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파 누나 21~25
오늘은 기말고사가 끝나고
기나긴 방학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그리고 저에겐 누나에게 군대간다고 사기칠
복수결전의 날입니다 ㅎㅎㅎ
"누나, 우리 시험도 끝났는데 한잔할까?"
"조오치~"
"내 친구들도 오기로 했어"
"그래? 그럼 나두 친구 불러야 겠다"
"안 돼! 안 돼!"
누나에게 남자친구밖에 없다는 거 다 압니다.
괜히 제 3의 남자가 끼여들었다가
오늘의 저의 작전이 이상한 데로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걱정마, 쨔샤~ 누나랑 맨 첨에 만났던 여자 애들 기억나지?"
그러고 보니 누나랑 같이 담배 피우던 친구들 있습니다.
기억납니다.
기억 잘 안 나시는 분들은 제 글 1편을 다시 읽어주세용(-.-)(_ _)v
오랜만에 첨 만났던 미팅분위기가 될 거 같습니다.
괜히 저의 작전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물어봤습니다.
친구는 오히려 박수치며 최대한 많이 오라고 합니다.
-_-
역시 제 친구입니다.
하긴 누나와 제가 만나게 된 것도 다 제 친구덕분이니까.
저녁이 되었습니다.
일단 남자끼리 먼저 모여서 작전을 짜기로 했습니다.
제 친구 복규, 지주, 태마, 은영이가 왔습니다.
물론 가명입니다.
제 친구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캐릭터가 분명합니다.
여기서 제 친구들을 잠시 소개할까 합니다.
*복규 - fuck you 의 순 우리말입니다.
하는 짓마다 마구 날뛰어서
fuck you, fuck you 부르다가 복규가 되었습니다.
*지주 - 지구 주접입니다-_-;
티비에 나오는 주접 브라더스는 상대도 안됩니다.
지구에서 주접 짱 먹었습니다.
*태마 - 태양계의 대마왕입니다.
이 친구가 말만하면 분위기 쏴~ 해지는 거
순십간입니다..
*은영 - 은하계의 영웅
제 친구 중 최강입니다.
외계인 쳐들어와도 은영이만 있으면
전부 얼려 죽일 수 있습니다.
은하계에서 제일 썰렁하다고 할 수 있죠.
혹자는 은영이의 말이 재미도 없을뿐더러
재수도 없다면서 상당히 기분 나뻐 합니다.
하지만 저에겐 진짜 영웅입니다.
누나와 만나게 해줬던 게 바로 은영이니까요^^
작전은 이러했습니다.
일단 자유로운 술자리 분위기를 연출한 후
적당히 다같이 취하게 하여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든 후에
술기운을 협찬 받아 감정을 이끌어 모은 후
친구들과 저의 구라를 한데 모아
한마음 한뜻으로 날리는 것입니다.
마치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마지막 편에서
사람들의 기운을 모아 악당에게
원기옥을 날리듯이...
ㅋㅋㅋ
생각만 해도 기쁩니다.
그동안 꾹 참아왔던 공주병 사기사건.
오늘은 제대로 앙갚음 해줄 겁니다.
누나와 누나의 친구들이 옵니다.
제 친구들 열라 반가워합니다.
원래 목적을 망각할까 걱정됩니다.
저희들은 첨 만났을 때처럼
아무런 내숭도 격식도 없이
소주잔에 흘러내리는 인생예기를 했죠
뭐 주로 서로 작업 들어가는 예기들이더군요.
시간은 흘러 흘러 제가 드뎌 구라를 칠 때가 되었습니다.
은영이가 분위기 정리를 합니다.
"여러분 잠시 주목!
사실 우리가 오늘 모인 것은
기말고사도 끝나고 함뭉치자는 의미도 있겠지만
내 사랑하는 친구가 여러분 곁을 잠시 떠난다고 하는군요
잘 가라는 의미로 우리 모두 완삿!"
-_-
제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여러분 곁을 잠시 떠나?
재충전을 위해 활동중단 하남?
누나가 의아하게 물어봅니다.
"너 어디 가냐?"
"음 사실, 누나
...
나 영장나왔어ㅡ.ㅡa"
"와아~ 짝짝짝~"
누나친구들과 제 친구들이 열렬한 환호성을 보냅니다.
-_-;;
아니 아무리 그래도 군대간다고 하면
위로해 주고 안타깝게 여겨야 하는 거 아닌가염?
오히려 절 보내려는 분위기입니다.
"언제 가는데?"
누나가 사뭇 진지하게 물어봅니다.
언제라고?
언제간다고 그러지?
내일?
아냐 너무 빠르잖아.
한달 후?
넘 길어.
"응 일.. 일주일 후."
그래 일주일이면 적당하지.
그러면서도 혹시 저의 구라가 탄로날까
누나의 눈치를 봅니다.
누나는 거의 표정변화가 없습니다.
표정관리 짱입니다.
한편으론 제가 군대가든 말든 상관없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괜히 우울해 집니다.
그렇게 저희들은 뭐 그렇다 할 사건 없이
즐겁게(?) 술자리를 마감하였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웬일로 누나가 먼저 전화합니다.
나오랩니다.
나갔습니다.
'누나 어제 나 군대간다는거 장난친 거야~
근데 뭐 반응도 신통잖고
재미도 없고'
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근데 못했습니다.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해서요^.^;
맛있는 거 얻어먹고 말해야겠습니다.
