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새로운 선진 영농기술 도입에 적극적인성효용씨. 최근 조생종 포도 출하를 마친 그가 딸기 육묘장을 돌아보고 있다.
충남 논산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성효용씨(61·전 연무농협 조합장)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포도 가온재배를 시작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유학한 교수진들에게 시설원예에 대한 서적 등을 소개받아 재배 연구를 할 정도로 열성적인 선도농가다.
가온재배뿐 아니다. 일본 선진농가 견학 경험을 바탕으로 1992년 포도 시설하우스에 이산화탄소 발생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식물 생장에 꼭 필요한 이산화탄소지만 겨울에는 환기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충분히 공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씨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00㎏에 불과한데다 시설하우스 안에선 더욱 부족하다”며 “탄산가스 발생기를 도입한 뒤 조기 출하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조생종 포도인 <델라웨어>의 전국 생산량 중 70~80%가 현재 논산시 연무읍에서 생산된다. 성씨의 적극적인 홍보와 농가 조직 활성화로 농가들이 연동식 시설하우스·난방기·이산화탄소 발생기 등 첨단 장비를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농협 조합장 시절 조합원들의 해외 선진지 견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영농비결에 대해 이 같은 선진기술의 도입과 시도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도 매출의 15%는 꼭 재배 연구·실험에 투자하는 성씨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예랭 창고를 이용해 이른 봄에 포도를 출하하는 것이다.
수확을 마친 포도나무는 300시간 이상의 휴면이 필요해 아무리 일러도 3월 말 이전에 새 포도를 수확하는 것이 힘들었다. 휴면을 하지 않으면 꽃눈분화가 잘 되지 않기 때문. 그러나 그는 이 문제를 7월에 수확을 마친 3년생 이상의 포도나무 가지를 일정크기로 잘라 예랭 창고에서 인위적인 저온처리를 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이를 통해 휴면과 같은 효과를 얻은 뒤, 10월에 이를 이동식 상자에 꺾꽂이 형태로 담아 상자 재배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5개월 후인 이듬해 3월 수확이 가능하다”며 “2018년부터는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씨는 “물론 겨울에도 저장포도가 나오지만 신선한 생과를 찾는 틈새시장을 노리려는 의도”라며 “농업도 경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1년 내내 안정적인 소득원을 확보하기 위해 포도 외에 쌀·딸기 등을 재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새로운 시도의 바탕에는 꼼꼼한 기록이 있다. 성씨는 병충해 방제 시기 등 영농 일정을 짤 때는 항상 3년치 영농일지를 놓고 비교한다. 그는 “하우스 재배를 하면 병충해 피해가 적고 방제를 위한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긴 하지만 방제작업이 꼭 필요할 때는 영농일지를 펴본다”고 귀띔했다.
기록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성씨는 “농약과 착화탄을 이용한 훈증 방제법뿐 아니라 하우스 안에서 볏짚만 태워도 병해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역시 꼼꼼한 기록 덕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농협 새농민상·대산농촌문화대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조합장·새농민회장까지 두루 거친 성씨의 집 한켠에는 그가 받은 상패가 가득하다. 그러나 성씨는 “지금까지 일궈낸 성과에 만족하지 않겠다”며 “영농에는 정년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실험하는 자세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