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의 TV 시리즈 <데어데블> 시즌 1을 보았습니다.
사실 작년 연말에 본건데 후기를 적어야지, 적어야지 생각만 하면서 미루다가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1. 원래 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한드는 1년에 한 두편 볼까 말까이고, 한때 일드를 몰아본 적은 있는데 요즘은 보질 않죠.
미드는 이보다도 더 안 봅니다. 시트콤 <프렌즈> 시리즈와 <명탐정 몽크>가 마지막이니 말 다했죠.
2. 모처럼 미드 <데어데블>을 보게 된 건, ‘마블 유니버스’에 홀린 불쌍한(?) 소비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죠.
‘케빈 파이기’가 영화로 구축한 방대한 ‘마블 유니버스’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했습니다.
거기다가 영화 <데어데블>을 떠올리면 상상할 수도 없는 호평 일색의 입소문을 확인하고 싶기도 했죠.
미드 <데어데블> 시즌 1을 정주행한 후 생각난 감상은 이거였습니다.
‘하아... 마블이 이제 이런 것까지 해내는구나.’
‘마블 유니버스’에서 이렇게까지 다크하고 심도 깊은 이야기를 보게 될지 몰랐습니다.
영화를 통해 세계관을 무차별적으로 확장하더니, 이제는 드라마로 깊은 곳까지 파고들다니...
정말 ‘마블’에 두 손 들 수밖에 없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후기를 올리는 것도 계속 미루게 됐죠.
13편의 긴 에피소드도 그렇지만, 담고 있는 내용과 주제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말이죠.
3. 상대적으로 경쟁사인 ‘DC 코믹스’에 대한 안타까움도 따르더군요.
사실 이런 이야기는 ‘DC’가 비교우위에 있는데, 뒤쳐진 상황에서 필살기까지 뺏겨버린 처지가 안타까웠습니다.
작품 내적으로도 ‘마블’이 만든 이 드라마를 보며 ‘DC’가 떠오르는 건 당연합니다.
이 드라마가 놀란 감독의 영화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너무나도 닮아있기 때문이죠.
주인공의 다크한 면모는 물론이고, 어두운 분위기와 철학적인 주제의식, 주변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 공간적인 배경까지.
‘빨강 쫄쫄이 개털 변호사’를 ‘검은 망토 재벌 2세’로 바꿔치기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4. 미드 <데어데블>에서 ‘매튜 머독(데어데블)’은 ‘윌슨 피스크(킹핀)’와 대립합니다.
이 둘은 대립하고는 있지만 사실 매우 닮아있습니다. 범죄도시 ‘헬스 키친’을 변화시키고 싶어하고, 폭력도 불사하죠.
단지 ‘피스크’는 자신만이 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막강한 힘을 손에 쥐고 시스템 전체를 바꾸려고 하는 반면,
‘머독’은 아직 행동하는 개인의 힘을 믿으며 그 선량함을 지켜주는 데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도 폭력을 즐기는 범죄자입니다.
이렇게 가치관이 상반되는 두 인물의 모습은 마치 현실 정치인의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머독’은 세상에 대한 믿음과 순수함을 간직한 초년 정치인, ‘피스크’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회한 정치인을 보는 것 같죠.
(마블 유니버스에서 영화 속 ‘어벤져스’의 세계는 현실의 외교와 국방의 영역처럼 보이고, 드라마 속 ‘데어데블’의 세계는 내정과 민생의 영역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피스크’는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머독’에게 이런 말을 하죠.
“당신의 생각을 존중한다.”
‘피스크’가 ‘머독’과의 관계를 선과 악으로 단편적으로 구분되는 관계가 아닌, 사상이 다른 상대로 존중하는 것이죠.
그리고 마치 ‘나도 그런 때가 있었지.’ 라며 사회 초년병을 대하듯 합니다.
5.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계속 생각난 것은 영화 <다크나이트>의 대사입니다.
“일찍 죽어서 영웅이 되거나, 오래 살아남아서 악당이 되거나.”
‘하비 덴트’가 ‘배트맨’의 자경단 활동을 두둔하면서 로마 황제 ‘시저’의 예를 들며 한 말이죠.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은 '머독'과 '피스크' 사이의 어느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커’의 행방을 찾기 위해 고안해 낸 ‘매우 아름다우면서 비윤리적인’ 음파 감시망은
‘배트맨’이 행동하는 개인인 ‘머독’의 모습에서 막강한 권력을 좇는 ‘피스크’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관문처럼 보입니다.
일찍 죽어서 영웅이 되느냐, 오래 살아남아서 악당이 되느냐의 갈림길처럼 보이기도 하죠.