저희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누나가 저에게 뭔가 줍니다.
"누나, 이게 뭐야?"
"풀어봐"
...
시계입니다.
왠지 불안합니다.
이런 선물을 나한테 준다는 것이.
누나가 자기팔목을 걷어 보여줍니다.
허걱~
말로만 듣던 커플시계!!
저 감동 받았습니다.
가슴도 찡해집니다.
이 좋은 구라를 왜 이제야 했을까요?
좀더 일찍 사기 칠걸.
"훈련받으면서 시계보고 내 생각해야 돼"
"그래 누나^____^"
근데 왠지 미안해집니다.
하긴 남친 군대간다면 잘 대해 줘야지.
미안해할 거 없어.
그동안 나한테 막대했던 것에 대한 복수다.
오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누나가 전부 계산했습니다.
뭐 물론 누가 계산하느냐는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제가 얻어먹겠습니까^^*
누나는 제가 갑자기 군대가는 것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습니다.
화도 내지 않습니다.
남은 시간 그냥 저한테 잘해 주려는 것 같습니다.
누나의 그런 점이 너무나 좋습니다.
그렇게 꿈만 같은 일주일이 지나갔습니다.
군대 한달 뒤에 간다고 말못한 것이 매우 후회됩니다.
행복한 시간도 잠시.
이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군대간다는 것이 '뻥'이란 걸 알면
누나가 얼마나 분개할 것인가?
그 동안 누나가 쓴 돈도 만만찮은데.
군대가기로 한 날 하루전이 되었습니다.
또 누나가 먼저 만나자고 합니다.
가기 싫습니다-_-
이대로 잠적해 버릴까?
누나에게 미안합니다.
그리고 괴롭습니다.
제가 왜 친구의 말도 안 되는 의견을 받아들였을까요.
누나와 만났습니다.
ㅠ.ㅠ
이번엔 케익까지 사 왔습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거
!
케익은 먹고 말하자.
케익을 맛있게 먹는 저를
누나는 불쌍한 듯이 보고있습니다.
저도 제가 불쌍하게 보입니다.
이제 말 할 때가 되었습니다.
...
"누나야~"
"응... 왜?"
"누나~"
저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ㅜ.ㅜ;
"누나야~"
"응... 왜?"
"누나~"
...
"누나! 내가 잘못했어!!!"
저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누나는 영문도 모른 체 절 바라보았습니다.
"누나~
나 사실...
사실은...
군대간다는 거...
뻥이야"
-_-
좀 더 진지하게 말 할 걸
후회됩니다.
그러곤 누나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이번에도 표정변화가 없습니다.
정말 표정관리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런 누나의 태연함은 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차라리 발로 차면서 욕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누나다우니까요.
누나는 말없이 한참을 생각합니다.
아마도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 생각중이겠지요.
정말 침착합니다.
"너 일단,
내가 그 동안 쐈던 거 그대로 밷어내!"
저희 관계는 언제나 현실적입니다.
이해관계 하나는 철저하다고 할 수 있죠.
"시계는 줬던 건 다시 뺏기 뭐하니까
그만큼 상당의 가치를 지닌 물품으로
빠른 시일 내 상납해!"
아니, 무슨 연인 사이에
'상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합니까?
현실이 서글플 따름입니다.
그렇게 별다른 복수 없이
저희는 헤어졌습니다.
며칠동안 누나에게 연락이 없습니다.
제가 먼저 연락해 누나의 기분을 맞춰줘야 하지만
이번엔 저도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저희 사이에 뭔지 모를 벽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그렇게 일주일 정도 지났습니다.
오랜만에 동창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낼 학교 앞에서 모인다고 저보고 꼭 오라고 합니다.
저 동창회 자주 가지도 않는데
웬일로 이렇게 챙겨주지?
저희는 인터넷에 모임날짜 띠워놓고
올 사람 오고 말 사람 말고
이런 식입니다.
인터넷 자주 안 하는 저로선
모이는 날짜 몰라 참석하지 못하곤 합니다.
그래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술이나 딥따게 마셔보자.
동창회 모이는 날이 되었습니다.
저 보더니 한마디씩 합니다.
"장하다"
"그래 고생 좀 해라~"
"편지 쓸게"
뭔가 이상한 분위기입니다.
-.-^^
모두 자리를 잡고 앉자
회장이 일어서서 한 마디 합니다.
"자, 여러분 오늘 모처럼 다같이 모였으니
맘껏 마시고 맘껏 놀고요
동창회 자주 참석하진 않지만
낼 모래 군대 가는 친구가 있으니
다같이 격려해 줍시다
건배!"
예상하셨겠지만 그 군대 가는 사람
바로 저입니다-_-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마셨습니다.
군대가고 안가고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바쁜데 서로 모여 얼굴 한번 보는 것이 중요하지.
근데 얘네 들은 이 거짓정보를 어디서 들었지?
짐작 가는 곳 있습니다.
여러분도 짐작가시죠?
오늘 주인공은 저니까 군대 가는 걸로 하고
즐겁게 마셨습니다.
ㅋㅋ
구라도 습관인 거 같습니다.
회장에게 저 군대 가는 거 어떻게 알았는지
슬쩍 물어봤습니다.
