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20 ‘추풍’에 ‘낙엽’ 될라… 민주당 전전긍긍
추미애 경기지사의 연이은 설화에 더불어민주당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추미애 지사는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인선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데 이어 국정감사에서 “소방은 재정의 빨대” 발언으로 당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추미애 지사 징계 요구도 나오지만 실제 징계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추미애 지사는 지난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소방 예산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는 취지였지만 “빨대” 비유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며칠 뒤 경기 부천시 내동에서 발생한 도장 공장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순직하면서 이 발언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졌다.
추미애 지사는 지난 10월 17일 자신의 발언이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이라며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추미애 지사의 사과 후에도 ‘사과를 바라니 사과한다’는 발언이 부각되며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전날 언론 공지를 통해 “당 소속 도지사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소방관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당을 대신해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당사자에게도 깊은 자성 어린 사과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민석 대표는 “이런 부적절한 발언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깊은 숙의를 거쳐 조치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서 추미애 지사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전체 60개 국회의원 지역구 중 53개가 민주당 의석일 정도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이지만, 최근 여론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일부 당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추미애 지사 징계를 요구했다.
당 중진인 정성호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구화지문 설참신도(口禍之門 舌斬身刀)’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도리”라고 썼다. 징계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이 자당 소속 자치단체장을 징계하는 모양이 어색하다는 의견과 김지용 중수청장 인선 과정에 심화한 당원들 간 갈등이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경기 지역구인 민주당 A의원은 “‘우리 당이 보증하는 사람이니 도지사 시켜달라’고 해서 당선된 지 세 달밖에 안 됐는데, (징계하면) 자기 부정”이라면서도 “한 번만 더 지금과 같은 태도를 보이면 그때는 정말 징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지역구 B의원은 “경기도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경기도는 (우리 당에) 좋은 지역이었는데 이제 어려운 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10월 18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추미애 지사 문제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지사에 대해 “오만하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경기도민이) 사퇴를 바라시니까 추미애는 사퇴하라”며 “도정은 내팽개치고 중앙정치에 더 바쁘다”고 적었다.
◆ 부승찬, ‘재정 빨대’ 옹호… “소방이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냐”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10월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냐”고 했다. 앞서 논란이 된 추미애 경기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지는 소방 예산 부담이 크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추미애 지사가 ‘재정 빨대’ 발언을 사과한 상황에서 ‘쭉쭉 빨아먹는’ 식의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승찬 의원은 이날 오후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지사가) 소방 빨대 발언도 물론 큰 잘못을 하셨지만 충분히 사과하셨다”며 ”하지만 소방 예산 인건비와 그 지원 비용 90% 정도가 국가직임에도 불구하고 지방 단체에서 부담을 하니까 이게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거 아니냐”고 했다. 부승찬 의원은 “이런 걸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고 비난만 하면 답이 없지 않느냐”며 “경기도도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설득과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추미애 지사는 지난 10월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해 소방 공무원 노조 등에서 비판을 샀다. 추미애 지사는 당시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소방 예산 중 국비를 전체적으로 높여달라는 요구를 해야 한다”고 하자 “위원님 말씀처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는 취지로 답했다.
추미애 지사는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에 1조1000억원을 차지하고, 사업비만 5000억원 가량”이라고 했다. 이에 소방노조는 “소방이 언제 재정을 축내는 짐짝이 됐느냐”며 잇따라 추미애 지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추미애 지사는 별다른 사과를 하지 않다가, 지난 10월 17일 부천 공장 화재를 진압하다가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이 됐다.
추미애 지사는 이날 국감 시작 전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했다. 이날 부승찬 의원 발언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지사님 망언 후 순직 소방관 장례가 있었다. ‘소방이 재정 쭉쭉 빨아 먹는다’는 말은 나와선 안됐다”며 “국민과 소방관 여러분께 사과하라”고 했다.
이에 부승찬 의원은 “(소방이) 국가직으로 승격된 후 국회는 과연 책임이 없는지를 물었던 것”이라며 “(해당 발언에 대한 지적은) 정쟁으로 활용하는 작태”라고 했다. 이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가다 감사가 잠시 중단됐다.
기습 폭우에 태풍급 강풍까지… 도로 잠기고 가로수 뽑혀
10월 18일 오후에 시간당 50㎜ 안팎의 기습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기는 등 휴일 도심은 아수라장이 됐다. 태풍급 강풍까지 동반해 가로수 뽑히거나 건물 간판이 뜯겨 나가고 항공기 일부는 결항·지연됐다. 소방 당국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48분께 인천 마전동 완정사거리 일대가 물에 잠겨 차 안에 갇힌 3명이 구조됐다.
