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편
김태훈 논설위원
입력 2023.07.14
일러스트=이철원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전란에 휩쓸린 백성의 고통을 많은 시로 남겼다. 그중 신혼별(新婚別)은 결혼 이튿날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여자의 절망과 재회의 비원을 담은 작품이다. ‘머리 올리고 부부 되었으나/ 낭군과의 잠자리 덥히지도 못했는데/ 저녁에 혼인하고 새벽에 떠나니/(중략)/ 뼈저린 마음 창자에 스민다/ 어렵게 비단치마 장만했지만/ 다시 만날 날까지 입지 않으리.’ 운 좋게 재회하더라도 비극으로 끝나는 사례도 많다. 나폴레옹 전쟁을 무대로 쓴 톨스토이 장편 ‘전쟁과 평화’에선 큰 부상을 입고 돌아온 남자가 약혼녀의 정성스러운 간호에도 끝내 세상을 떠난다.
▶이 땅의 여성들도 70년 전 큰 아픔을 겪었다. 6·25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이 20만명을 넘는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이가 불구의 몸으로 돌아온 45만 부상 장병의 삶을 책임져야 했다. 신상옥 감독의 1960년 영화 ‘이 생명 다하도록’은 6·25 때 포탄을 맞고 하반신이 마비된 군인의 실화를 담았다. 불구가 되어 돌아온 남편 대신 생계를 떠맡은 아내가 그 후 가난으로 자식마저 잃는다. 몇 해 전엔 휴전 이틀 전 전사한 남편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평생 간직하고 산 여성 사연이 알려져 많은 이를 눈물짓게 했다. 이런 가슴 아픈 사례가 부지기수다.
▶전쟁터에서 두 팔과 두 눈을 잃고 돌아온 우크라이나 군인과 그를 안고 있는 젊은 아내 사진이 엊그제 많은 이의 시선을 붙잡았다. 아내의 표정엔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민, 살아서 돌아와 준 것에 대한 안도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재회한 부부의 행복을 기원하면서도 앞날을 걱정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어느 미군은 얼굴에 수류탄 파편을 맞아 이전 모습을 알아볼 수 없게 돼 돌아왔다. 기다려 준 약혼녀와 결혼했고 결혼 10주년 때는 부부가 함께 활짝 웃는 기념사진도 올렸다. 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우울증과 마약, 가정 폭력에 빠져 끝내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전쟁 직후 가난 탓도 있었겠지만 우리는 나라가 존속하는 것은 위기에 몸바쳐 희생한 군인과 그 가족 덕분이란 사실을 한때 기피하고 외면했다. 다행히 보훈 체계가 갖춰지면서 전몰 유가족이나 전상자 가족에 대한 예우와 보상이 개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부부가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기 바란다. 다만, 부부가 지게 될 짐을 온전히 그들에게 돌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부부가 나라를 향한 희생을 후회하지 않고 서로를 향한 사랑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국가의 의무다.
김태훈 논설위원
문화부에서 책과 문학을 담당했으며 현재 논설위원실에서 문화 부문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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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13
기가차다
2023.07.14 22:02:49
이런 참담한 비극을 초래한 푸틴은 역사에 죄인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행을 준 죄, 그 죄값은 갚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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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
노예의 길
2023.07.14 22:32:31
공산당을 무찌른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사회주의, 공산주의 집단을 도우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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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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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봉투당
2023.07.14 22:05:30
관리자가 (비속어/비하) 사유로 100자평을 삭제하였습니다
동쪽끝
2023.07.14 22:59:11
우크라이나 부부 상봉의 사진을 보고 한참 동안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하늘은 어찌하여 이들 부부에게 이런 혹독한 시련을 내리셨는지...
부디 극한적 절망의 어둠에서 헤쳐 나올 수 있기를 간절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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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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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2023.07.14 22:41:08
세상에서 제일 슬프지만 아름다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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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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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헌
2023.07.14 22:09:18
나라와 여타 국민이 신경을 써서 잘 받든다 한들 어찌 구석구석 아쉬운 데를 모두 긁어줄 수 있을 손가? 그들에 대한 존경심, 그 끝을 한시라도 놓지않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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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
Hope
2023.07.15 03:46:28
이런 참혹한 피해와 고통을 당하지 않으려면 강한 군사력과 국가의 힘이 있어야 자유와 평화를 지킬수가 있다.....평화타령 하면서 굴욕적인 처신과 비굴함은 국민들이 노예와 거지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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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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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
2023.07.15 03:26:05
우리는 왜 민주당이 추구하는 더러운 평화를 거부하고 피할수 없다면 전쟁을 선택해야 하는가? 우크라이나는 몇해전 크림반도를 러시아에게 내주는 더러운 평화를 선택했다. 그결과 더많은 굴종을 요구하는 러시아에 대항하기위해 모든국민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더러운 평화란 없다.더러운 굴종만이 있을뿐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와 아프가니스탄을 보면 지도자를 정말 잘선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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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조반니
2023.07.14 22:52:05
한국 여자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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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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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7.15 06:05:17
국가를 위해 싸운 상이용사나 보훈 대상자는 전 국민이 기리고 우대해야 한다. 한국은 가짜 독립 유공자나 민주화 유공자가 많아 세금 낭비가 심해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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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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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팽약선
2023.07.15 06:07:35
전사자, 부상자는 "민주유공자"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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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바닥
2023.07.15 03:57:48
그래서 우리 핵이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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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2023.07.15 06:31:31
푸틴을 비참하게 죽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