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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는 구강에서 위까지 연결되어 있는 음식물 통로다. 이 식도에 생긴 암을 통틀어 식도암이라고 한다. 박성용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 식도암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90% 이상 편평상피세포암
식도암은 국내에서 발병률이 낮은 암으로 꼽힌다. 2021년을 기준으로, 식도암 발생률은 18위였다. 매년 3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환자 수는 적지만 식도암은 치명적인 암이다. 2021년 식도암 사망률은 10위를 기록했다. 식도암의 5년 생존율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아직도 5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수술에 성공하더라도 후유증으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우려도 있다.
박 교수는 “식도암 판정을 받은 후 ‘어려운 암’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병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식도는 안쪽(내강)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 점막의 상피세포에 생긴 식도암을 편평상피세포암이라고 한다. 식도의 분비샘 조직에 암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것은 선암이라고 부른다. 대체로 식도의 중부 위쪽으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위장과 연결된 하부 식도에서는 선암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의 발병률이 높다. 국내의 경우 전체 식도암 환자의 90% 이상이 편평상피세포암이며 선암은 3%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전체의 90% 이상이 선암이다.
식도암은 60대 이후에 주로 발생한다. 성별로 보면 약 10대 1 정도로 남성 발생률이 높다. 박 교수는 “두 종류의 식도암이 있지만 조직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암이나 마찬가지다. 발생 원인도 다르다”라고 말했다.
● 식도암을 유발하는 원인
식도암은 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편평상피세포암의 경우 흡연과 음주가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박 교수는 “흡연자가 편평상피세포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3.7배 높다. 음주를 하는 사람의 발생 확률은 금주자보다 3.3배 높다”라고 말했다. 술과 담배를 같이 할 경우 발병 확률은 더 높아진다. 특히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일수록 식도암 발병률이 높아진다. 박 교수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면 아예 술을 끊는 게 좋다”라고 덧붙였다.
뜨거운 음식이나 차도 편평상피세포암 발병률을 높인다. 박 교수는 “동물실험에서는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식이 발암물질로 입증됐다”라며 “다른 연구에서도 뜨거운 음식이나 차를 장기간에 걸쳐 마시면 식도암 발생률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질이 식도 점막을 자극하면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겨 암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선암은 이와 다른 원리로 발병한다. 이 암은 비만과 관계가 깊다. 그 때문에 서양에서 발생률이 높다. 비만할 경우 위-식도 역류가 자주 발생한다. 그 결과 식도 점막의 상피세포가 위 점막 세포로 변화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암 전 단계로 규정한다. 이렇게 변한 식도에서 선암이 발생한다. 위-식도 역류가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국내의 경우 위-식도 역류가 편평상피세포암의 원인일 가능성은 작다. 박 교수는 “위-식도 역류로 인한 선암은 주로 위장과 가까운 식도에서 발생한다. 만약 위산이 목구멍 부위까지 역류하면 가슴 위쪽이 답답할 수는 있지만 식도암으로 인한 증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목에서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칼칼한 기분이 든다고 해도 이 또한 식도암과는 무관하다.
맵고 짠 음식도 당장 식도암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박 교수는 “그 모든 원인을 다 합쳐도 술과 담배만큼 치명적이지 않다. 술 담배만 피해도 식도암에 안 걸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60대 이후에 환자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나쁜 생활 습관이 수십 년 동안 지속되면서 식도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치료 어떻게 하나
암이 얼마나 진행됐는가에 따라 치료법은 달라진다. 식도 점막에 국한됐다면 1기로 본다. 내시경을 이용해 암세포만 긁어낸다. 식도는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
점막에서 더 안쪽으로 암세포가 들어갔다면 식도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주변 림프절로 전이가 됐다면 항암-방사선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한다. 만약 원격 장기로 전이됐다면 4기로 보며 항암치료를 진행한다.
식도 점막에 암이 국한된 1기를 빼면 식도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 박 교수는 “식도암의 경우 부분 절제를 하지 않고 전체 절제를 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식도의 윗부분 3∼4cm만 남기고 식도를 제거한 후 위장과 연결한다.
식도암의 수술 후 사망률은 4.7% 정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환자의 50∼60%는 합병증을 경험한다. 과거에는 가슴을 여는 수술이 대부분이었으니 최근에는 흉강경이나 로봇 수술과 같은 미세 침습 수술이 늘어나고 있다. 덕분에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고 치명적인 합병증도 많이 줄어들었다.
다만 식도 절제 후유증을 잘 견뎌내야 한다. 식도와 연결한 위장은 더 이상 음식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적은 양의 음식을 하루 7, 8끼씩 먹어야 한다. 역류도 자주 일어나서 완전히 눕지는 못하고 비스듬히 기대야 한다. 박 교수는 “이런 후유증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라며 “그래도 적응해 나가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 식도암 예방하려면
박 교수는 “식도는 신경 조직이 없고 잘 늘어나기 때문에 작은 암이 생기더라도 전혀 알아차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장기는 장막이라는 막이 있어 암의 침투를 막는다. 하지만 식도에는 장막도 없다. 암의 침투가 더 쉽다는 얘기다. 게다가 식도의 점막하층에는 림프관과 혈관이 많아 이것들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도 쉽다.
식도암에 걸리면 90% 이상에서 음식물을 삼키기 힘든 증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고기와 같은 덩어리 음식을 삼키기 어렵다. 암 덩어리가 더 커지면 죽과 같은 부드러운 음식도 넘기기 어렵다. 심지어 물을 마시는 것도 쉽지 않아진다. 음식물을 삼킬 때 통증이 생기거나 쉰목소리도 나타난다. 식사량이 줄기 때문에 체중도 줄어든다.
박 교수는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면 이미 암이 전이된 3기 이후일 확률이 높다”라며 조기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식도암 환자의 70∼80%는 위내시경 검사 도중에 조기 발견한다. 55세 이후로는 매년 1회 내시경 검사를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술과 담배는 식도암 중 편평상피세포암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박 교수는 “다른 요인도 있지만, 이 두 가지가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에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라고 말했다. 뜨거운 물질도 식도암을 유발할 수 있어 식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넉넉히 먹는 게 좋다.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면 편평상피세포암 발생률을 11%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선암의 경우 비만과 위-식도 역류가 원인이 된다. 따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위산 억제제를 먹는 등 적절하게 위-식도 역류를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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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안 걸리려면 술 담배부터 끊으세요”
“심장 건강 지키려면 과식 피하고 운동하라”
“통증, 원인 질병에 따라 치료제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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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