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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쌉소리 하지마
출처 : 네이트판
방탈 죄송합니다.
결시친 여러분들의 조언을 듣고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주위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될까 무섭고, 엄마가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겁이 나지만 그래도 용기내서 올려봅니다. 급하게 쓰는 글이라 다소 길고, 두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로 20대 초중반이 된 여자입니다. 제목 그대로 엄마에게 사과를 받았고, 도저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 상태입니다.
저는 태어난 직후부터 서너살 무렵까지 외할머니 댁에서 자랐습니다. 맏이였고, 부모님이 맞벌이라 바쁘신 탓이었습니다. 듣기로는 일~이주에 한 번 부모님이 절 데려가셨다고 하더군요. 그때마다 부모님 얼굴이 낯설어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부모님께선 그런 저를 재우기 위해서 차에 태우고 몇 시간을 돌아다니곤 하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 때까지도 할머니 댁에서 놀다가 부모님과 집에 갈 때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울컥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네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특히 엄마와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5살 터울의 남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는 더 심해졌고요. 엄마 말로는 제가 영악했다고 하는데, 이기적인 말이지만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다툼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곱 살 때, 유치원에서 친한 친구를 데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통학버스에서 친구와 놀다가 ‘우리 집에 놀러 갈래?’ 하고 데려가게 된 거였죠. 그날 저는 피아노 학원에 가야 하는 걸 잊었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제 친구가 보는 앞에서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생각도 없이 친구를 데려왔다고요.
물론 피아노 학원을 잊은 건 제 잘못이었겠죠. 엄마에게 울면서 하루만 놀면 안되냐고 물었다가 더 아프게 맞은 기억이 납니다. 학원을 다녀온 후엔 이미 친구는 집에 간 뒤였고, 방에서 더 맞았습니다.
또 하나는 정동진에 놀러갔을 때인데, 이 때도 유치원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 엄마, 갓난 아기였던 동생, 할머니, 그리고 저 다섯명이서 한겨울에 바다를 갔었죠. 해가 진 뒤 들어간 카페에서 제가 실수로 코코아를 쏟았고 그 즉시 뒷덜미를 잡힌 채 끌려 나가 맞았습니다.
그 외에도 물건을 잃어버려서 맞거나, 식탁에서 밥을 흘려 멱살을 잡힌 일들이 기억납니다. 엄마가 청소기를 밀 때면 저는 항상 맞았습니다. 그냥 혼나는 게 아니라, 들고 있던 청소기로 맞고, 머리채를 잡히고, 발로 차이면서 제가 어지른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이유는 매번 집을 어지럽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도 청소기 켜지는 소리만 들리면 왠지 모를 불안함에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엄마가 때리는 걸 막다가 팔이 두 배 정도 부어서 이주동안 한 쪽 팔을 움직이지 못 한 적도 있고, 쇠파이프로 등을 맞아서 검게 멍이 든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우스갯소리로 그 때 많이 맞아서 맷집이 웬만한 남자보다 좋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많이 했습니다.
조금만 잘못해도 맞는 게 무서워서 아닌 척 거짓말을 했고, 들켜서 더 많이 맞곤 했지요. 아마 제 생각엔 이 때부터 제가 소위 말하는 ‘영악한’ 행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엄마 눈에는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가증스러워보였겠지요.
엄마는 제 대부분의 말을 믿지 않았고, 그래서 전 가끔은 하지도 않은 일로 혼을 나기도 했습니다. 몽둥이를 들고 사실대로 말하라는 엄마가 무서워서 거짓 자백을 한 적도 더러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적응 할 수가 없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왕따였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피했고, 몇몇 선생님은 저를 포기했죠. 그 무렵 ADHD진단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미술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지만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가는 일이 점점 많아지자 엄마와의 갈등은 더 심해졌습니다.
절정으로 치닫은 것이 초등학교 6학년~중학교 1학년 무렵이었는데, 이 때 엄마가 처음으로 칼을 들었습니다. 어떤 일로 다퉜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분명 제가 엄마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겠죠.
저는 빌고 있었고, 엄마가 주방에서 칼이랑 가위를 꺼내들고는 저를 찌르려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 8층에 살고 있었는데, 저를 베란다 쪽으로 몰아가면서 뛰어내리지 않으면 찔러 죽이겠다고 한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제가 맨발로 도망을 쳤던 것 같습니다.
