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10년전의 일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하고
지금 소말리아에선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외신을 들은 것 같던데..
요즘 여기 저기 들려오는 전쟁의 소식은
세계의 평화가 언제나 오나를 기대하게 만드네요..
글 잘읽었어요..
좋은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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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시사회를 갔다 왔답니다.^^(저...공짜 구경 무지 좋아합니다.)
얼마 전만 해도 웬만한 영화는 다 인터넷 응모로 공짜로 잘 보고 다녔는데, 요새는 경쟁이 치열해져서인지 당첨이 잘 안 되더군요... 그런데...이번엔 친구 덕에 영화 한 편을 공짜로 볼 수 있었죠...^^(이래서 요새 머리숱이 자꾸 줄어드는 걸까...--a)
보고 온 영화는 <블랙 호크 다운>...
거장(이라고 남들이 그러더군요...저도 <블레이드 러너>나 <델마와 루이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거장일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입니다.
정직하게 말하면 공짜가 아니었으면 제가 보러 갈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을 다룬 영화거든요. 전 개인적으로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 영화가 명작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사람들이 떼로 죽어 나가는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영~. 그러나...공짠데...절대 포기할 수 없었죠(으, 본색 다 드러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음,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안 할 정도로 박진감도 있었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감독 이름이나, 미국이 실패한 작전을 다룬 영화라는 선입관 때문에 건 기대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었달까... 아마도 제가 너무 엉뚱한 기대를 하고 영화를 봤기 때문에 좀 실망을 했던 것 같습니다.(에고 내용 얘기를 안 하고 영화 본 얘기를 하자니 역시 어려움이...^^;)
영화 소개에서 주역으로 소개된 배우는 이완 맥그리거와 조쉬 하트넷(<진주만>에서 벤 에플렉과 같이 나온 주연 배우)이지만, 사실 이완 맥그리거는 그다지 주연이 아닙니다. 이완 맥그리거를 보고자 한 분이라면 몇 장면 안 나온다고 분개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몇 단어로 표현하자면...전쟁 영화, 그리고 남성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여자 배우는 한 명도 안 나옵니다.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뛰어다니는 소말리아 여인들을 제외한다면요...).
아마도 '전우애'가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따라서 여자인 저로서는 좀 생소하고 낯선 느낌이 강했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전쟁의 위험 속에서 전우애와 영웅은 어떻게 만들어지나'가 아닐까 싶은데, 사실 자신은 없네요. 아마 보는 분에 따라서 영화의 주제가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같이 본 친구는 '전쟁의 무용성'을 느꼈다고 했거든요.
어쨌든 전 이 영화에서 이 감독의 전작인 <글래디에이터>와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설명하긴 힘든데...흠 말하자면 절대 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남자들의 '본능적 야수성'이랄까... 아마도 어쩔 수 없이 남의 명령에 의해 목숨을 걸고 싸움에 임해야 한다는 게, 투기장의 검투사나 전쟁터의 군인이나 다를 바 없다는 점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글래디에이터>를 재미있게 본 분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영화는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모두 실존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면 이 주인공들이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소말리아 내전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한 자막이 나옵니다. 놓치지 말고 그 자막을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두 시간 넘는 시간 동안 긴장하며 영화를 지켜 보다 이 마지막 자막을 다 읽고 나서 좀 허무해졌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 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