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1관에서는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가 열렸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따뜻한 동행의 새로운 매력’을 주제로 서울 시정의 핵심 가치인 ‘약자와의 동행’에 관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각 기업, 기관과 전문가가 모두 함께한 자리는 추운 날씨를 녹일 만큼 따뜻했다.
약자를 위한 수어통역센터, 점자 리플릿, 휠체어 대기 장소 등이 마련되었다. ©김윤경
행사명처럼 약자를 위한 준비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입구에는 수어 통역 안내 부스가 따로 마련돼 있었고, 영상에는 수어 통역이 함께했다. 리플릿은 점자용이 준비되었으며, 무대 대기 장소는 휠체어를 이용한 사람들을 위해 넓게 마련되었다. 앞으로 다른 행사도 이렇게 되기를 바라며 약자동행 기술박람회 곳곳을 둘러봤다.
돌봄 로봇부터 뇌질환 인지치료까지 약자 위한 최신 기술들
행사장 안쪽에서는 ‘투자유치(IR) 경연대회’ 최종 결선이 진행되었다. 최종 결선에 오른 발표자들은 무대에 올라 발표를 시작했다. ‘투자유치(IR) 경연대회’는 지난 10월에 참여 기업을 모집했으며, 36개 신청 기업 중 성장 가능성과 사회적 약자 도움 등을 평가해 최종 5개의 기업이 선정되었다.
혼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돌봄 로봇 '효돌' ©김윤경
투자유치(IR) 경연대회 대상을 수상한 (주)효돌 대표가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윤경
투자유치(IR) 경연대회 대상에는 ㈜효돌의 돌봄 로봇 효돌이 수상했다. 효돌은 약자동행 기술박람회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던 인형이다. 효돌 관계자는 "돌봄 로봇 효돌 2세대가 출시되었다"며,"이전의 효돌이 단방향이었다면 이제 쌍방향으로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고 비대면 건강 관리 및 응급 안전 기능을 갖췄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뇌질환 인지치료 솔루션을 개발한 마인드허브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김윤경
최우수상은 뇌질환 환자를 위한 인지 및 의사소통 재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하는 마인드허브에게 돌아갔다. 인지장애를 위한 인공지능(AI) 기반 뇌질환 인지치료 솔루션을 개발한 마인드허브 관계자는 “서울시 지적발달장애인 수가 2만 7,000명이 넘지만 기술을 통하면 서울시 사회적 비용이 1조 이상 절감된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며 “기업으로 수익 이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좀 더 진정성 있게 해결해 나가는 데 동행하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강남대학교에서 함께한 브레인 밸런스 테스트 ©김윤경
방염 소재와 에어백 원리를 적용한 복합 재난 구조용품 ‘에어캡슐’을 개발한 골든아워 ©김윤경
전시 부스에서는 51개 기업이 약자 동행 기술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신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 SK텔레콤, 네이버 클라우드, 포스코 스틸리온 등 ESG 경영에 힘을 쏟고 있는 대기업과 약자 동행 기술을 직접 개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 및 혁신 기업이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를 더했다.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을 위한 스마트 블록 ©김윤경
시니어의 AI 보행 분석 키오스크를 개발한 에이트스튜디오 대표의 발표가 이어졌다. ©김윤경
특히 AI 카메라를 통한 보행 검사로 간단하게 파킨슨병이나 근감소증 등 보행퇴행성 질환을 선발하는 에이트스튜디오의 키오스크도 시선을 끌었다. 키오스크를 통해 걸음을 체크해 결과를 볼 수 있었다. 간편한 측정을 통해 보행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좋은 결과가 나와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은 이번 ‘투자유치(IR)경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설명을 듣고 네이버 클로바케어콜을 체험해 봤다. ©김윤경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어르신께 안부 전화 드려요
약자동행 기술박람회에 대기업도 적극 참여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중 네이버의 ‘클로바케어콜’ 서비스를 이용해 볼 수 있었다. ‘클로바케어콜’은 돌봄 대상자에게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모니터링하는 AI 돌봄 전화 서비스다. 이미 전국 80개 지역 지자체 1만 5,000명이 이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는 서초와 강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고독사 고위험군 감지, 알림 등을 제공해 대상자의 모니터링을 충실히 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 AI사업 옥상훈 부장 ©김윤경
“고독사 방지를 위한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예요. 이전과 달라졌어요. 전에는 기계식으로 생사 여부를 확인했다면, 지금은 사람보다 더 말을 잘한다고 할까요?” 네이버클라우드 AI사업 옥상훈 부장의 설명이다.
