럽주노'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클럽이란다. 클럽 운영을 위해 한달전부터 부산에 내려와 살고 있다(인근에 집도 구했단다)는 그는 그야말로 `올인'을 했다고 덧붙였다. 사업자등록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돼 있다는 것.
▲'부비부비 댄스'를 추는 즉석 커플. 그라면 서울에서 클럽을 여는게 낫지 않았을까? 젊은층의 소득이나 문화수준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부산에서 과연 클럽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수익적인 면에선 서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그는 그러나 춤과 함께한 10대이 후 마흔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문화로 느껴본 적이 없다는 `힙합'을 답으로 내놓는다.
▲초대가수 캔과 사회를 보는 이주노. `잘나고 예쁜 애들은 다 서울에 있다거나 문화의 중심은 서울'이라는 주류적 인식을 거부하고 미개척지에서 제대로 된 클럽문화를 일궈보겠다고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이 바로 `힙합'정신이라는 것. 이렇게 보면 이미 100여곳이 넘는 클럽이 성업중인 서울보다 부산은 매력적인 시장(?)인 셈이다. 게다가 클럽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여건만 만들어준다면 부산의 한복판인 서면으로 1시간대 거리의 경상권 클러버(클럽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통칭해 이렇게 부른단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해도 회 한 접시를 놓고 둘러앉아 소주를 마시는 이들이 항상 있다. 클럽은 이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놀이터다. 클럽이 마음껏 춤을 추며 공연을 즐기고 대화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교의 장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익숙해지기만 하면 클러버들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힙합과 하우스로 양분된 공간에서 부산에선 접하기 힘들었던 비보이와 힙합그룹들의 공연과 핼러윈,크리스마스,드레스코드 파티 등 각종 파티를 지속적으로 기획할 계획이다. 클럽이 자리잡는데 최소한 6개월에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그는 그러나 2,3년 후엔 경상권을 주름잡는 클럽이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대를 보며 열광하는 참석자들.
그의 이런 공세에 서면과 경성대 인근의 기존 클럽들은 버텨낼 수 있을까? 클럽의 업주들과도 만나고 있다는 그는 당분간은 손님이 갈라지겠지만 클럽문화를 즐기는 층을 넓힌다면 상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서면에 클럽을 열 계획을 가지고 있는 몇몇 연예인들의 진출도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1980년대의 번성과 90년대 몰락을 모두 경험했던 서울 강남역 인근 상권이 2000년대 클럽들의 성업에 힘입어 되살아난 것처럼 80년대 젊은이들의 중심가였지만 90년대 이후 퇴색하고 있는 서면 상권도 클럽들의 밀집을 계기로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일자리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말에선 사업가의 면모가 느껴진다. "서울의 클러버들이 오후 8시에 들어와 새벽 6시까지 최선을 다해 신나게 놀다가는데 반해 부산의 클러버들은 밤 11시나 12시에 들어와 새벽 2,3시에 다 빠져나간다. 너무 착하다. 주말에 스트레스를 잘 풀어야 주중의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하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댄스의 열기 속으로~. 팬덤문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그의 팬들은 그가 부산에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무대에 선 그가 보고 싶지 않을까? "당분간은 무대에 오르지 않을 생각이다. 클럽문화를 즐기는 이들이 더 편하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판을 까는 역할에 충실할 생각이다." 그의 말이 미덥고도 섭섭하다. /글=김아영 yeong@ 사진=김진경 jin@ 동영상=전대식 manb al@
/ 입력시간: 2006. 10.28.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