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다섯 번째 붉은고추 수확
2023년 9월 19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초닷샛날
아침이 상쾌하다.
이른 아침 잔뜩 끼었던
짙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한다.
안개 사이로 파란 하늘이 열리고
한 줄기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비친다.
이제 점점 아침으로 채우던
자연마트 장바구니가 빈약해진다.
그동안 갖가지 채소들로 가득 채웠는데
밭에 남은 것은 애호박, 가지, 풋고추 뿐...
그 중에 애호박은 엄청 많이 나눔을 했다.
아마도 한 300여개는 나눔을 한 것 같다.
이제 그 나눔의 기쁨도 막바지인가 싶다.
하긴 9월도 중순을 지나 하순이 다가오니...
아내에게 핀잔을 받으면서 시작한 일,
앞마당 정비작업을 다시 재개하고 있다.
닷새 가까이 때아닌 장마같은 비가 내려서
시작은 해놓고 마무리를 못하고 지척인다.
허브 타임을 옮겨놓고 그 다음은 못했다.
다음 순서로 블루베리밭에 여기저기 사방
퍼져 자라는 할미꽃을 모두 다 흙째 캐왔다.
지난해 장독대옆의 아스파라거스 심어놓은
앞쪽에 무더기 형태로 줄지어 옮겨심었다.
축대 윗쪽은 키가 작은 꽃을 심을 생각이다.
그 다음은 현관입구의 삼지구엽초를 캐서
장독대 뒷쪽으로 옮겨심은 계획을 하고있다.
삼지구엽초 캐낸 자리에는 키작은 꽃들을
심어보려고 한다. 수레국화, 개양귀비를...
어찌되었거나 현관에서 보면 앞이 확 트인
그런 모습으로 앞마당을 정리하려고 한다.
어제 늦은 오후부터 아내와 함께 시작을 했던
붉은고추 다섯 번째 따기는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땅거미가 지는 무렵까지 이어졌다.
닷새간의 가을 장맛비에 걱정을 했지만 그것은
우리의 기우(杞憂)였던 것이다. 이상하게도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열리고 아주
잘 익은 것이다. 그러게, 우리가 살아가며 뭐든
미리 예측하고 앞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붉은고추 담당은 아내라서
고추밭을 누비며 쪼그리고 앉기도 하고 키가
부쩍 커 버려 지나다니기도 거북하고 고추를
따기도 너무 불편하다며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는 아내의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농부로서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다.
지금껏 네 번의 수확을 했지만 이번 다섯 번째
수확이 가장 많은 것 같다. 이제 앞으로 많으면
두 번쯤, 아니면 마지막 한번만 더 붉은고추를
따고 마무리로 끝물 고추를 따서 필요한 분들께
나눔하는 것을 끝으로 올해의 고추농사를 끝낼
생각이다. 이미 1~3차는 다 말렸고 아마 오늘
저녁무렵이면 4차분도 다 마르지 않을까 싶다.
거의 우리가 목표했던 우리 식구들 자급자족은
되는 듯하다. 더 이상 욕심을 낼 필요도 없으며
이왕이면 끝물 풋고추도 좋은 상태로 나눔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해마다
첫서리가 내릴 무렵의 추운 날에 끝물 고추를
따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그 경험,
그 체험을 이제는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어찌되었거나 고추농사를 잘 지어 좋은 수확을
하게 되어 농부의 마음은 흐뭇하고 뿌듯하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첫댓글 고진감래..수확의 기쁨..함박웃음 보기 좋아요
고진감래,
좋은 말입니다.
농부의 보람이 바로 고진감래입니다.
감사합니다.^^
풍성한 가을 이네요
오늘도 좋은 일만 가득 하세요
풍성함 속에 스며있는
농부의 땀, 바로 보람입니다.
감사합니다.^^
늘 함께하는 아침,
좋은 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탐나는 얘기들 주시니 부러워요.
함가보고시퍼요.
지나시는 길이 있으시면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