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폭동의 충격파에다 헌법재판소로 그 불씨를 옮기려는 책동이 온라인에서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에 지난 5일 넷플릭스에 올라온 멕시코 교도소 스릴러 리미티드 시리즈(6부작) '셀 211(Prison Cell 211)'를 보느라 심란하기만 했다.
2009년 국내에서도 개봉해 59명(!)이 지켜 본 스페인 영화 '셀 211'과 비슷해 당황할 수도 있겠다. 넷플릭스가 영화 속편 시리즈를 만들었나 싶을 수도 있는데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소개돼 있다.
영화가 바탕하고 있는 프란시스코 페레즈 간둘의 2003년 소설을 새로 각색한 시리즈다. 해서 두 프로젝트는 닮은 점이 많다. 영화도 굉장한 수작이란 평가를 들었다는데 넷플릭스 시리즈도 좋은 평가를 듣고 있다. 영화는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지수가 98%로 매겨진 반면 넷플릭스 시리즈 '프리즌 셀 211'은 어쩌면 그만큼의 격찬은 아니라 해도 폭발적인 스트리밍 히트작으로 나아가고 있다.
야후의 영화 블로그 '톰의 가이드'는 10일 글을 쓰는 시점에 '프리즌 셀 211'이 '리쿠르트'와 '나이트 에이전트' 후속작들, 새로운 실화 범죄드라마 'O J 심프슨'에 이어 넷플릭스 최다 시청 4위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당연히 소셜미디어에는 몰아서 시청했다는 소감 등이 올라왔다.
스웨덴 스릴러 '오데 살인'(5부작)처럼 러닝타임이 짧은 점이 '몰아 보기(binge-watching)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프리즌 셀 211'은 앞의 두 편은 40분을 살짝 넘기고, 나머지 네 편은 35분이면 끝난다.
영화는 주인공 후안이 교도관으로 교도소에 첫 출근한 날, 감옥에 갇히는 것으로 설정됐는데 이 시리즈에서 후안(디에고 칼바)은 인권 변호사로 나온다. 만삭의 아내를 돌보며 집에서도 의뢰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후안은 죄수를 면회하려고 죄수들로 북적이는(6명이 머물러야 할 감방에 20명이 머무른다)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제38 주립 교도소를 찾는다. 그는 곧 법정에 서서 의뢰인을 변호해야 하는데 교도소 문턱을 넘는 순간, 자기가 잘못된 때에 잘못된 곳에 왔음을 느낀다. 복수심에 불타는 죄수들이 일으킨 폭동 때문에 교도소에 갇힌 변호사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죄수인 척 굴게 된다. 과격한 죄수들을 편들라는 강요를 못 이겨 후안은 결국 금도를 넘게 되고 그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두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끝내 폭동 주동자 칼란초(노에 에르난데스)가 후안의 정체를 알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프리즌 셀 211'에는 잔인한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하지만 그 폭력은 맥락을 갖고 있으며 내러티브 목적을 위해 쓰인다. 하지만 이런 폭력적인 순간들은 역으로 교도소 환경이 얼마나 위험한가와 얼마 만큼의 곤경을 후안이 느꼈는가를 보여준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후안은 민간인 신분을 숨기도록 강요받으며 범죄를 저지르며 오히려 편안함을 느낀다.
이런 내적 갈등이 '프리즌 셀 211'의 정수다. 이 쇼는 근본적으로 한 남자가 낯설고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나락으로 내려갈 수 있나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관객은 후안이 이 곤경을 벗어나길 응원하게 된다. 나아가 관객은 후안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있는지에 대한 환상이 없어진다. 초반 장면들을 보면 변호사는 뚝딱 만들어진 화염방사기로 무장한 죄수에게 쫓겨 다닌다.
이 쇼는 회를 거듭할수록 신선함을 더하게 된다. 거의 같은 시기에 공개된 넷플리스 범죄 실화 드라마 '애플 사이다 비니거'는 워낙 많은 얘기를 한 시간 안에 녹여놔 어지러울 정도다. 그런데 이 쇼는 '다음 회' 버튼이 줄어드는 것을 설레는 마음으로 보게 만든다. 이 블로거는 첫 두 편을 보고 난 뒤 나머지 네 편이 모두 35분 분량인 것을 알고 진정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얘기의 속도가 아주 좋았고, 요구되는 것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를 만드는 것을 모색하지 않고 관객을 붙들어 맬 수 있는 정확한 분량을, 비계가 전혀 없는 적절한 길이를 찾아냈다고 칭찬했다.
교도소에 갇힌 죄수들이 어떤 권력을 어떻게 나눠 갖고, 부패한 교도소장이나 부소장의 처신과 치와와주 지사와 미국 마약단속국(DEA)의 거래, 두 마약 카르텔의 암투와 배신, 죄수와 변호사의 가족 사연 등등 복잡한 실타래들이 상당히 흥미롭게 얽혀든다. 또 잔인하고 난폭한 줄로만 알았던 칼란초가 뜻밖에 철학자 같은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엄청 설득력 있는 전개는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번 주 '애플 사이다 비니거'나 독일의 공상과학 공포 드라마 '카산드라'를 비롯해 많은 새 드라마를 공개했는데 첫 편을 보고 걸려들면 주말에 몰아 보기로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프리즌 셀 211'은 여러분의 시청 희망 목록 맨 위에 있어야 한다며 너무 빨리 몰아 보기를 끝내면, 다음 주 월요일이 시작되기 전 환상적인 영화 버전을 찾아 관람하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