비슷한 시각 경기 남양주시에서도 도로 침수로 차량이 오가지 못하면서 운전자가 소방대원들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 경기 고양시 토당동과 행신동, 파주시 운정동, 인천 영종구 예단포 입구 등 전국의 도심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낙엽이 둥둥 떠다니는 물길로 변한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긴장하며 서행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천장 등에 누수가 발생해 손님들이 떨어지는 물을 피해 이동하는 등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날 경기지역 강풍·폭우 피해 신고는 323건, 인천지역은 78건 접수됐다. 강풍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후 1시 23분께 인천 미추홀구 도화동에서 물탱크가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대원들이 조치했다. 인천 중구 신포국제시장 인근에서 편의점 간판이 뜯겨 나갔고 서구 청라동에서는 교회 첨탑이 부러져 도로에 떨어졌다
충남 태안군 안면읍 한 건물에도 간판이 떨어질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서는 버스 정류장이 넘어가기도 했다. 고양시 마두동, 충남 서산시 예천동, 제주시 516도로 숲터널 등 전국 곳곳에서 가로수가 뽑히거나 부러지면서 일부 도로가 한때 통제됐다. 전북에서도 나무 쓰러짐 5건, 천막 넘어짐 1건 등 6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도 기상 악화로 잇따라 결항하거나 회항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결항한 항공기는 모두 40편이다. 기상예보로 미리 운항을 취소한 항공기가 36편, 이날 취소한 항공기는 4편이다. 또 운항이 지연된 항공기는 34편, 회항한 항공기는 9편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날 강수량은 오후 9시 현재 가평 청평 66.5㎜, 남양주 창현 62.0㎜, 순창 복흥 60.0㎜, 김포 양촌 59.0㎜, 인천 경서동 55.5㎜ 등을 기록 중이다. 특히 이들 지역에는 오후 2∼5시 시간당 50㎜ 안팎의 기습 폭우가 쏟아진 데다 순간 최대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었다. 이들 지역은 한때 호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메뚜기 잡으러가자"… 지켜지지 못한 소방관 아빠의 약속
"메뚜기 채집 활동하자고 약속했는데…" 경기 부천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가 차려진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에는 이틀째인 18일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복을 입은 동료 소방관들은 착잡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힌 채 빈소로 향했고 안쪽에서는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울렸다. 영정사진 앞에는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김진석 소방위의 딸이 쓴 편지와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색칠 그림이 놓였다.
김진석 소방위 딸은 "보고 싶은 아빠께"로 시작한 짧은 편지에서 "아빤 어제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너무 보고 싶네요. 우린 지금 장례식장이에요"라고 썼다. 이어 "전 알아요. 아빤 저를 제일 사랑하셨다는 거"라며 "그리운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그땐 제가 아마 어른이 됐을 때일 거예요"라고 했다. 끝으로는 "사랑해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편지 옆에는 '출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차 그림이 채워졌다.
한쪽에는 순직 전 소방장이던 그의 계급을 소방위로 추서한다는 내용의 임명장이 쓸쓸하게 자리했다. 김진석 소방위의 장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손녀는 아빠와 메뚜기를 같이 잡는 것을 굉장히 좋아했다"며 "사고가 있기 전에는 내일 채집활동을 하자고 약속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정 앞에 보면 (손녀가) 한글을 깨쳐서 쓴 편지가 있다"며 "그것만 읽어보면 눈물이 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타깝게 가장을 떠나보낸 딸과 손녀의 주거를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해결되길 바란다는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동료 소방관들은 김진석 소방위의 순직이 과도한 정쟁으로 번지지 않고 숭고한 희생으로 남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경기지역 한 소방관은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말하기보다는 화재 현장에서 안타까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전날 조문을 마친 뒤 자신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해 "소방관 폄훼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추미애 지사가 조문 후 '사과를 바라시니 사과드린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며 야권을 중심으로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0월 16일 오전 8시 38분께 부천시 오정구 내동의 한 금속 사출 인쇄공장에서 발생해 2시간 28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김진석 소방위가 숨지고, 다른 40대 소방대원 1명은 중상을 입었다. 또 다른 소방관 4명은 열탈진 증상, 공장 관계자 2명은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등 모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진석 소방위는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20여분 앞둔 상황에서 화재 현장에 출동해 선착대로 진입했다가 화마에 고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김진석 소방위에 대해 예우를 다하기 위해 소방장에서 소방위로의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으며 국립현충원 안장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 뜻에 따라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되며 영결식은 10월 19일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엄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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