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쓴 글(http://m.cafe.daum.net/subdued20club/Lp0T/111402908?svc=cafeapp)이 여기저기 엄청 스크랩 됐더라고? 그런데 뭔가 오해들 있는 것 같아서 아예 각 잡고 좀 다시 써볼게. 참 나는 사회부 기자야
1. "페미니즘" 시리즈 기획 자체는 이미 신문사마다 많이 나왔어. 요즘 언론사에서 시리즈 기획은 엄청 많이들 냈어. 본 적 없다면 여시가 신문을 안 읽는 거라고 생각해. 오마이뉴스는 페미니즘 시리즈를 다섯번이나 냈어 서울경제랑 한겨레도 두 번씩 냈고 세계일보는 아예 반페미니즘 기획을 내고 있다만은... 어쨌든 페미니즘 기획 안 낸 언론사는 아마 없을걸
2. 페미니즘 핫한 사건들 기사가 안 나온다? 불용시위 기사 안 나왔다? 핫한 사건의 기준이 뭔진 모르겠는데, 언론에서는 그림이 될 만한 사건들이 터지면 무조건 다 나가(보도자료를 수신했다거나 연락을 받았으면) 스쿨미투 집회 땐 집회 참여자 만큼 언론사 많이 갔었고 불용시위도 혜화역 항공샷 찍은 거 언론사야 불용시위 때 스탭과 기자들 마찰 있었던 건 사실인데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괘씸해서 안 쓰고 그런 일 없어 기껏 갔는데(심지어 주말에) 낙종?... 존나 말 안 되지 미투 터질 때 언론사들 난리나는 거야 알고들 있겠지 비웨이브 시위야 뭐.. 워낙 꾸준히 했으니 새로운 무언갈 하기 전엔 언론사가 다시 잡기 어려울 뿐이지 몇 번 취재 했었어
3. 페미니즘 기사는 항상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한겨레에서 "묵주반지를 낀 페미니스트" 책 서평을 탑기사로 썼더라? 지면에서 탑자리에 들어가는 건 꽤 큰 의미야 언론에서 페미니즘 자체를 외면하는 건 아니야 최근엔 임정/3.1운동 100주년에 작년부터 여성 독립운동가 대거 보훈 하고 있어서 여성독립운동가 기사 쏟아지더라 미투 기사야 뭐..
4. 그럼 안 나오는 "페미니즘" 이슈들은 뭘까 기사를 쓸 때는 정황증거만으로 쓸 수 없어 반드시 일정한 수치 증거 등이 필요해. 몇 가지 주제들로 쓸 수 있고 없는 거리들을 보여줄게.
[2030여성들의 남성혐오가 심하다] 라는 주제가 있다면 이걸 어떻게 근거 마련을 할 거야? 이런 경우 못 써. 1000명 이상의 여론조사를 진행하든가 해야 하는데 불가능하잖아. 구글 트렌드 등에서 한남충 같은 말이 언제 등장했고 얼마나 쓰였나 볼 순 있는데 운동의 하나로 쓰이기도 하니 또 근거로 약해. [2030여성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크게 가지고 있다] 이런 주제는 또 근거 제시가 가능하니까 쓸 수 있어. 실제 페미니즘/젠더 관련 강연과 포럼이 어느 년도부터 얼마나 생겼는지 온오프믹스 같은 플랫폼에 물어보거나 2030여성의 페미니즘 도서 구입 비율을 다른 나이대 다른 성별과 비교하면 돼. [탈코르셋 운동이 불어서 화장품업계가 타격을 입었다] 이런 말 진짜 많은데 이런 건 아예 기사로 쓸 수도 없어. 화장품업계의 몰락은 탈코르셋 운동 이전부터 나오던 말이고 중국 사드 보복 이후 급가속 됐어. 탈코르셋 운동 자체는 쓸 수 있지.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으니까! 최근 하는 [여성소비총파업]의 경우는 진짜 기사화 할 수 없지. 이러저러한 움직임이 있다까지만 쓸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예야. 여성소비총파업으로 일어난 일이 암것도 없으니까. [여성 정치인 지지 선언] 이런 주제는 진짜 애매해. 메갈 시절 의원이었던 진선미한테 천만원 후원 들어간 건 딱 쓰기 좋은 본보기야. 진선미가 소라넷 언급했고->메갈이 조직적으로 후원운동을 하고->천만원 후원을 했고 그걸 의원실서 말했으니까. 그런데 지지선언의 경우 선언만 하고 인증이 없잖아. 후원인증이 쏟아지거나 특정 의원을 엄청 밀어주면서 어떤 캠페인?(박영선 의원을 밀어주는 움직임은 보였는데 그냥 단신처리만 할 정도여서 난 단신으로 썼어) 하는 게 아니잖아. 지하철에 광고판이라도 걸면 모를까...
