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로트가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현암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의 결정체인 엔젤릭 소워드와 악의 결정체인 소워드 오브 데빌리,
이 둘은 시초의 검을 둘로 나눈 것이 불과했었단 말인가!
그런데 왜 저 검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거죠? 그리고 왜 검날이 없는 것이죠?”
박 신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현암의 어깨를 다독이더니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보면, 다 알게 될 걸세. 현암군,
아까 전 자네가 하려던 행동에서 나는 자네의 솔직한 마음을 볼 수 있어서 매우 기뻤네.”
현암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잠시 박 신부를 쳐다보다가 순간 얼굴을 굳혔다.
싸늘한 증오가 어린 표정이었다.
“아뇨, 그런 뜻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이뮤엘은 제 손에 죽어야 합니다.
현아를 죽인 이뮤엘을 다른 녀석의 손에 죽게 놔 둘 수는 없어요.”
박 신부는 슬픈 표정으로 현암을 바라보았지만, 현암은 상관하지 않았다.
현암의 마음은 이미 굳어져 있었던 것이다.
한편, 아스타로트는 이제 잡아먹을 듯한 얼굴로 이뮤엘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스타로트가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시초의 검이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시초의 검날은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검날은 어떠한 매개물을 통해서만 소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스타로트, 그래도 꽤 많이 아는군.
그래, 하지만 너는 아직 이 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이 검은 단 한 번 밖에 쓸 수 없어.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 쓰여진 다음 다시 두 개로 나누어지는 것이 이 검이다.
세상 죄악을 멸하는 것, 그것이 이 검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이지.
하지만 죄악을 멸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냐. 악마의 피에 얼마나 강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지,
같은 악마인 네놈이 잘 알겠지? 아무리 명검이라도 악마들의 피를 계속 뒤집어쓰면
그 마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검으로 변하거나 깨져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검날만큼은 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성스러운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그곳이 어딘지는 나도 몰라. 천계도 아니고 마계도 아니고, 인간계도 아니다.
그래서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하지만 어떠한 매개물을 통하면 그 검날은 소환되지.”
“너, 이뮤엘은 그 매개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아스타로트가 빈정대자 이뮤엘이 씨익 웃었다.
그 웃음은 지금까지 이뮤엘의 모습에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맑은 웃음이었다.
별안간 이뮤엘이 시초의 검을 허공에 띄웠다. 염력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좌우지간 시초의 검을 허공에 띄운 이뮤엘은 두 팔을 살짝 늘어뜨린 채 조용히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나긋나긋했으나 그 소리는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퇴마사 일행에게도 들렸다.
“최고여신 이뮤엘이 명한다. 나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모든 방해되는 것들,
나는 봉인의 목소리이고 봉인의 열쇠이다.
지금 이 곳 천계에서 나는 나의 모든 봉인된 힘을 개방하여 그 힘을 만방에 떨치리라!”
갑자기 이뮤엘의 주위에 찬란한 금빛을 발하는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난 힘의 바람이 퇴마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불어닥쳤고,
박 신부가 전력을 다하여 오오라를 펼쳐 퇴마사 일행을 날아가지 않게 방어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치는 바람 속에서 이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녀 이뮤엘, 최대봉인 해제!!”
순간 이뮤엘의 몸에 걸려 있던 모든 봉인구들이
찰칵 하는 소리를 내면서 이뮤엘에게서 떨어져 나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이뮤엘을 중심으로 엄청난 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퇴마사 일행이 상대해 왔던 그 어떤 힘보다도 강력한 힘,
아스타로트의 힘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로 강대한 힘이 천계를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아아......더 이상은!!”
박 신부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박 신부의 오오라에 금이 가고 있었다.
파아앙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바람이 퇴마사 일행을 향해 밀어닥쳤다.
현암은 바위를 붙잡고 있는 손에 한계가 가는 것을 느꼈다.
바위도 이제 들썩들썩 하는 것이 얼마 안 있으면 바람에 날아가버릴 것만 같았다.
현암은 우선 자신이 붙잡고 있는 승희를 살펴보았다.
승희가 용을 쓰고 있는 것이, 염력으로 바위를 붙잡아놓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미친 듯이 불던 광풍이 뚝 그치고, 현암과 승희는 땅에 털썩 떨어져버렸다.
사방이 온통 난장판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현암 형! 큰일 났어요!”
준호였다. 아라도 사색이 된 얼굴로 현암에게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허공에 수많은 공간의 문이 떠 있는 그곳. 어느 한 개의 문이 서서히 닫히고 있었다.
“저곳으로 준후 사부가........!!”
준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암은 다급히 그쪽으로 뛰어가려다가 전에
‘현아’가 했던 말이 생각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문 밖은 차원의 공간.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안타까워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뒤에서 승희의 넋빠진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것이........‘진짜 이뮤엘’?”
고개를 돌린 현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성스러움.
현암은 자기도 모르게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박 신부가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서야 현암은 이뮤엘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발목까지 늘어진 갈색의 생머리, 가볍게 걸쳐진 하얗고 하늘하늘한 옷,
그리고 이마에 새겨져 있는 여신의 문장과 한 쌍의 날개.
그것이 현재 이뮤엘의 외모를 묘사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았다.
아무런 장식도 걸치지 않았고, 하다못해 머리를 묶는 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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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뮤엘도 최대봉인을 풀었습니다!
어떻게 될까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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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뮤엘] 이뮤엘, 최대봉인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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