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둘만 살던 집에 딸네 식구들이 왔다 돌아가니 온 세상이 조용하다.
외손주 하나, 성향 자체가 조용하고 별 일 없이 잘 자라는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애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겠다.
나대는 성격도 아니고 분잡스런 아이도 아닌데 하루종일 움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게다가 무슨 말을 그렇게 쫑알거리며 해대는지, 적재적소에 알맞는 말은 어떻게 안다는 것인지
참으로 신기할 일 투성이 이기도 하지만 역시 남자애들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니, 우리 애들이 그저 차분하고 조용하면서도 진중하게 제 할 일들을 하며 떠들썩 거리지 않고
무던하게 잘 자라주어서인지 약간의 차이가 나는 외손주를 보면서는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물론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젊었으니 당연이 넘치는 체력이었을테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늦었지만 말이다.
새삼스럽게 나이 들어 온전히 손주를 돌보는 것도 아닌 잠시 잠깐식 돌보미를 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주말에 딸네가 다녀가거나 주간중에 서울길에 딸네 집에 묵었다 오고나면 저절로 체력방전인데
주말까지 찾아들면 완전 녹초가 되긴 한다.
하였어도 여름방학살이를 외갓집으로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세식구를 거뒀더니만
열흘 넘도록의 시간에 그만 지치고 말았는가 보다.
게다가 워낙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싫어해서 여름엔 원래 땀을 흘려야 하는 법이지 라면서
얼음팩 하나로 버티던 시간들이 무색하게 올여름의 폭염은 장난이 아니다.
하여 아이들도 있고 하여 방방이 에어컨을, 그야말로 하루종일 선풍기, 제습기까지 합세 하여 돌아가니
집안이 난리굿이다....소음은 물론 그 열로 인해 더더욱 습기가 가속되는 것 같더니만
결국 몸이 반응을 하고 말았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빨래와 청소를 마치고 모든 것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니
몸의 긴장이 풀렸던지 적신호를 보내오는 것이다.
갑자기 목이 아프고 편도가 붓고 약간의 헛기침과 미열이 생기며 머리가 조금씩 아프려고 해서
뭔 일 인가 싶어 근심 걱정이 태산이었더니만 "냉방병"이란다.
그동안 에어컨에 익숙치 않았던 사람이 그렇게나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어대고
밤낮으로 선풍기까지 끼고 살았으니 당연한 거란다.
하긴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가 그렇게나 차이가 나니 그럴만도 하였지만 말이다.
사실 염려스러웠던 것은 다시 재확산 되는 코로나 때문에 혹시나 했었던 참이라
냉방병이라는 사실에 목이 아픈 것쯤은 견뎌낼만하다 싶어 안심을 하긴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계속 된다면 몸과 마음이 쉽지는 않겠다 싶기도 하다.
살면서 밤에 창문을 열거나 선풍기를 틀지 않아도 될 만큼 적당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거나
한 여름이나 되어야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이 들 정도로 서늘한 기온을 자랑하던 집이
웬 일이라니 싶도록 밤에도 선풍기를 틀어야 했으니 참으로 폭염의 위세는 장난이 아니다.
이제 입추 지나고 슬슬 바람결이 바뀌었다 싶었더니만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려야 한다니
앞으로 개인과 나라는 둘째치고 이 지구는 어찌 될 것인지 난감스럽긴 하다.
어쨋거나 냉방병 같은 것은 살다가 겪어보지 못하다가 새삼스럽게 이 나이에 냉방병이라는 것을 경험하니
내 삶에 경험치 하나를 더하는 것이렸다 싶어 그냥 즐기기로 한다.
살다보니 모든 것은 때에 맞춰 찾아들기도 하고 경험치라는 것도 시기 적절하게 따라오는 법.
지금의 내 상황은 체력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뜻이렸다?
하여 무엇이던지 간에 기력을 회복할 보신이 필요하겠다.
그리고 잘 버텨내다가 다시금 여행길을 떠나 볼까 한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2024년의 후반부 여행을 말이다.....
아직 코로나에 걸린 적 없으므로 여전히 조심하면서.
첫댓글 올해가 여느해보다 덥기도 덥고 체중도 살다가 최고치를 찍어선지 올해 전에는 안키던 에어컨을 자주 키면서 이 후덥지근한 여름이 어서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는데
다행인것은 새벽엔 그래도
좀 시원해졌더라구요.
생전 에어컨과 선풍기를 안좋아하다가
올래 하도 더워서 애들과 마구잡이로 틀었더니만
이꼴이지 뭡니까.....에효
잠 못드는 밤.
@햇살편지 이 더위도 9월엔 힘이 꺾여
견딜만해지겠죠.
잘 견뎌냅시다요~!
@pinks 그럽시다요....
잘 지내다가 얼굴도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