-_-
인터넷 게시판에 저 군대간다고 도배를 했다더군요
그거 안 챙겨주면 친구도 아니다
삼 년 간 애인이 없을 것이다 등등의
저주성 글과 함께
ㅋㅋ
어차피 동창회 자주 안가니까
제가 군대가던 말던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저주가 무서워 다들 모인 것 같습니다.
유쾌하게 마시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엔 웬일로 과대표에게 전화가 옵니다.
"너 낼 모래 군대간다며?
진작 말하지
소심하게 인터넷에다 애원성 글이나 올리고...
^^
과친구한테 다 연락했으니까
내일 5시까지 늦지 말고 꼭 와~"
+-.-+
그렇습니다.
누나는 저 군대간다고
제 아이뒤로 게시판에 도배를 했던 것입니다.
ㅜ.ㅜ
저 이제 사회생활 어떻게 합니까~
당했습니다.
원통합니다.
홧김에 사이버 수사대에 확 신고할 겁니다.
여러분 아셨죠?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를.
"야, 그거 내 친구가 장난으로 올린 글이야
내 아이뒤 도용해서ㅠ.ㅠ"
"그래-.-;?
그래도 와야돼.
애들한테 연락 다 해 놨단말야"
-_-
그리고 저는 다음날 애들이 다 모인 앞에서
이렇게 말했죠.
"애들아 나 낼 모래 군대
...
안가"
-_-
안주로 맞아보셨나요?
맞으면서도 피할 수 없는 그 심정.
어디 가서 하소연 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분 저에게 격려의 박수를ㅜ.ㅜ
화창한 날입니다.
누나랑은 아직 연락 안하고 있습니다.
누가 먼저 연락하나 자존심 싸움입니다.
온갖 시련에도 견뎌온 저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 올려서
저 괴롭히는 거 가지고는 어림도 없습니다.
근데 누나 안 만나니까 별루 할 것도 없고
...
그래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정말 갈 곳 없고 할 것 없을 때
제가 찾는 도피처라고나 할까요?
-.-a
학생이 이러면 안되겠죠?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공부가 안 됩니다.
매점으로 갔습니다.
커피라도 한잔 마시면서
명상에 한번 잠겨봐야겠습니다.
우연히 엊그제 만난 동창들을 보았습니다.
저 보더니 먼저 인사합니다.
"어, 아직 군대 안 갔네
근데 군대 가기 전까지도 도서관에 오냐?"
"아니, 누구 만나러 왔어^^;"
오늘 공부 땡입니다.
하긴 제 성격에 무슨 공부입니까?
가방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누군가 절 또 알아봅니다.
"어머, 벌써 휴가 나왔니? ㅋㄷㅋㄷ"
-_-
과친구들입니다.
아무래도 그냥 집에 가야할 것 같습니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 라면 하나만 끓여 줘~"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주무시던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시더니 말씀하십니다.
"엄마 지금 시장 보러 갔다."
"그래요?"
잠이나 한숨 자야겠습니다.
...
꿈을 꾸었습니다.
하늘이 푸르름니다.
누나와 제가 손잡고 뛰어 놉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서로 마냥 웃기만 합니다.
제 소망이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흰 왜 맨날 오해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요?
싸우고 울고.
때리고 맞고.
우리 그냥...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네?
파바밧~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그렇다고 맛있는 냄세 때문에
잠에서 깨어난 것은 아닙니다^.^;
엄마가 무언가 잔뜩 만들고 있습니다.
출출한데 잘 됐다 ㅎㅎ
"엄마, 오늘 무슨 손님 와?"
대답이 없습니다.
우울한 표정입니다.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듭니다.
할머니가 저를 한쪽으로 부릅니다.
그리곤 손에 3만원을 꼭 쥐어주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얼마 안되지만 이 돈 가지고
군대가기 전까지 필요한 것 있으면 사~"
...
0 o;;
"군.. 대요?"
"너, 영장 나왔다"
순간 저는 다리에 힘에 빠져
뒤로 넘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언제 가는데요?"
"한달 뒤에"
뒤통수를 한 대 제대로 맞은 느낌입니다.
군대간다고 계속 '뻥'쳐서
하느님이 진짜 저 군대 보내려나 봅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 아까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누나와 함께 보내야 합니다.
가만...
엄마의 정성도 있으니 음식은 먹고 가야지^^*
할머니가 주신 3만원을 거머쥔 체
눈물을 감추며
누나를 만나러
누나를 향해
있는 힘껏 달려갔습니다.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지하철까지.
지하철 안에선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괜히 뛰어다니다가
또 아는 사람한테 걸리기 싫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동안 왜 그리도 싸웠는지.
군대 가기 전 까진 정말 잘 해 주어야지.
내가 봐 뒀던 반지는 마지막 날 주어야지.
누나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예기했습니다.
이번엔 진짜라고.
누나는 슬픈 눈으로 절 바라봅니다.
"또 구라치냐?
넌 인생이 구라냐?"
-_-
제가 무슨 양치기 소년도 아니고
'늑대가 나타났다' 몇 번 써먹으니까
이젠 진짜 늑대 나타나도 생까는 분위기입니다.
"내 양심과 부모님과 하느님께 맹세하는데
구라 아냐.
정말 아냐."
"그래?
그럼 전엔 내가 쐈으니 이번엔 니가 쏠 차례다."
