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 붕괴 현장… 김해서 만난 ‘볼보 EX30’[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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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도. 체감온도 영하 14도.
지난 4일 오랜만에 찾아온 강추위에 전국이 꽁꽁 얼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목도리로 빈틈을 여며도 밖에선 도무지 몸의 찬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야말로 맹렬한 날씨였다. 이날 볼보 ‘EX30’ 시승을 위해 방문했던 경남 김해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상대적으로 평균 기온이 높은 곳이지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서울보다 체감온도가 더 낮게 느껴졌다.
EX30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비로소 한국 땅을 밟은 볼보 최신 전기차다. 지난 2023년 11월 국내 공개 행사 이후 1년 3개월 만에 공식 출시가 결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EX30가 하필이면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한국 날씨와 마주했다. 전기차 특성상 추위에 취약한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첫 대면부터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반대로 취재진들은 한파 속에서 EX30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신차가 겨울철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스웨덴 태생일지라도 이곳의 악조건에서 어떤 주행 능력을 발휘할지 궁금했다.
EX30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0만 대 판매된 인기 차종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7만8032대가 판매돼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팔렸다. 유럽 현지 가격이 약 7000만 원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관심이 높다. 합리적 가격을 넘어선 붕괴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됐기 때문이다. 트림별로 기본 코어가 4755만 원, 울트라가 5183만 원이다. 유럽 지역 판매가보다 많게는 2500만 원 이상 저렴하다. 올해 서울시 보조금 전망치를 반영한 EX30 실구매가는 4475만~4903만 원으로 예상된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경남 김해시 예상 보조금을 적용하면 코어 트림은 4287만 원, 울트라 트림 4715만 원에 구입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EX30는 동급 최고 성능과 안전옵션을 탑재하고, 5년·10만㎞ 무상 보증을 받을 수 있다”며 “이를 다 합치면 가격은 독일 고급 브랜드와 비교해 최소 20% 이상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깐깐하기로 유명하다. 가격 좋다고 넘어갈 국내 소비자들이 아니다. 시승을 통해 EX30가 들고 온 패를 직접 열어봤다. EX30는 테슬라는 물론, 가성비의 국산 전기차와 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 등 쟁쟁한 모델들과 경쟁해야한다.
EX30를 타고 김해와 울산 울주군을 약 130km 왕복했다. 결론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전비 효율성이었다. 이 차는 1회 충전으로 복합 기준 351km를 주행할 수 있다. 단순 제원상으로는 부족해보였는데 막상 달려보니 공인 전비와 큰 차이가 났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가 EX30 소개 당시 경기도 분당에서 김해까지 편도 구간을 추가 충전 없이, 오히려 20km가까이 주행거리 이득을 보고 도착했다는 게 허튼 말이 아니었다. 사실 대부분의 수입 전기차는 한국에 들어오면 정부 측정 기준 영향으로 주행거리를 손해 보기 때문에 제원의 의미가 퇴색된다.
김해관광유통단지에서 울산 바다가 펼쳐진 울주군 서생면까지 달려야하는 거리는 64km. 배터리 잔량은 71%(251km)가 남아 있었다. 급가속과 급정거를 배제하고 평소 주행하는 것처럼 시승에 임했다. 저속과 고속 비율은 3대 7 정도였다. 고속구간이 이어질 때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기능을 하는 볼보 파일럿 시스템도 적극 활용했다.
볼보 호언장담처럼 전비 효율성은 상당했다. 실제로 EX30는 배터리를 16%만 쓰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단순 계산 시 출발 주행 가능거리가 251km였으니 50분 거리의 울산에 가면 188km대로 떨어져야 하는데 실제로는 210km(55%)를 기록했다. 배터리 소모를 높이는 난방을 시능 내내 키고 달렸어도 중앙 모니터에는 16kWh/100km의 준수한 전비가 찍혔다. 공인 복합 전비(4.8km/kWh)를 월등히 뛰어넘는 수준이다.
목적지 도착 5km전부터는 가속 성능 파악에 집중했다. 속도 허용 범위에서 EX30를 한계치까지 몰아 붙였다. 후륜 기반 EX30는 66kWh(킬로와트시) 배터리와 200kW(킬로와트) 모터를 장착해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35㎏·m의 힘을 제공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3초가 걸린다.
전장 4235㎜에 전고 1555㎜의 작은 체구(어벤저`e2008 중간 크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달리기 능력은 수준급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초반 과감한 토크감이 100km 이상 고속 구간에서도 잘 유지됐다. 운행 환경에 따라 고를 수 있는 주행 모드는 별도로 없지만 운전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폭발적인 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살려 통과했던 곡선 구간에서는 언더스티어가 나타났지만 우려할 만큼 궤적이 벗어나지 않았다.
EX30는 위험을 감지하면 차체 자세를 곧바로 올바르게 잡아줬다. 속도를 올릴수록 도어 상단에서 풍절음도 들렸지만 거슬릴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도 들어가 최적화된 음햐을 경험할 수 있다. 하만카돈 스피커는 대시보드 안쪽 홈 사운드바 형태로 자리해 디자인적으로도 세련된 인상을 줬다.
안전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볼보는 ‘안전은 옵션이 될 수 없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낮은 세그먼트부터 가장 높은 세그먼트까지 트림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최신 안전 옵션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적용된 운전자 경고 시스템은 부주의하고 산만한 상황에 놓여있을 때 가장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운전대 중앙에 위치한 센서는 운전자 하품을 감지하고 ‘휴식’을 안내했다. 또 전방 시선을 놓칠 경우에는 ‘운전 집중’을 알렸다. 이 차에는 ▲도로 이탈 방지 및 반대 차선 접근 차량 충돌 회피 ▲교차로 경보 및 긴급제동 서포트 ▲힐 스타트 어시스트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 ▲파일럿 어시스트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도어 개방 경보 등 상위 모델에 장착될만한 장치들이 모두 포함됐다.
불편한 부분도 있다. 운전석 계기판을 중앙 디스플레이로 통합해 운행 정보를 파악하려면 곁눈질을 해야 했다. 테슬라나 폴스타 4처럼 물리적 버튼을 중앙 디스플레이에 몰아넣어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 사이드미러 조작도 디스플레이에서 해야 한다. 이날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2열 공간이 협소해 카시트 장착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2열은 평균체형 성인 2명이 앉으면 앞뒤로 꽉 찬다. 트렁크 용량은 318ℓ, 2열 폴딩 시 1000ℓ까지 담을 수 있다.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세심한 노력도 보였다. EX30 내부 소재는 재활용 데님이나 플라스틱, 70% 재생 폴리에스터를 포함한 울 혼방 소재 등 재활용 요소를 활용한다. EX30는 친환경 소재로 20만㎞ 주행 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이 30톤 이하다. 수명이 다하면 재활용 회수율이 95%에 달한다.
EX30는 지리자동차 전기차 플랫폼 ‘SEA’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볼보 모델이다. EX30는 급속 충전을 통해 10~80%까지 약 28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는 “지난 10년간 볼보코리아는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며 “EX30는 앞으로 볼보의 10년을 새롭게 열어갈 모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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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