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율고 지정 취소는 교육감의 월권행위
얼마 전 전북 교육감이 이미 결정난 자율고 두 곳의 지정을 취소하였다. 친(親)전교조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순간부터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사안에 대하여 권한을 넘어서 일방적인 결정을 하지 않을까 하는 항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전북에는 이번에 지정을 취소하겠다고 한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 그리고 작년까지 자립형 사립고였던 전주 상산고가 평준화로 원천 봉쇄된 학교선택권을 제한적이나마 소통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이들 학교는 도내의 우수한 인재가 해외 유학이나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는 교두보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승환 교육감은 “교육의 양극화 계층화를 초래하는 특권교육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이 두 학교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한 것이다. 교육의 양극화 해소를 위하여 여러 가지 병폐를 지닌 평준화 정책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여기는 좌파 포퓰리즘의 노정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핵심적인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양극화 해소’니 ‘평등교육실현’을 내세우면서 주장하는 이른바 ‘모두를 위한 교육’은 평준화 정책의 일방적인 확대나 획일적인 좌파평등의 잣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 영국의 대처 정부도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지만, 그 방법은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선택을 강화하고 단위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모두를 위한 교육’은 전교조와 김 교육감의 평준화 지지와는 정반대의 정책으로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평준화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말로는 교육백년대계를 외치면서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여도 되는가 하는 점이다. 교부금과 보조금을 주는 중앙정부와 협의, 지역주민의 의견이나 전문가 자문 없이 자율고 지정 취소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이번 조치는 누가 보아도 교육감 독단이며, 월권행위에 가깝다.
아무리 민주화의 결과로 선출직의 위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선출된 권력이 중요한 교육정책을 자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조치로 인하여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신입생의 20%를 저소득층·소년소녀가장·다문화가정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뽑는 자율고를 없앰으로써 집안 형편은 어렵지만 우수한 자질을 가진 아이들에게 그나마 주어진 기회를 뺏어간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