누나, 담담합니다.
누가 보면 매주 군대 가는 줄 알겠습니다.
누나가 겉으로선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속으로는 무척 슬퍼할 것이란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누나, 굉장히 비싸 보이는 곳으로 저를 대리고 갑니다.
괜찮습니다.
전 울 할머니가 주신 막강 무적 3만원이 있습니다.
누나는 음식을 시키더니 맛있게 잘 먹습니다.
쩝쩝 소리가 옆 테이블까지 날 정도입니다.
정말 태연합니다.
여자는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푸나?
전 집에서 많이 먹고 와서 배는 안 고팠지만
맛있게 먹었습니다.
훗날 이 레스토랑을 지나간다면
누나와 제가 같이 맛있게 먹던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를 꺼야
로맨틱하죠?
지금 순간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더 있다 가라고 했지만
누나는 피곤하다며 먼저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누나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자"
"그래, 고마워 누나^___^"
군대가니까 만나주는 것조차도
고맙게 느껴집니다.
누나는 잊을세라 먼저 말합니다.
"돈 많이 들고 와~"
"사랑도 많이 들고 갈게^__^"
제가 생각해도 유치합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군대 간다는데.
오늘은 누나를 만나서 목걸이를 선물했습니다.
매일 매일 무슨 이벤트를 준비해서
누나를 감동시키고 싶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가 절 보더니 기쁜 모습으로
말합니다.
"너 군대 안가도 되게 생겼다,
영장이 잘못 나온 거래~"
???
영장도 잘못 나올 수 있나요?
??? (' ')a
그러고 보니 가만.
전 학생이라서 신청 안 하면
자동으로 입대가 연기됩니다.
휴학이라도 한다면 모를까
무언가 냄새가 납니다.
"엄마, 영장 함 보자."
지금까지 정신 없어서
영장도 제 눈으로 확인 못했습니다.
"병무청에서 어제 영장 받아가라고
전화만 왔던데.
그런데 오늘 다시 전화 와서
잘못된 통보라고..."
-_-
명백한 사기입니다.
울 엄마 세상물정 모르셔도 너무 모르셔.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영장은 집으로 날아와야 하지 않습니까?
"엄마 혹시, 전화했던 사람
20대 중반의 여자 목소리였어?"
"글쎄, 그런 것 같으네..."
ㅠ.ㅠ;;
누나입니다.
이거 너무한 것 아닙니까?
가족을 상대로 이렇게 사기 쳐도 되는 것입니까?
저까지 감쪽같이 속이다니.
속에서 분노가 치솟았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놓으니까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
누나의 복수는 너무나 무섭습니다.
이건 장난 수준이 아닙니다.
한 살이라도 덜 먹은 제가 참기로 했습니다.
흑.
흑.
흑.
ㅠ.ㅠ
그 사건 이후로 누나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무섭다고나 할까
누나를 많이 겪어 봤지만 그렇게 까지
독!
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독을 먹는다거나
상습적으로 투약한다는 말은 아니겠죠?
+-_-+
제 유머 감각도 충격으로 인해
바닥을 기고 있습니다.
누나는 미안했는지
다음날 한턱 쏜다고 합니다.
웬일로 자기 자취방으로 초대합니다.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리고 있을게."
뭐 보나마나 또 소주에 리본 달아서
저보고 맥주랑 콜라랑 썩어 먹으라고 그럴 겁니다.
-.-^^
과감하게 쨌습니다.
...
뭘 쨌냐구요?
약속!
쨌습니다.
누나 자취방에 가기로 한 날
전화기 꺼놓고 그냥 집에 왔습니다.
이유 있는 반항입니다.
이제 더 이상 누나에게
끌려 다니지 않을 겁니다.
끌고 다닐 겁니다.
목에 줄 감아서
-_-+
변태 아닙니다.
그 뒤로 누나에게 한동안 연락이 없습니다.
흥, 또 집에다 나 결혼한다고 사기 치지 그러냐?
안 무섭습니다.
갈 때까지 갔습니다.
당할 때까지 당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저희는 연락을 끊고 지냈습니다.
방학도 거의 반정도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 한 통의 이멜이 도착했습니다.
제목이 '사랑했던 그대에게'입니다.
-_-
이번에도 감이 안 좋습니다.
다음엔 귤을 골라야겠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얼룩말입니다.
-,.-
제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
멜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니? 그 때 왜 안 왔니?
준비 많이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니가 좋아하는 소주도 많이 사 놓았고...'
내 이럴 줄 알았습니다.
소주 없는 저희 만남은
케첩 없는 계란과 같은 거죠.
-.-a
제가 그만큼 케첩을 좋아한단 말이죠^^*
내용 계속 이어집니다.
'...중국집에 시켜 탕슉~도 준비했는데'
후회됩니다ㅜ.ㅜ
갈 걸 그랬습니다.
'...너한테 잘못한 것이 많은 거 같아
밤새도록 편지도 썼다.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되고...'
쪼매 미안해집니다.
하지만 인생이란게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혼자 기다리다 너무 슬프고 외로워서
옛 애인한테 전활 해봤어'
어, 잠깐...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입니다.
옛 남자 이야기.
하긴 누나 정도 나이에 누나 정도 인물이면
남친 있었다는 거 당연합니다.
이해합니다.
