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없이 지낸지 어언 이십년,그 전 TV가 있었던 시절에도 별로 시청한
기억이 없다.결혼후에도 거의 안봤고 심지어 아이들에게도 어린이 프로 외엔
시청을 금했다.세월이 흘러 십이년 전부터 새로 들어간 직장(시설 관리직)에서
삼일에 한번꼴로 당직근무를 하는데 이때 비로소 TV를 보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노유정?인가 하는 개그우먼이 출연하여 이혼후 아이들(유학중)
키우느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잡일을 하며 고생하는 얘기로 적지않은 동정심을
불러일으켰고,또 밤에는 용역직 환경 미화원의 일상이 소개됐는데 시청소속에
비해 열악한 환경은 물론 급여차이도 현격하게 차이남을 지적하는 내용을 봤다.
용역직은 세후 220만원 정도며 시청소속은 적어도 100만원 이상 많게는 200만원
더 많다고 한다.나보다 훨씬 많다.십년전 내봉급이 세전 135만원이었으니,,,,,,
그럼에도 그네들과는 달리 귀족처럼 생활하고 있다.
왜냐?
저축하나 할 생각도 없이 혼자 다 쓰니까~ㅎ.
군복무를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하자 친척 여동생이 친구를 소개시켜줬다.
그 유명한 정유라가 다니던 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1학년 신입생을,,,
젖비린내나기도 했지만 몇차례 만남을 지속했는데 어느날 '아버지 직업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거침없이 사장님이라는거다.그러려니 했는데,,, 연이어
"우리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사장님이세요" 하는것 아닌가.
난 속으로 '그것도 자랑이라고~' 했었고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그 여자애는
참 야물딱지고 철이 일찍 든 정말 보기드문 여자애였던 것이고 나야말로 철부지
어린애였지 않았었나 싶다.
이야기를 되돌려 만약 내 사위감이 청소부라면 좋아하고 자랑할 사람이 몇 있을까?
아마도 '공무원이야' 이러며 애둘러 말할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내 아들은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공고와 2년제대학을 나왔다.
며칠전 술좌석에서 아들은 4년제 나오지 않은 것을 후회된다고 하길래 "왜?" 했더니,
"4년제 들어갔어야 2년 더 열심히 놀았을 거 아니예요"하는 것이 아닌가.
어처구니 없기도 하지만 난 속으로 '역시 내아들이다' 하는 생각에 "짜샤, 한잔해"
하며 술을 들이켰다.아들의 학벌이 그러다보니 공부잘하는 친구가 없을뿐더러
제대로 된 직장다니는 친구 역시 흔치 않은 현실이라 한다.그 가운데에는 백수도 있고
해서 술값은 주로 아들이 낸다고 한다.
"아버지, 만약에 사귀시는 여자분 있으면 꼭 저에게 대면사켜주셔야해요" 하길래 "왜?"
했더니 "어떤 여자든 상관없는데 제가 한번 만나보고 몇마디 얘기나눠보면 금방 알아요"
하는 것이 아닌가.이 짜아식이 애 늙은이도 아니고 도대체,,,
이건 거꾸로돼도 한참 거꾸로다.
아들이 계산을 하는데 "야,너 그거 법인카드 아니지?" 했더니 "당연하지요" 한다.
아들에게는 차량지원 및 전국 어디서나 항시라도 쓸 수 있는 법인카드가 지급되는데
공적인 업무 외엔 일절 쓰지 않는다고 한다.어려서 부터 물론 내가 그리 가르쳤지만 ㅋ.
"애비는 이태껏 돈 다쓰고 오히려 빚만 한 천여만원 졌어" 했더니,아들 왈
"아버지,아버지는 술만 조금 줄이시면 돼요.남자는 그러면 쓸데가 별로 없어요.
당연히 적어도 한달에 백만원 이상은 저축이 돼요. 그럼 일년이면 값아요" 한다.
나중에 내가 더 늙고 능력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용돈을 드리겠다고 하는데,글세~
결혼하면 아파트자금지원 내지 사택까지 제공해준다하니 나혼자 다 쓰면 그뿐,
이런 철부지 애비를 둔 철든 아들은 쬐금 걱정이 들게다 ㅎ.
첫댓글 ㅋㅋㅋㅋㅋ
깊이 있는 연륜이 참 아름답습니다.
직원은 겨우 10명 남짓이지만 법인카드 들고 다니고 결혼하면 아파트지원금에 사택 제공까지 되는 회사
참 알차군요 명문대나와서 들어가는 대기업보다 훨씬 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