5. 써도 데스크가 막는다? 이건 언론사마다 다를텐데 일단 내가 다니는 신문사는 부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막지 않는 편이야. 하지만 여성이슈는 잘 다뤄도 칭찬 못 듣고 잘못 다루면 욕쳐먹고 자칫하면 고소 당하기(미투 기사 잘 안 쓰면 언중위에 고소당함^^) 때문에 데스크에서 기본적으로 좋아하질 않아 남성 데스크들의 경우 더 안 좋아하겠지 군바리들 취재하느라 바쁠테니까욜~~~
하지만 원론적으로 페미니즘/여성 이슈 기획을 데스크다 안 좋아하는 덴 이유가 있어 왜?
트래픽 안 나와^^ㅎㅎ 솔직히 진짜 진짜 안 나와ㅎㅎ 언론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기사 조회수야. 나는 사회부 기자로서 페미니즘 관련 기획을 꾸준히 올렸고 썼어. 그런데 솔직히 진~~~~~~~~~~~~짜 안 읽어.
오히려 네이버에서 보면 남자들이 더 읽음ㅎ 맨날 나 줘팸 아줌마기자라면서ㅡㅡ 그나마 가끔 트래픽 나올 때가 있어. 그때가 언제냐면 내용은 하나도 없고 쉽게만 썼는데 진짜 20대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좋아하는 말 나올 때^^ 뭐 탈코르셋이니 뭐니 하는 말들^^^ 교차성 담론, 무슬림 페미니즘, 에코 페미니즘, 빈곤과 여성, 노인빈곤 이런 좀만 깊이 있는 기사 쓰면 조회수 박살남ㅎ
그럼 또 위에서 조회수 안 나온다고 쳐맞음^^ 힘들게 기획 통과 시켜서 기껏 취재해서 썼는데ㅋㅋ 그러니 당연히 페미니즘 기사를 덜 쓰게 되는 거지 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하하하하
한 번 쓸 때마다 트래픽 4,5000씩 터져봐 페미니즘 기사에만 매달려 쓰겠지 현실은 400^^ㅎ 나 기사 왜썼지ㅎ
데스크 입장에서는 언론사에 대한 악플 수두룩뻑뻑 달린 기사인 데 심지어 조회수도 재기한 페미니즘 기사를 좋아하겠어?
6. 그럼 어째야 하나?
페미니즘 이슈는 커뮤니티 안에서만 돌면 안 돼 언론사에서 터뜨리길 원한다면 더 시끄럽게 해야 돼 그렇다고 게시글 존나 쓰고 재기재기 하라는 건 아니고(게시글 존나 쓰고 트위터 존나 해봤자 그걸 기사로 어케 쓴단 말임?) 인증을 하든가 캠페인을 하든가 시위를 하든가 무조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무언가를 해야 해
그리고 어떤 무언가 사건이 있으면 진짜로 부끄러워 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기자들한테 메일을 보내야 해 인터넷 신문 보면 페미니즘이슈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있어 기자들은 메일로 보도자료를 받기 때문에 매일 수시로 메일 확인을 해 메일을 보내서 제보하면 돼 어떤 사건이건 움직임이건 제보하면 돼 보고 와꾸가 괜찮으면 기자가 추가 취재를 해보려고 연락을 하겠지
그리고 좋은 기사는 여시에서 보지말고 꼭 뉴스페이지 들어가서 조회수 좀 올려줘 시발..... ㅜ 오늘도 트래픽으로 개까임
첫댓글 요 한 달 간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많이 터져서 힘든 거 알아ㅜ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 조금이라도 변하게 하려면 계속 관심가지는 수밖에 없어 다시 힘내자♥
많이 알고간다.. 고생하네ㅠㅠ 보탬이 되고싶다 기사 열심히 찾아봐야지
여시 고마워!!!
좋은 정보 고마워 덕분에 자각하고 더 열심히 찾아서 보고 관심가져볼께
반성한다 마지막 말 완전 나야 쩌리에 올라오는 기사는 보지만 내가 찾아서 보진 않는 편이였는데 꼭 페이지도 들어가고 관련 기사들도 찾아봐야겠다 좋은 정보 고마워
ㅁㅈㅁㅈ 좋은기사 잇으면 꼭 출처 들어가서 추천까지 누름!!
뉴스페이지 들어가서 꼭 볼게. 관심이 여기 안에서만 고였다 끝나면 안되니깐!
전에 이 글 보고 나도 쩌리 기사 링크 꼭 들어가서 보고 추천도 누르고 후속기사원한다고 꼬박꼬박 누르는중!! 끌올고마워
하긴 쩌리만 봐도 그렇지... 페미니즘 기사가 흔해졌으먄 좋겠다 한남들 댓글 때문에 안 본지 좀 됐는데 나라도 선플 달고 해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