저두 뭐 옛날에 여친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로 통화했던 것이었는데도
걘 날 정말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내게 힘을 주었어'
감이 또 이상해집니다.
상하려고 그럽니다.
냉장고에 넣어야겠습니다.
-.-;
1절만 하라구요?
'...그래서 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는데
아니, 벌써 만났어
만나서 많은 얘기도 나누고
지금은...
내 자취방에 단둘이 있어'
(⊙⊙)!!!
막가파 누나 26~30
지금 시각 오후 9시20분입니다.
상관없습니다.
곧바로 누나가 사는 자취방으로 갔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아무리 절 허접하게 보아도...
표현이 적당한가요?
...옛 남친과 이 시간에
그것도 여자혼자 사는 자취방에서
단둘이 있어도 되는 겁니까?
-.-a
그렇습니다.
안됩니다.
지하철 안에서 저는
이번에도 장난이길 빌고 또 빌었습니다.
눈물이 날 거 같습니다.
왠지 모를 감정이 복받쳐 오릅니다.
누나 자취방 앞에 도착했습니다.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
초인종 소리가 안 납니다.
고장났나 봅니다 -_-+
누나에게 전활 했습니다.
지금 집 앞이라고.
나오라고...
대문이 열리고 누나가 나옵니다.
저는 방안을 빼꼼히 쳐다보았습니다.
남자 신발 발견!
그리고
ㅠ.ㅠ
남자 발견!
누나처럼 키도 크고
잘생기고
누나랑 잘 어울리는
남자입니다.
마치 오누이처럼
정말 다정해 보입니다.
--+
저는 아무 말 없이
그냥 그곳을 나왔습니다.
누나는 절 잡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밖에는 나올 줄 알았습니다.
국물도 없습니다.
'메리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보셨나요?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주인공이 여러 명의 남자 속에서
메리를 포기하고 밖으로 나오면서
슬프게 소리내어 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을 한번 연출해봤습니다.
울었습니다.
소리내어서...
영화 속에선 메리가 뒤따라 나옵니다.
하지만 여긴 냉혹한 현실 속입니다.
그냥 지하철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나 누나에게 연락 올까봐
집에 오는 내내 전화기를 지켜봤습니다.
역시나 연락 없습니다.
슬픔은 화로 변했습니다.
애꿎은 휴대폰
머리로 사정없이 받아버렸습니다.
퍽퍽 ~.~*
머리 하나도 안 아픕니다.
퍽퍽 ~.~*#$
대신 가슴이 아픕니다 ㅜ.ㅜ
아아 슬픈 나의 인생이여~
이대로 그냥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나에게 다시 연락이 오기 전엔
절대 먼저 연락 안 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그 꼴 다 보고도 제가 먼저 연락한다면
누나가 절 뭘로 볼까요.
아마 소주 한잔으로 볼 겁니다.
?
...!
아무런 어려움 없이
단숨에 마셔버리니까요
영영 연락이 안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헤어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다 우연히 학교에서 만나면...
(.. ;)
우연히 만나서
다시...
사랑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kakaka
ㅜ.ㅜ
희망사항이겠죠?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나갑니다.
누나에겐 여전히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포기입니다.
이제 포기입니다.
일주일이나 연락이 없는 걸 보니.
그러고 보니 일주일동안
친구들에게도 연락이 없습니다.
친구들마저 ㅠ.ㅠ
너무 누나만 만난다고
친구들에게 소흘하다보니
친구들마저도 점점 멀어지는 구나.
이럴 땐
깔끔하게 번개 한번 뛰어주는 것이 최고입니다.
허전한 마음을 아무 여자로나
매꾸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냥 다양한 사람 만나서
이런 예기 저런 예기
삶에 대해서 논하고 싶어서죠^^*
절 나쁜 놈으로는 보지 말아주세요
컴을 켰습니다.
그리고 s 채팅 사이트로 들어갔습니다.
제 아뒤...
파티냐구요?
아닙니다.
좀 더 고풍스러운...
소주향기-_-;입니다.
이미 제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소주
그 속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고수라고나 할까요^^
채팅 첫 화면에 추천채팅상대자 명단이 나옵니다.
띠리리...
(^. ^♧) 공주병 (20세/부산)
(^. ^♧) 좋은느낌 (21세/부산)
(^. ^♧) 사랑해78 (20세/부산)
(^. ^♧) 퍽탄 (20세/부산)
(^. ^♧) juliet (22세/부산)
(^. ^♧) 하늘이 (23세/부산)
소주향기님이 공주병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하였습니다.
공주병님이 일대일 대화신청을 받았습니다.
소주향기 ▶ 하이^-^*
공주병 ▶ 하이루 -.-m
소주향기 ▶ 방가여
공주병 ▶ 저두 방가, 님 소개 좀...
소주향기 ▶ 부산 살구요, 남자구요^^ 대학생이에요.
님하고 만나서 소주 한잔할까 해서요^^;;;
공주병님이 일대일 대화를 끝냈습니다.
허거걱 -_-;;;
제가 뭘 잘못했나요?
너무 직접적으로 말했나요?
그럼 간접적으로 말해야 하나염-.-?
여하튼 공주병 관련 인물은
피곤한 스탈입니다.
그렇다면 제 분수에 맞는
소주향기님이 퍽탄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하였습니다.
...
퍽탄님이 수신 거부중입니다.