다행히 ‘배트맨’은 음파 감시망이라는 막강한 힘을 제3자인 ‘폭스’에게 맡깁니다. ‘폭스’는 결국 이를 파괴하죠.
그리고 ‘배트맨’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죽음’으로 사라지면서 영웅으로 남게 됩니다.
만약, ‘조커 놀이’에 놀아난 고담시민과 죄수들이 기폭장치를 눌러버려서서 ‘배트맨’의 선량한 개인들에 대한 믿음이 훼손되거나,
음파 감시망으로 상징되는 막강한 힘의 유혹에 넘어갔다면 ‘악당’으로 오래 살아남아 또다른 ‘피스크’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머독’도 ‘배트맨’과 같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겁니다.
‘빨강 쫄쫄이’를 본격적으로 착용하면서 인간의 추악함을 직면하게 될 테고, 인간의 선량함을 의심하게 될 겁니다.
결국 스스로만을 믿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되면 ‘피스크’와 다를 바 없는 ‘악당’이 되는 것이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구조적인 변화를 꾀하는 ‘피스크’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이 세상은 행동하는 개인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인 한계가 분명하고, 구조적인 개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는 데에는 막강한 힘이 필요하고,
그 막강한 힘을 추구하고 행사하는 과정에서 애초의 순수한 의도는 희석되고,
민주적 이념이 훼손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을 역사에서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6. ‘데어데블 & 매튜 머독’ 역의 ‘찰리 콕스’는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복면으로 눈을 가리고 등장할 때마다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던데, 그런 점에서 최적의 캐스팅이었습니다.
‘맨 인 블랙’과 ‘이글 아이’ 등으로 관심을 가졌던 ‘로사리오 도슨’의 출연도 반가웠구요.
그러고보니 이 분이 애니메이션에서 ‘원더우먼’의 목소리를 연기하셨더군요.
생각지도 못한 ‘코믹스 양다리’ 라는...ㅎㅎ
7. 그나저나 <데어데블> 시즌 1을 봐버렸으니,
시즌 2를 비롯해서 <제시카 존스>, <퍼니셔> 등의 TV 시리즈도 봐야 되나 걱정이네요.
미드는 한 번 시작하면 언제 끝이 날지 모르니 시작하는게 겁나는데...;;
드라마의 세계가 영화의 세계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첫댓글 mcu에 출현하는 영웅인가요?아님폭스쪽인가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세계관이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하고 방영합니다.
저도 내용에 전체적으로 동감합니다. 피스크 역을 보면서 공감하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서 선악을 구분이 약간은 모호해서 더 매력적인 미드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나 윌슨피스크를 정말 매력적으로 구분해 그린 연출은 멋졌습니다. 최근의 어떤 악역보다도 세련되게 구현한 것 같습니다. 또한 저도 아직 시즌2, 제시카존스 다 봐야 하는가도 동감합니다. 끝도 없는 미드에 세계 정말 겁나는데 말입니다.ㅎ
피스크 캐릭터는 참 입체적이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배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데어데블>만 챙겨봐볼까 하는데 드라마끼리 서로 연결되면 고민될것 같아요;;
저도 추천하는 드라마 입니다~ 진행도 질질 끄는거 없이 시원시원하게 되면서 내용도 당연히 괜찮았습니다~
추천할만하죠^^
시즌2에서는 엘렉트라 퍼니셔와 연결시켜버리죠. 퍼니셔가 조금아쉽긴하지만... 마블이 참 일잘해요 ㅎㅎ
마블이 참 영리해요 ㅎㅎ
데어데블 재미있게보셨으면 제시카 존스 도 재미있습니다.
데어데블2도 역시요..
볼 게 많아도 걱정이네요ㅎㅎ
'디펜더스'로 제시카 존스, 퍼니셔, 데어데블, 아이언 피스트, 루크 케이지를 다 엮어버린다네요. 올해 말쯤엔 루크케이지 단독 드라마도 나오고요. 안볼래도 안 볼 수가 없을듯해요ㅎㅎ 이런면에선 참 대단합니다. 영화화하기에 조금 어려운 다크히어로들을 가지고 드라마로 풀어버리는 방식이말이죠 :) 제시카 존스와 데어데블은 이미 떡밥 던져놨어요 ㅎㅎ
마블이 그물을 엮는데는 솜씨가 좋네요ㅎ
저도 DD시즌 1,2와 제시카존스 다봤지만...참 수작입니다.. 다만 액션씬같은걸 많이 보셨던 블록버스터 러버분들께 제시카존스는 조금 지루할수 있습니다... 퍼플맨,피스크 둘다 매력적인 악당이라는 것은 확실하죠..팬으로써 디펜더스, 아니 그보다 먼저 아이언피스트 먼저 빨리 나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