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전 세계 기업 인수ㆍ합병(M&A) 시장에 봄이 오는가.`
최근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일 단 하루에 무려 27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하는 기업 M&A 거래가 이뤄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업체 오라클은 이날 컴퓨터 서버업체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74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제약회사인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
GSK)도 미국 피부의약품 전문업체 스티펠 래버러토리스를 36억달러(약 4조798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GSK는 스티펠 래버러토리스 인수를 통해 제약과 피부 관리 등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업체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구조조정 전문업체 블랙스톤그룹 자회사인 스티펠은 피부 가려움증, 피부 치료용 연
고제 등을 주로 취급하는 피부질환 전문업체로 드럭스토어(약국) 월그린을 통해 미국 전역에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AP통신은 블랙스톤그룹이 올해 초 구조조정 차원에서 스티펠을 매물로 내놨다며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GSK 등 주요 제약업체들이 인수를 적극 추진해왔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 주요 청량음료 업체 펩시콜라도 펩시 보틀링그룹, 펩시 아메리카스 등 두 곳 주주지분 60억달러어치(약 7조9980억원)를 현금과 주식 등을 통해 인수하겠다고 제의했다.
이와 함께 미쓰비시UFJ, 미즈호, 미쓰이스미토모가 손잡고 씨티그룹 소매증권 부문을 60억달러에 인수하고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브라질 사업부문 `UBS 팩추얼`을 2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20일 하루에만 총 10건의 M&A가 성사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이뤄진 M&A의 절반 이상이 현금으로 결제됐다며 미국발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온 M&A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재계는 이날 M&A 거래가 사업에 대한 기대와 신뢰, 기업인수를 위한 시장여건 등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메가` M&A가 IT, 의약, 음료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이뤄졌으며 이는 1분기 중 현금흐름이 풍부한 제약부문에만 집중됐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빌헬름 슐츠 씨티그룹 유럽지역 M&A부문 대표는 "역사적으로 M&A는 주식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최근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자신감을 되찾은 기업들이 M&A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필립 노블릿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사는 "최근 M&A가 메가급으로 이뤄지는 데는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주가가 낮을 때 전략적 M&A를 추진해 업계를 재편하려는 의도도 반영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20일의 `깜짝 M&A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M&A 시장이 과거의 `전성기`로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이뤄진 전 세계 M&A 실적은 6595억달러(약 879조원). 이는 M&A 규모가 사상 최고 수준을 보였던 2007년 같은 기간 1조4243억달러(약 1898조원)는 물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부실은행에 대한 각국 정부의 구제금융이 많았던 금융부문 M&A가 전체의 23%를 차지하면서 1500억달러(약 199조원)에 달하는 등 `M&A 편중` 현상도 심각하다.
윌리엄 베레커 노무라 투자은행(IB) 부문 공동사장은 "M&A가 최근 증가
세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은 아직 낮은 편"이라며 "M&A가 본격 회복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