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407〉
■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1915~2000)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 같이…
- 1968년 시집 <동천 冬天> (민중서관)
*파란만장했던 7월도 이제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폭염이 들이닥친 7월의 요즘이지만 그런 가운데 연못에서는 예년과 같이 화려한 연꽃이 만개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연꽃은 깨끗하고 맑은 물보다 오히려 더럽고 지저분한 물에서 더욱 곱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어, 아름다운 자태가 더욱 빛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미당(未堂) 서정주의 이 詩는, 인간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다소 특이하게 연꽃을 소재로 하여 은근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사랑인 듯 아닌 듯, 이별인 듯 아닌 듯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는 우리 한국인들의 감정을 물 흐르듯 아름답게 그린 점이 돋보인다 하겠습니다.
이 詩를 읽어가면, 헤어져야 하는 쓰라린 이별을 앞에 두고 속마음은 오죽 애절하겠습니까마는, 마치 득도한 신선 같이 알 듯 모를 듯 무심하게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우리 가슴에 잔잔하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한편 이 詩는, 우리 국민들이 우리나라의 가장 아름다운 사랑 詩를 꼽을 때 베스트 10 순위에 반드시 포함되는 작품이라 하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