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때문에 온갖 피해에 몰려 있는 지역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사업비로 63억원을 책정했다고 한다. 이 돈으로 도로도 개설·확장하고 그린벨트 내 여가 녹지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린벨트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조차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달콤한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법으로 규정돼 있어 피해는 어차피 피할 수 없으니 이 정도로 만족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지난 3년간 전국 그린벨트 해제 면적 약 47㎢ 중 39㎢가 수도권에서 해제됐다. 비수도권은 8㎢에 불과하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는 해마다 주거지역과 산업단지가 확충된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주거지와 산업단지 부족으로 전전긍긍했다. 울산은 그 폐해가 더 심하다. 전체 면적의 약 25%가 개발제한구역인데 그중 37%만 풀렸다. 전체의 약 6% 정도만 해제된 셈이다. 울산 그린벨트는 울산시가 경상남도에 속해 있을 당시 책정된 것이다. 그 결과 지난 1997년 광역시 출범과 함께 승격된 북구는 그린벨트가 자그마치 48.4%나 된다. 북구의 절반이 그린벨트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셈이다. 그러니 제 땅에다 집도 마음대로 못 짓고 심지어 축사(畜舍) 하나, 화장실 하나 고치는데도 갖가지 허락을 받아야 한다.
울산시가 거듭 건의하고 설득해 광역단체장 해제 면적 기준을 기존 30만㎡에서 100만㎡로 확대했다. 하지만 곳곳에 여전히 꼬리표가 붙어 있다. 국토부와 사전 협의를 해라 환경부의 동의를 받아라 등 잔소리 시어머니가 따로 없다. 허울 좋은 확대일 뿐 속 빈 강정이다. 더 큰 문제는 그린벨트에 포함된 사유지는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그러다가 대단위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한다며 LH가 그린벨트 지역을 몽땅 수용하면 토지 소유자는 헐값에 땅을 고스란히 내놔야 한다.
정부가 그린벨트 지역주민들을 위무하기 위해 한두 개 도로나 개설하고 녹지공간이나 조성할 일이 아니다. 기왕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대폭 이양했으면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 또 산업단지, 공공 주택단지 조성 등에만 허용할 게 아니라 토지 소유주의 요청도 해제 검토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재산권은 틀어막아 놓고 지역주민 지원사업이란 명목하에 알사탕 한두개 씩 던져 줄 일은 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