요즘 퍽탄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전 퍽탄한테 마저 거부당하는
구차한 인생입니다. T.T
그렇다면...
소주향기님이 좋은느낌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하였습니다.
좋은느낌님이 일대일 대화신청을 받았습니다.
소주향기 ▶ 하이루^^
좋은느낌 ▶ 안냐세염(-.-)(_ _)
허걱 -.- 바른 예의
소주향기 ▶ 방가방가
좋은느낌 ▶ 저두 방가워염
왠지 모르게 감이 좋습니다.
소주향기 ▶ 아뒤가 좋으시네요.
좋은느낌 ▶ 감쏴^^
소주향기 ▶ 근데 생리대 이름이랑 똑같다 ㅋㅋ
좋은느낌 ▶ ^^
저희들은 그렇게 이런 예기 저런 예기 주고받았죠.
예기가 잘 통합니다.
정말 느낌 좋습니다.
그렇게 2시간 가량 대화했나?
이제 작업의 마무리를 지을 때입니다.
소주향기 ▶ 우리 이렇게 잘 통하는 거 같은데 연락처나 주고받죠^^
좋은느낌 ▶ 어머 왜요?
소주향기 ▶ -.-? 연락하게요.
좋은느낌 ▶ 전 아무한테나 연락처 안 주는데...
소주향기 ▶ 그럼 이대로 헤어질껀가요?
좋은느낌 ▶ 담에 인연이 닿는다면 만나겠죠.
허걱 이 여자 로맨티스트인가?
인연이 닿아 만나려도 얼굴이나 연락처를 알아야 만나지.
운명적인 여자를 만났는데
'혹시 그때 s채팅사이트에서 저랑 채팅하셨던...'
이러지는 않을 거 아니지 않습니까 -_-;
전 연락처를 받기 위해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락처 받기 위한 설득만 30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씩 구차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더군요.
하긴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니깐.
결국 설득 한 시간만에 연락처 받아냈습니다.
...
멜주소
-_-;;;
무의미한 연락처입니다.
한번도 만난 적 없는 사이에
메일로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망했습니다.
이럴 땐 저에게 인생의 도움이 되는 친구의 격려가 필요합니다.
전화했습니다.
친구가 반갑게 전화를 받습니다.
"야! 오랜만이다.
요즘 스케줄 빡빡한가봐.
연락하기 힘드네."
역쉬 친구 밖에 없습니다.
친구 안에 있습니다.
...
요즘도 저 이런 유머합니다-_-
친구가 친한 형 예기를 해줍니다.
"아는 형이 군대 갔는데
어여쁜 앤이 있었데.
근데 훈련소에서 바람 불더니
주특기 교육 때 흔들거리고
자대 배치 받고 이병 때 위태위태하더니
일병 때 드뎌 무너져 버렸데."
"앤이 고무신 거꾸로 신었다는 말야?"
"그렇지.
무정한 앤.
그래서 그 형
극도로 밀려오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펜팔을 했는데
여자가 마음씨도 좋은 것 같고 성격도 좋은 것 같아
1년 정도 편지를 주고받았데.
그리고 드뎌 제대를 하고 그 여자를 만났는데..."
"만났는데?"
"형의 한 마디"
"뭔데?"
"슈렉!"
-_-a
"자세히 보니까 슈렉에 나오는 공주도 닮았데"
"피오나 공주? 그럼 예쁜 것 아닌감?"
"변신후의 피오나 공주"
-_-;;;
역시 제게 인생의 도움이 되는 친구입니다.
저를 항상 올바른 길로 인도해 주죠.
근데 왜 기분이 나쁜 것일까요?
-.-
전의 상실입니다.
이불 덮고 자야겠습니다.
뇌의 휴식이 필요합니다.
컴퓨터를 끄려고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심심한걸님이 소주향기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하였습니다.
신청을 받으시겠습니까?
앗! 당근...
심심한걸님이 소주향기님에게 일대일 대화를 신청하였습니다.
신청을 받으시겠습니까?
당신은 심심한걸?
난 당연한걸!
소주향기님이 일대일 대화신청을 받았습니다.
심심한걸 ▶ 하2
소주향기 ▶ 하2, 투
심심한걸 ▶ 뭐 재밌는 거 없음?
소주향기 ▶ 있음, 나랑 놀면 재밌음^^*
심심한걸 ▶ 그렇음? 그럼 만날감?
좋은느낌이랑 챗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감입니다.
챗팅한지 5분도 안 되어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불과 조금 전 2시간 넘게 채팅하고
멜 주소 겨우 받았는데...
역시 인생은 살아봐야 압니다.
심심한걸 ▶ 혹시 폭탄은 아니죠?
소주향기 ▶ 폭탄이라니-.-;
저의 주특기인 구라로 마무리지었습니다.
소주향기 ▶ 삼성그룹 외동딸이 나한테 대쉬했는데~
피부가 안 좋아서 차 버렸어~"
심심한걸 ▶ 이야 0.0;
소주향기 ▶ 내가 좀 생겼어~ (거만 거만)
깔끔한 마무리입니다.
나중에 만나서 여자가 저한테 실망하면 어떻하냐구요?
그 여자도 인생 살아가면서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인생의 경험치를 쌓아나가야죠^^
저흰 두시간 후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여자에 대해서 물어봤냐구요?
전혀 모릅니다.
