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30) - 아즈치성적(安土城跡) 거쳐 히코네성으로(오미하치만– 히코네 29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35
5월 4일(목), 전날에 이어 더운 날씨다. 오전 7시 15분에 숙소를 나서 출발지점인 오미하치만 시청으로 향하였다. 출발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 휴일이라 조용한 편, 청사 안으로 들어가 입구에 비치된 자료들을 살폈다. 그중 흥미로운 표현에 눈길이 간다. 오미하치만과 후지노미야(후지산 가까운 곳의 도시)가 부부도시인 것, 처음 접하는 표현이어서 시청관계자에게 확인하니 양 도시가 지형 상 비슷한 점이 있어 수십 년 전부터 부부도시로 결연을 맺어 부부처럼 친숙한 관계를 지닌 사이라는 설명이다. 시청관계자가 덧붙인 설명, 오미하치만은 일찍부터 상인들이 부를 쌓아서 막부의 조선통신사 접대비용을 부담하기도 하였다고. 유익한 정보를 확인하여 기쁘다. 8시에 간단한 출발행사, 시청 종합정책본부 다가오 아라시 이사가 시장의 환영사를 대독하며 일행의 장도를 축하하고 도쿄까지 무사히 완보할 것을 기원한다. 몸 풀기 후 시청을 출발하여 히코네(彦根)로 향하였다.
시청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조선인가도로 들어선다. 도로 양편으로 누렇게 익은 보리, 파랗게 자란 밀밭, 갓 심은 벼 등 조용한 농촌풍경이 운치 있고 수시로 오가는 기차소리가 정적을 깬다. 일행 중 최고령 여성인 시마 후미코 씨가 어머니를 격려하러 도쿄에서 찾아온 따님과 함께 걷는 모습이 정겹고. 이를 보노라니 4년 전에 한국에서 이곳까지 아버지를 찾아와 함께 걸은 장정길 씨 부자의 사연이 떠오르는 '히코네 가는 길'이다.
오미하치만 시내를 걸어가는 일행, 제일 뒤 쪽이 시마 후미코 모녀의 모습이다
한 시간 반가량 걸으니 무사들이 격전을 벌인 아즈치성적(安土城跡)에 이른다. 아즈치성적은 오다 노부나카(織田信長, 1500년대에서 1600년대에 걸친 일본의 3걸 중 선임자)가 1576년에 축성한 것으로 당대 최고의 기술과 수많은 인력을 동원하여 천하통일의 기반을 쌓은 유적지다. 잠시 휴식 후 아즈치성적을 출발하여 고갯길을 넘으니 히가시오미(東近江)시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도로 옆의 녹음이 짙은 산림지역에 비와코(琵琶湖)국정공원이라 적힌 푯말이 보인다. 호수는 보이지 않는데 그 권역인 것을 확인하게 된다. 30여분 걸어 노도가와(能登川) 지역에 이르니 주택가의 좁은 도로로 축제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어른들이 앞장서고 끝에는 어린이를 가마에 태운 행렬, 중간에는 건장한 청년들이 따른다. 4년 전에도 같은 행렬과 조우하였다. 그때 들은 이야기, 이곳에서는 이맘 때 7세가 된 어린이 중 선택된 아이를 가마에 태워 마을 전체가 축하해주는 축제행렬이라는 설명이었다.
올 때마다 이맘 때 펼쳐지는 축제 행렬
노도가와 지역을 벗어나 한참 걸으니 11시 반 경에 에치가와(愛知川)를 지나 히코네 시계로 접어든다. 강 건너 노변의 편의점 마당에서 간의 점심(걷는 길에 수십 명이 들어갈 식당이 마땅치 않아 점심은 미리 준 식비로 각자 해결)으로 점심을 가름하였다. 점심시간에 접한 비보, 한국체육진흥회 김유천 부회장이 별세하였다는 소식에 모두들 안타까운 마음이다. 출발에 앞서 한국대원들 모두 묵념하며 명복을 빌었다. 장례 일체 은헤롭게 치르소서.
12시 20분에 오후 걷기, 한 시간쯤 걸어 산밑의 동네에 있는 아담한 사찰에서 휴식한 후 잠시 걸으니 히코네 시가가 시야에 들어오는 지점에 들어선다. 곳곳에 조선인가도라 적힌 표지석이 보이는 도로를 따라 옛 조선통신사 일행이 묵은 사찰지역에 이르니 오후 3시가 넘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국보로 지정된 히코네성, 오후 5시까지 관람시간이라 서둘러 성 입구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가깝다. 시당국의 배려로 무료입장(입장료가 800엔이라 적혀 있다), 성안에 들어가서 대표적 건축물인 천수각에 이르니 입장을 기다리는 행렬이 길다. 한 시간 반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에 입장을 포기하고 높은 성안에서 전망이 아름다운 시가지와 비와코를 바라보는 것으로 히코네 성 탐사를 가름하였다.
국보로 지정된 히코네 성의 천수각 앞에서 기념촬영
최종목적지는 히코네 시청, 발걸음을 재촉하여 시청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가깝다. 당일참가자(10명)에게 완보증을 교부하고 걷기를 종료, 총 44명이 29km를 걸었다. 숙소는 시청에서 2km 거리, 숙소에 이르니 오후 5시 반이 지났다. 저녁식사는 숙소 앞의 중국식당, 국적불명의 메뉴인데 종일 땀 흘리며 걸은 탓인지 모두들 접시를 다 비운다. 내일도 힘든 여정, 일찍 쉬고 새로운 힘을 얻자.
오미하치만 - 히코네 행정도
* 오미하치만 시장의 메시지 요지,
제9차 조선통신사 한일우정걷기 일행의 4년 만의 오미하치만시 내방을 환영합니다. 오미하치만시는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조선인가도가 현존하며 어제 들른 본원사 별원에 묵었던 통신사 일행이 남긴 글씨 등이 유네스코 기억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하였습니다. 4월 1일에 서울을 출발하여 5월 23일 2,000km 거리의 도쿄에 이르기 까지 장도를 무사히 완보하기를 기원하며 일행 모두의 건승을 빕니다.
오미하치만 시청의 출발행사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