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혈, 또다른 병의 신호일수 있다
[이지현의 헬스&웰빙]빈혈, 암·자궁근종 때문에 나타날수도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이지현의 헬스&웰빙]빈혈, 암·자궁근종 때문에 나타날수도]
#직장인 김모씨(34·여)는 여름철 몸매 관리를 위해 최근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식사량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였다. 끼니를 거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며칠 째 계속된 다이어트에 결국 몸에 탈이 났다. 어지럼증 증상과 함께 가끔 눈앞이 까매지고 귀가 먹먹해져 발걸음을 떼기 어려웠다. 급기야 최근엔 호흡 곤란 증상까지 나타났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중증 빈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름을 맞아 막바지 다이어트 계획을 세우는 여성들이 많다. 짧은 기간 높은 다이어트 효과를 보기 위해 많은 여성들이 식사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 같은 여성들을 노리는 질환이 바로 빈혈이다. 다이어트 등 각종 식습관의 영향으로 국내 성인 여성 빈혈 유병률은 15.9%에 이른다. 성인 여성 6명 중 1명은 빈혈 증상을 보이는 셈이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10세 이상 여성의 빈혈 유병률은 남성의 4배에 이른다.
여성의 경우 철 결핍성 빈혈이 남성보다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임신부들의 경우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빈혈이 발생하기 쉽다.
임신부 빈혈의 경우 방치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태아 성장을 방해해 기형아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욱이 빈혈은 그 스스로 질환이 되는 것은 물론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빈혈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하는 이유다.
◇빈혈, 산소 운반 월활하지 못해 발생=빈혈은 혈액이 인체 조직의 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조직의 저산소증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일은 혈액 속 적혈구가 담당한다. 대개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을 기준으로 빈혈을 진단한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의 경우 헤모글로빈 농도가 13g/dL, 여성은 12g/dL일 때 빈혈로 정의한다. 또 헤모글로빈 농도가 6~16세 청소년은 12g/dL, 6개월~6세 미만 소아는 11g/dL, 임신부는 11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한다.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빈혈은 철분 결핍성 빈혈이다. 전체 빈혈의 90%에 이른다. 특히 여성들에게 철 결핍성 빈혈이 많다. 철 결핍성 빈혈은 간에 존재하는 저장 철분의 형태와 철분 이동을 돕는 효소의 결합 비율 등을 측정해 판단한다.
이외에도 재생불량성 빈혈, 용혈성빈혈 등이 빈혈 관련 주요 질환이다.
◇암, 자궁근종도 빈혈 유발 질환=빈혈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편식 등 잘못된 식습관으로 체내에 필요한 철분을 음식으로 섭취하지 못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임신부, 성장기 청소년 등은 평소보다 철 요구량이 증가해 발생하기도 한다. 위장 기능이 떨어져 철분이 체내에 흡수되지 못하거나 출산, 수술 등으로 과다 출혈이 발생할 경우에도 빈혈이 발생한다.
빈혈은 암 때문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기현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팀에 따르면 빈혈 증세로 내원한 503명의 환자 중 31명이 암으로 진단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암은 다른 장기보다 많은 양의 산소와 영양소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신생 혈관'을 만들어 혈액을 끌어 들인다.
이처럼 새롭게 만들어진 '신생 혈관'의 경우 보통 혈관보다 혈관벽이 약해 작은 자극에도 쉽게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빈혈 증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빈혈은 치질, 갑상선기능 이상, 소화성궤양, 자궁근종 등 각종 양성 여성 질환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기현 교수는 "단순 빈혈로 생각된 경우에도 근본원인이 되는 질병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나이가 많고 남성일 경우 빈혈 증세가 나타나면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빈혈 심할 경우 폐부종, 만성심장질환 유발=각종 원인 질환 때문에 빈혈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빈혈 그 자체가 질환이 되기도 한다.
가벼운 빈혈의 경우 증상이 거의 없어 지나치기 쉽지만 빈혈이 발전하면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피로, 식욕저하, 소화불량, 현기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겪게 된다.
중증 빈혈 환자의 경우 맥박이 희미해지고 만성심장질환이 나타나게 된다. 온 몸이 붓고 폐부종 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빈혈을 방치할 경우 태아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발육지연, 발달장애, 저체중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태아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산모가 출산의 어려움을 겪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산후 우울증, 무기력감, 스트레스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피부가 창백하고 누렇게 뜬 것 같거나 손바닥의 핑크색이 사라지거나 손톱이 쉽게 부러지는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을 찾아 빈혈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식습관 개선과 철분제 복용 도움돼=빈혈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한 다이어트를 삼가고 균형 있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다. 대개 빈혈을 치료할 땐 부족한 철분을 약물을 통해 보충한다.
약물 치료는 먹는 약과 주사약으로 나뉜다. 먹는 철분제의 경우 약값이 적게 들고 약국에서 쉽게 약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흡수율이 주사제 보다 낮고 위장 장애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철분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면 '변비'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주사제다. 변비 등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흡수율도 높일 수 있다. 페린젝트 등 고용량 주사제가 출시되면서 관련 시장 역시 확대되는 추세다.
이정재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는 "고용량 철분 주사의 경우 한 번에 많은 양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어 많이 활용된다"며 "특히 병원을 찾는 데 부담을 갖고 있는 임신부들이 많이 찾아 산부인과에서 사용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이지현기자 blue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