무모한 만남일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전 지금 누구라도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 소주 한잔하면서 ^^;
약속시간이 되었습니다.
전 오랜만에 정장을 입었습니다.
작업복입니다^^*
저희들이 만나기로 한 곳은
한적한 곳의 한 카페 앞 공중전화박스입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약속장소로 향했습니다.
공중전화박스 앞
벌써 누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걱!
예쁩니다.
인상도 무지 좋습니다.
단정한 단발에
흰 남방과 청바지
옷도 정말 잘 어울립니다.
제가 먼저 다가가 말을 붙였습니다.
"저기요... 아까 저랑 채팅하셨던^^*"
"네 -.-?"
그 여자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인상을 씁니다.
-_-
이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너무 괜찮아서 제가 속단을 했던 것입니다.
민망하지만 그 여자 옆에 서서
채팅걸을 기다렸습니다.
그 여자 분은 자꾸 저를 힐끔힐끔 거립니다.
꾸~~~욱
참고 생깠습니다.
10분 좀 지났을까
누군가 옵니다.
허걱!
안 예쁩니다.
인상도 무지 안 좋습니다.
산만한 파마에
핑크색 티셔츠와 바지
정말 안 어울립니다.
저한테 오더니 말을 겁니다.
"아까 나랑 채팅했죠?"
옆에 있던 여자 분이 키득거립니다.
망했습니다.
ㅜ.ㅜ
그래도 저희의 만남은 소중한 것입니다.
오늘 하루 즐겁게 놀 것입니다.
근데 갑자기 왜 이렇게 누나가 보고 싶은 걸까요?
누나~
채팅한지 세 시간도 안되어 만난 그녀.
저희는 약속장소였던 전화박스 옆 카페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채팅걸, 자세히 보니까 치아교정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밑에 그림자인줄 알았는데
잔털이 까맣게 나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남자 만나면 면도라도 하고 좀 나오지.
그녀의 별명을 정했습니다.
콧수염 메탈투스(metal tooth)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읍시다.
채팅걸도 제가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아 하는 눈치입니다.
하긴 제가 그렇게 구라를 쳤으니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지.
간단하게 커피나 마시고 헤어져야겠습니다.
웨이터가 주문 받으러 옵니다.
채팅걸 지맘대로 맥주를 주문합니다.
"그쪽이 계산하는 거 맞죠?"
갑자기 친구가 말했던 '슈렉'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슈렉의 피오나 공주는 마음씨나 아름답지.
"그래요, 제가 살 테니까 마음껏 드세요T.T"
그리고 저두 맥주를 마셨습니다.
슬퍼서 계속 마셨습니다.
저희들의 만남은
슬픈 만남입니다.
저희는 술자리 내내 말을 높였습니다.
별로 친해지지 않으려는 분위기에서랄까 -_-
전 왜 하는 일마다
망하는 것일까요?
친구들 주식 투자하던데
전 절대 그런 거 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망할 거 뻔합니다.
마시고 또 마셨습니다.
점점 술에 찌든 인생이 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술 취해서 보니까
콧수염 메탈투스, 그래도 좀 귀여워 보입니다.
그녀도 아까 보단 인상을 많이 풀었습니다.
그래, 아무렴 어때.
지금 즐겁게 놀고 헤어지면 되지.
저희는 술자리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녀, 술 취했는지 저한테 팔짱을 낍니다.
안 되여, 제발 놓아주세여 ㅠ.ㅠ
누가 볼까 전 얼굴을 살며시 숙였습니다.
그러더니 이젠 저보고 인형까지 사달라고 그럽니다.
정말 사주기 싫었습니다.
차리리 그 돈으로 책을 사겠습니다.
표현이 적절한가요-.-?
하지만 사주었습니다.
안 사주었다가 무슨 행패를 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 여자 이번엔 노래방에 가자고 그럽니다.
자기가 쏜답니다.
그래, 각자 따로 노래 부르는데
내 이 우울한 마음을 노래로서
달래보리다.
노래방입니다.
그녀, 제 옆에 딱 붙어 앉습니다.
저는 삼십분에 걸쳐 눈치못채게
조금씩 조금씩 옆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녀, 삼십분의 노력을 한번의 점프로
허무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저한테 착 달라붙습니다.
행여라도 그녀가 보복할까
그녀보고 떨어지라고 할 수도 없고 T.T
누나에게 보복 당한 뒤로
여자의 보복이 두렵습니다.
저는 댄스 음악을 골라
춤을 추면서 그녀의 영역권을 벗어났습니다.
^^
전 현실대처능력이 언제나 뛰어납니다.
그녀도 기분이 좋은지 춤을 춥니다.
-_-
저도 한 막춤하는데
저보다 한 수 위 막춤입니다.
자기 흥에 겨워 춤을 추는데
완전히 무아지경입니다.
마치 신의 축복을 받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그렇게 저희의 슬픈 만남은
크레이지하게 끝마쳤습니다.
그 후로 그녀를 만난 적이 있냐구요?
전 바로 그녀의 번호를 지워버렸구요
그녀도 그 날 민망했던지
연락이 없습니다.
크레이지 번개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누나에게는 여전히 연락이 없습니다.
벌써 한 달째입니다.
친구들마저도 연락이 없습니다.
요즘 들어 저만 연락합니다.
하긴 누나랑 만날 때
친구들에게 신경을 많이 못썼지.
