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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도 외환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안정적
담당부서국제국 국제총괄팀 박병걸 차장, 이한새 조사역등록일2023.11.07 조회수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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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덜하고 국내 외환시장의 달러화 수급상황도 나아져서 환율의 변동성이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4년 이후 대외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은 순대외자산국으로 변하여 환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그 충격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 1. 지난해 9~10월 당시와 비교한 대내외 여건
주요 특징지난해 9~10월 상황최근 상황대외 여건[1] 미국 고금리 장기화 전망[2] 시장 불안심리 완화대내 여건[3] 환율 변동성 감내 능력[4] 외환수급 여건 개선
정책금리 인상 전망이 급변하며 금리 변동성 확대 | 구조적․장기적 금리상승 요인이 크게 작용 |
영국의 대규모 감세안, 일본의 매도 개입 등으로 불안 증폭 |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 등 |
순대외금융자산 보유, 대외차입여건 양호 | 외환부문 강건성이 유지될 것으로 기대 |
연기금의 해외투자용 달러 매입, 무역수지 적자 등 | 수급안정대책 마련, 무역수지 흑자 전환 |
금년 7월 하순 이후 미 국채금리는 상승세가 가팔라져 10월에는 2007.8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 영향으로 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주요국 주가도 크게 조정을 받았다. 국내 외환부문도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1,363.5원, 10.4일)하는 등 영향을 받는 모습이다. 또한 최근에는 중동 분쟁 발발로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9~10월과 같은 외환시장 불안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본 blog에서는 원/달러 환율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을 지난해 9~10월 당시와 비교해 보았다.
그림 1. 미 국채금리
자료: Bloomberg
그림 2. 원/달러 환율 및 달러화지수
자료: Bloomberg, ECOS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는 고금리 장기화이다. 미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는 7월말 3.96%에서 10.25일 4.95%로 크게 상승하였다. 이는 국채의 수급여건 악화와 같은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미 연준의 계량모형[1]을 통해 금리 상승의 요인을 나누어 보면, 채권의 장기보유에 따른 보상을 반영하는 기간프리미엄의 상승폭이 지난해에 비해 커졌다. 연준의 보유채권 규모 축소(Quantitative Tightening), 재무부의 국채발행물량 확대, 중국 등 해외투자자의 미 국채에 대한 투자수요 축소 등으로 미 장기국채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기간프리미엄의 확대로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3. 미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요인 분해1)
주: 1) DKW 모형 기준
자료: 뉴욕 연준
또한 연준이 내년 이후에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높아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완화하는 것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연준도 인플레이션율을 2%로 되돌리는 데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 이후 경제구조가 크게 변하였고 통화정책의 파급 메커니즘도 종전과는 다를 수 있어, 중앙은행들은 그간 정책금리 인상의 효과로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지 여부를 좀 더 시간을 두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 불안심리는 지난해에 비해 덜한 편이다
미국 금리는 지난해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심리는 지난해 9~10월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미국 장기금리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사이클은 마무리되어 간다는 시장의 기대가 불안심리를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연준이 정책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 가는 가운데(22.7월 75bp, 9월 75bp 인상) 시장에서는 정책금리의 정점에 대한 전망치를 계속해서 상향 조정하였으며 조정폭도 컸다.[2]최근에는 정책금리가 정점에 근접하면서 금리인하 속도에 대한 전망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가고 있다. 또한 과거 미국의 네 차례의 통화긴축(금리인상) 사이클을 보면 정책금리가 정점에 도달한 이후 미 국채금리는 속도에는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림 4. 익년말 정책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 예상
주: 1) FFR 선물금리에 반영된 23년말, 24년말 정책금리 전망
자료: Bloomberg
그림 5. 과거 긴축기1) 국채금리
주: 1) 0은 기준금리 정점월
자료: Bloomberg
또한 지난해 미 연준의 통화정책 외에도 영국의 대규모 감세안, 일본의 외환매도 개입 등 주요국에서 예상치 못한 요인들이 가세하면서 금리, 환율 등 가격변수의 변동성을 키웠으나, 현재까지는 이러한 부정적 이벤트의 영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컸던 데 반해 최근에는 미국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커진 점도 투자심리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유로지역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경기가 부진하지만, 미국의 경우 긴축기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소비 심리와 기업 업황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외환부문은 강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요인을 살펴보아도, 우리 외환부문의 환율 변동성에 대한 감내 능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음을 지난해 경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대외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도는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되어 현재는 순대외금융자산이 GDP의 46% 정도에 달하고 있어 달러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당시 원화의 변동성이 여타 통화에 비해 컸던 데 반해, 지난해 원화 변동성 확대는 큰 흐름에서 글로벌 외환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수준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환율 급등에도 불구하고 대외차입여건을 나타내는 외평채 CDS 프리미엄과 외화표시채권(KP)의 스프레드의 상승폭이 크지 않았고 최근에는 더욱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 6. 원화 및 주요 선진국 통화의 변동성1)
주: 1) 1개월물 내재변동성을 1일 변동성으로 환산
2) 유로,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자료: Bloomberg
그림 7. CDS 프리미엄1) 및 KP 스프레드
주: 1) 외평채 5년물 기준
자료: Bloomberg
외환수급 상황도 개선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국내 달러화 수급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원화 가치의 하락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편에 속하였던 데에는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왑 등 수급안정화 대책이 마련된 데다 15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던 무역수지도 금년 6월 이후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악화되었던 경상수지도 개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8. 무역수지
자료: 관세청
그림 9. 경상수지
자료: 한국은행, KDI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은 지난해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상을 종합하면 미 달러화는 미국의 견조한 경제상황과 함께 연준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 등으로 당분간 강세 흐름을 어어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9~10월에 비해서는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덜하고 국내 달러화 수급상황도 나아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리나라는 순대외자산국으로 환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로벌 고금리가 장기화되면 예상치 못한 취약부문에서 리스크가 드러나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중동 무력 분쟁으로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1] 이른바 DKW(D’amico, Kim and Wei) 모형으로, 명목금리를 기대 실질 단기금리, 실질 기간 프리미엄, 기대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 리스크 프리미엄의 합으로 분해한다.
[2] 22.8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강화가 지속될 것임을 강조한 데다, 9.13일 발표된 미국 8월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연준의 긴축에 대한 기대가 강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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