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내 부적절한 언어 사용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큰 가운데 학생과 교사를 위한 ‘학교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표준 예시자료’가 처음 개발돼 전국 학교에 무료로 배포된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교총은 교육과학기술부, 충북도교육청과 공동으로 7일 ‘바람직한 학생 언어, 사랑의 교사 언어’를 발간했다. 이 자료는 ‘학생언어문화 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 교육자료 란에서 누구나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 학생, 교사의 평소 언어사용 문제점에 대한 상황별 예시를 만화로 담은 예시자료에 내용을 ‘교사 언어 편’과 ‘학생 언어 편’으로 2회에 나눠 소개한다.
(上) 사랑의 교사 언어 학교언어문화개선 연구팀 연구책임자 김정우 이화여대 교수는 “교사들은 인내와 사랑으로 학생들은 대하지만, 본인의 의도와 달리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말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교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언어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교사 언어 편에서는 교원들이 학교에서 겪는 하루 일과를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 등교 시간 ‘상황을 넘겨짚어 말하지 않기’=교문에 들어서며 인사하는 학생 희아를 보고 교사는 “보나 마나 어제 게임하느라 늦게 잤구만!”하고 말한다. 아니라고 항변하는 희아에게 “안 봐도 눈에 훤하다”며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교사는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의 행동을 판단하지만 때로는 지레 짐작으로 학생의 상황을 잘못 판단해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상황을 넘겨짚어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 수업 시간 ‘미안한 마음 표현해 보기’=수업시작종이 울렸는데 선생님이 오지 않자 잠시 화장실에 간 길현이는 혼쭐이 났다. “어차피 선생님도 늦었잖아요.”하는 길현이의 말에 교사는 “선생님은 일 때문에 늦은 거지. 어디서 말대꾸야?”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교사는 학생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권위를 손상시킨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사가 명백히 실수나 잘못을 했고, 그것이 학생들에게 손해나 불편을 가져다줬다면 과감하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요 녀석. 그래 선생님도 늦었다. 너무 일이 바쁘다 보니 시작 시간을 놓쳤네. 어쨌든 늦어서 미안하구나.”라고 표현해 보자.
# 쉬는 시간 ‘너’에게 초점 맞춰 비난하지 않기=정훈이와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복도를 뛰어다니다가 꾸중을 들었다. 교사는 “넌 제대로 하는 게 뭐니?”, “또 너냐? 너는 더 혼나야해!”라고 훈계했다. 이 경우 ‘너’를 주어로 하는 말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이런 교사의 말은 학생을 무능력한 사람으로 단정 짓고,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들으면 학생의 자아 존중감 형성을 방해하기에 이른다. ‘너’의 문제를 ‘나’의 관점으로 바꿔 말하는 ‘나-전달법’을 활용해보자. “얘들아 복도에서 이렇게 뛰어다니면 위험해. 선생님은 너희들이 뛰어다니는 것만 보면 넘어질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해. 복도에서는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히 다녔으면 좋겠다”라고 말해보자.
한국교총 등이 발간한 ‘학교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표준 예시자료’의 ‘교사언어 편’(본지 11월 14일자)에 이어 ‘학생언어 편’을 소개한다. 학생 언어 편에는 학교, 가정, 공공장소, 사이버 공간 등 학생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중심으로 대화 할 때 사용하는 잘못된 표현을 지적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표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생들에게 올바른 언어쓰기를 가르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언어문화개선 연구팀 책임연구를 맡은 김정우 이화여대 교수는 “학생들에게 무조건 바른말, 고운 말만 쓰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말을 쓰는지 헤아리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 언어를 이해해야 개선도 가능하며, 무조건적인 지적은 순간적 교정만 가능하게 할 뿐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 언어에 대한 교육적 접근은 ‘들여다보고 보듬어 다듬어 주기’라고 강조했다.
#학교=선생님이 지각한 지웅이를 나무라지만 지웅이는 꾸중에도 대답이 없거나 ‘네’, ‘그냥요’하며 건성으로 대답해 교사를 화나게 한다. 지웅이는 거친 말도 욕도 하지 않았지만 웃어른인 선생님에게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해서 선생님을 화나게 했다. → 선생님 말을 최대한 경청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죄송해요. 선생님 늦잠을 자다가 늦었어요”, “예. 어제 숙제를 밤늦게까지 하느라 피곤해서 알람소리를 못 들었어요” 등의 대답을 선택해보자.
#가정=엄마는 컴퓨터게임에 빠져 있는 희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벌써 몇 시간째니?”, “너 어쩌려고 그래”하고 말려보지만 “아! 좀 그냥 놔두라고요! 또 잡소리!”하는 격한 반응만 돌아온다. → ‘잡소리’는 친구 사이에서 함부로 내뱉는 말로 엄마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다. “아, 엄마 곧 끝나요. 조금만….”, “엄마, 죄송해요. 이 게임이 10분이면 다 끝나요. 약속해요”로 표현을 바꿔보자.
#공공장소=‘전국 청소년 토론왕 선발대회’에 조기영어교육 토론자로 참석한 정훈이는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논거를 반박하면서 “무조건 영어를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은 까놓고 말하면 에바인거죠?”라고 말실수를 하고 말았다. 당황한 정훈이는 토론에서 제몫을 다하지 못했고 최종 탈락했다. ‘에바’는 정훈이네 학교에서 유행하는 말로 에러와 오바를 합쳐 줄인 말이다. →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다수의 청중을 대상으로 말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화법을 구사해야 한다. 유행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와 장소에 맞는 조절 능력을 키워야 한다.
#사이버 공간=혜수는 발신자 정보가 없는 문자를 받았다. ‘찌질한 행동 그만해. 너 땜에 토 쏠려서 완전 미치기 일보 직전’이라는 욕 문자를 세 통째 받자 무서워 울음을 터트렸고 혜수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사이버 공간의 익명성을 등에 업고 의도적으로 발신자를 표시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에게 언어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 단순한 거친 말이 아니라 그 내용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공포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다.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사이버공간에서의 언어행동이다. → 발신자 표시가 되지 않은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험을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고 대처 방안을 함께 생각해보자.
▨ 이 자료는 ‘학생언어문화 개선 홈페이지(kfta.korea.com)’ 교육자료 란에서 누구나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