소개팅도 해주고
소주도 한잔씩 찔러줬어야 했는데.
저랑 친구랑 절친한 사이냐구요?
글쎄요.
제가 만약 친구에게 돈 빌려달라고 하면
친구는 땅바닥에 돈을 던집니다.
그러곤 거만하게 주워가라고 그럽니다.
그럼 제가 기분 나빠하냐구요?
그런 거 없습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돈 주워 먼지 털면서
"고맙대이~ 잘 쓸게^^"
이럽니다.
한마디로 돈 앞에 비굴하죠.
의리는 있냐구요?
저흰 의리 빼면 시체입니다.
하지만 여자만 끼여들면
바로 배신입니다.
돈 앞에 비굴하고
여자 앞에 비겁하다고 할 수 있죠.
또 있습니다.
저흰 공부할 땐 절대 서로 접근 금지입니다.
서로 자폭해 버리고 말죠.
마치 드랍쉽을 향해 날아가는 스커지처럼.
특히 시험기간 때 만나면
서로 기분 나빠합니다.
워낙 공부랑 담쌓고 살다 보니까
그것도 경쟁이 되더군요.
예전에 시험 전 날 비 온다고 같이 술마시다가
시험 날 지각해서 F 먹은 적 있습니다.
그 이후로 시험 때만 되면
친구가 친구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내가 아직도 니 친구로 보이니?' 입니다.
친구에게 전활 했습니다.
메탈투스걸 이야기를 해주니까
기계와 번개 했냐고 그럽니다-_-
전 만난지도 좀 되었고 그랬으니
같이 단합대회라도 하자고 했습니다.
단합대회가 뭐냐구요?
알~ 면~ 서~
술마시는 겁니다.
술마시면서 서로의 우애를 굳히죠.
우애 굳히기 한잔!!!
친구, 단합대회에는 여자가 필요하다고 그럽니다.
예상했던 발언입니다.
하지만 미혼의, 앤도 없는 남자가,
더욱이 영화같이 볼 여자 친구 하나 없는 남자가
여자를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
불쌍한 내 친구 ㅋㅋㅋ
오랜만에 서면의 나이트를 찾았습니다.
저 같은 서민은 자주 못 오는 곳입니다.
자판기 커피 한잔에도
어떻게 하면 공짜로 얻어먹을 수 있을까
작전 짜는 접니다.
하지만 메탈투스걸 사건도 있고 하니
나이트 가서 기분이라도 전환해야겠습니다.
부킹하려고 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친구는 부킹을 원합니다.
저흰 의리 빼면 시체 아니겠습니까?
할 수 없이 부킹 해야겠습니다.
친구와 단 둘이 갔습니다.
뭐 돈은 많이 들겠지만
우르르 가서 정신 없는 것 보다
2대 2 부킹하기도 좋고^^*
물론 친구를 위해서입니다.
나이트 안입니다.
요란한 음악과 조명이 반짝거립니다.
사람들 정신 없이 흔들어됩니다.
저희들은 정신 없이 눈동자를 흔들어되었습니다.
사냥감을 찾는 하이에나의 눈동자입니다.
친구, 조명발에 속지 말자는
굳은 의지의 표정입니다.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여자가 힐끔 쳐다봅니다.
'춤출 땐 조명 땜에 잘 안보이니까
조용한 부루스 타임 때 잘 살펴보자'
'우리가 무대로 나가 같이 춤추면
의외로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볼 수 있지 않을까?'
작전회의 중입니다.
아주 진지합니다.
'그럼 내가 다리 풀림 웨이브 춤으로
사람들의 주위를 끌 동안
넌 여자들을 물색해라~"
"함부로 하나밖에 없는 개인기 썼다가
알아보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저흰 언제나 실전보단 이론입니다.
'탁상공론'이란 말 있죠?
저흰 '테이블상공론'입니다.
그러곤 주위를 쏴~악 둘러봤습니다.
-.-a
앞 테이블을 여자 아직 절보고 있습니다.
나 참 아무리 인기가 좋아도
한눈에 그렇게 반하면
내 친구가 질투할텐데 ^___^
하지만 반한 눈빛은 분명히 아닙니다.
뭔가 의심에 가득 찬 눈빛입니다.
혹시
'너 우리한테 부킹하면 주거!'
아닐까요?
애써 시선을 피해봅니다.
자꾸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친구 끌고 춤추러 나왔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저 한 막춤합니다.
마구 추었습니다.
반짝이는 조명에 탄력 받아.
친구는 여전히 주변 탐색에
여념이 없더군요.
허걱!
앞테이블에 있던 여자
제 옆에까지 와서 유심히 저 쳐다봅니다.
마치
'너, 여기서 막춤 추면 재미없어'
이러는 거 같습니다 ㅜ.ㅜ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남의 시선 생까는 거
둘째가라면 서럽습니다.
한 십분 추었을까,
부루스 타임이 되었습니다.
다시 테이블로 오는데
이 여자 저희 테이블 쪽으로 다가 옵니다.
혹시!
...라도 부루스 같이 추자고 (⊙⊙)?
카페 게시글
┌ 좋은글//잼난글
계속되는 막가파 누나 이야기..(참고로 저역시 다른데서 퍼오는거라.. 한꺼번에 올리지못함을 이해하세요..^^)
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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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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