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포
마디마디 움트는 숨 그 숨결 고르며
새소리 물소리로 목청을 푼 빗소리로
허공에 울려퍼지다 돌아오는 너의 노래
여리고 감미로워 허릿살 낭창한 곳에
슬프고도 아름다워 뱃심 우묵한 곳에
벅차게 품어도 좋을 도저한 밀약의 노래
모천을 거슬러 온 연어의 절창처럼
올찬 파도 채보하는 먼바다 별빛처럼
목놓아 부르다 보면 닳고 마는 마디마디
안개분수
당신이 짙어지면 비로소 설레지요
연유를 알 수 없는 그 푸른 심연에서
서서히 길러올리는 유장한 천의 목소리
당신이 느껴지니 온 빛으로 춤추지요
외로 돌아 바로 돌아 자늑자늑 스러지는
뒷모습 그것마저도 오롯이 거두는 밤
당신은 목비처럼 가슴 흠뻑 적시고요
어둠 속 한순간을 피었다가 지는데
미련한 잔불로 남아 꿈틀대는 아직 너
능수버들
또 그의 빈말처럼 한나절 쏟아진다
한사코 막아내는 가로막이 생겼는지
이제는 젖지 않으니 빗속에 설 수 있다
마구잡이로 찾아와 자꾸 쏘아붙여도
깃털처럼 툭툭 털어버리면 그만인 것
제자리 잘 서 있으면 능수가 되는 것이다
들이치고 파고들면 긴 팔로 내쳐야지
비와 바람의 공작 거세진들 부러질까
구태여 그치고 말 것에 맘 쓸릴 까닭 없다
골짜기를 지나온 밤
별안간 쏟아지는 후드득 빗소리에
둥지를 잃어버린 새처럼 허둥지둥
산골짝 온데간데없이
지워진 길 찾습니다
진화를 거스른 칠흑 같은 원시의 밤
굶주린 짐승들은 뱃가죽 두둑이
두려운 기운을 채워
연신 울부짖습니다
숲은 나무를 길러 위기를 재우는 곳
지그시 눈빛 내려 약자로 전락했던
한없이 보잘것없는
간밤을 은닉합니다
무인도
속내 접는 파도에 드리우는 어스름
6시, 한 점 뭍으로 반도의 끝에 선다
마침내 경계를 허물며 정박하는 저물녘
수없이 되뇌다가 입술로 닫힌 섬을
그 밖에 그럴 수밖에 그렇게 동여맨다
서로가 미루어 아는 오래도록 기댄 날
뜬금없이 올 때면 위태로운 날 붙들어
눈시울 젖는 노을에 허리를 주저앉힌다
머무는 마음만으로도 곁이 되는 나의 섬
- 시조집 『가장자리 물억새』 작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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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경 시인 시조집 『가장자리 물억새』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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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4
24.11.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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