클로바케어콜은 코로나19 당시 보건소에서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지자체에서 인공지능(AI)으로 독거노인에게 주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거는 아이디어를 냈고 네이버가 착수했다. 서비스 초반에는 기계적인 통화의 만족도가 좋지 않았지만, 이후 업그레이드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졌다. 자세하게 생활을 파악하게 되니 어르신도 좋아했고, 복지 담당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단다.
“왜 식사를 못 하셨냐고 여쭈니, 이가 없으시다는 거예요. 그래서 틀니를 지원해 드릴 수 있었죠. 또 어떤 분은 이야기를 통해 댁에 선풍기, 에어컨이 없다는 걸 알게 돼 지원해 드릴 수 있었어요. 어르신들이 참 정중하게 전화를 받으시고 또 낮잠을 안 주무신 채 기다리시기도 하시더라고요. 초반처럼 기계적인 통화였다면 이런 점까진 몰랐을 거고 또 지속적인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휠체어로도 갈 수 있는 화장실 찾기 포르젝트를 홍보하고 있다. ©김윤경
데이터 모아 휠체어 타고 갈 수 있는 화장실 지도 만들어요
㈜테스트웍스에서는 ‘서울 시민 100일 동행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도 갈 수 있는 화장실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지도에 표시한다. 담당자는 시민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하며 11월 21일까지 이벤트도 하니 꼭 참여해 달라고 알려줬다.
휠체어를 탄 시민이 질문을 하고 있다. ©김윤경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도 턱이 있거나 폭이 좁아 휠체어가 접근을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점도 지도에 나와 있나요?” 휠체어를 타고 지도를 유심히 보던 시민이 말했다. 장애인식개선 강사인 모티(닉네임)였다.
그는 본인이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어 도움이 될까 싶다며 관심을 보였다. 장애인이 사용하기 불편한 화장실들이 많아 급박한 상황에서 지도를 활용해 보고 싶었다며 진지하게 질문했다.
“휠체어를 타고 어디를 가려면 무척 조사를 많이 해야 해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데 지하철로 갈 수 있는지 일일이 조사해야 하는 부분이 제일 힘들고요. 또 SNS에서 맛집이나 '핫플'을 봐도 혼자서 갈 수 없다는 점이 어렵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식개선 강사 모티 ©김윤경
그는 선천적인 장애인으로 8년 전부터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다. 장애인식개선 및 동기부여를 하고 싶어 초‧중학교 등에서 장애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쉬고 있지만 조만간 유튜브를 다시 할 생각이란다. 문화생활을 좋아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어 좀 넓은 박람회를 즐기게 되었다고. 이번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도 직접 조사해 오게 되었다.
“요즘 좋아진 점이요? 지하철 게이트가 달라져서 좋아요. 예전에는 대체적으로 개표구에서 미는 문이 많아 휠체어로 이용하기 좀 힘들었거든요.” 그는 지하철 개표구가 센서 인식 게이트로 바뀌어 편리해진 점이 좋다고 말했다.
“간혹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기 어려워 마냥 기다리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강의 약속 시간에 맞춰 30분부터 1시간 여유를 잡고 출발하는데도 고장이거나 혼잡해서 차질이 생기더라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계단을 이용해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이해해 주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