엄마 친구들과 주민들이 집에 오고 나서 상황이 마무리 된 것 같은데, 저는 친구 집에 있다가 나중에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침대에 앉아서 숨을 고르는 엄마를 보고 ‘내 존재가 독이구나’하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 자살 시도를 몇 번 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커터칼로 손목을 긋고 뜨거운 물에 담그기도 했고, 제 방 창문에서 뛰어내리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자살 직전 친구에게 전화를 한 것이 신고가 되어 구조대에게 끌어내려졌습니다.)
자살 목적이 아닐 때도 툭하면 자해를 해서 아직까지 손목에 흉터들이 남아있습니다. 엄마는 종종 저를 베란다에 가두고 뛰어내리든가 거기서 평생 살라는 말을 했는데, 저는 그 때마다 손목을 그었습니다. 손목을 그으면 무서운 생각들이 없어졌거든요.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 적응을 하지 못했고, 저는 항상 따돌림의 대상이었습니다. 친구들에 의해 선생님 앞에서 공개적으로 망신까지 당하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학교에서 뛰쳐나와 아파트에서 다시 한 번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주민들의 신고로 119 구조대가 출동하고, 화단에 에어백까지 설치되며 요란을 떨었죠.
그리고 저는 이 일로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부모님이 저 때문에 학생부장 선생님께 무릎까지 꿇으셨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도 이 생각을 하면 너무나 죄스럽습니다. 이 때부터 아빠가 제게 제발 고등학교만 졸업해달라고 하신 것 같네요.
17살 때 고등학교를 제법 먼 곳으로 가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되었고, 몸이 멀어지니 엄마와의 관계도 조금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집에 오는 날에는 싸움을 반복했죠. 이 시기 역시 학교생활이 순탄치 못해 우울증에 걸렸었는데, 부모님께 말 할 수가 없어서 받은 용돈으로 정신과를 다녔습니다. 이걸 알게 된 엄마와 다시 한 번 다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엄마는 ‘네 동생까지 정신병자 만들지 말고 나가서 죽어’라고 소리를 질렀고 저는 그 때 처음으로 가출을 했습니다. 그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거든요. 물론 이틀 만에 집으로 돌아왔지만요.
중간 중간 심리 치료도 받아보고, 엄마와 같이 상담도 해봤지만 늘 끝은 같았습니다.
엄마는 저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는 말을 자주 했고, 엄마가 이렇게 된 건 다 제 탓이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당연히 저는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아빠도 중간 다리 역할을 하시다가 지쳐서 포기하신 적이 많습니다.
(엄마가 원래 매몰찬 사람인가 하면 그건 아닙니다. 동생을 대할 땐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하면서 많이 예뻐하시고요. 부모님 말로는 동생은 저와 다르게 키우기가 편하셨다고 합니다. 안 아픈 손가락은 없어도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는데, 동생이 그런 존재인듯 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도 동생은 저보다 훨씬 순탄하게 자랐거든요.)
참 모순적인 게, 그러면서도 엄마는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는 굉장히 지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보내달라는 학원은 다 보내주셨고, 제 심리 치료에만 몇 천 만원을 들이셨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예체능에 재능을 많이 보였는데, 부모님이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지금도 음악, 글, 그림 등 그 방면으로는 못하는 게 없을 정도입니다.
남들보다 아이큐가 높은 편인 것을 아시고 영재 학원이며 각종 과외도 많이 시켜주셨고요. 부끄럽지만 엄마가 특목고, 민사고 준비까지 시키셨습니다. 결국 예체능을 전공하긴 했지만요. 자랑이 아니라 그만큼 저에게 많이 투자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 나를 자식으로 여기긴 하는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제가 동생보다 금전적으로 더 많이 투자받았다는 걸 항상 말씀하셨고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만 이래저래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해서 저는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잘 극복하고 다니는 중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엄마의 폭언을 나름 유도리 있게 넘길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최대한 마찰을 피해왔습니다. 엄마도 예전처럼 손찌검을 하진 않고요.
엄마가 스스로 화에 못 이겨서 썅;년, 나가 죽어 등의 욕설을 할 때는 ‘알았어, 미안해.’ 하고 적당히 화를 누그러뜨리는 법도 배웠습니다. (이럴 땐 주로 몇 시간 후에 다시 내가 서운했던 점에 대해서 카톡으로 길게 장문을 보낸다던가 하는 방법을 씁니다.)
그렇게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얼마 전 크게 일이 한 번 터졌습니다. 엄마가 제 잘못이 아닌 일을 문제 삼아 힐난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신 겁니다. (별 것 아니었고, 동생이 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했고요.) 평소 같으면 알았어, 하고 넘어갔을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엄마의 말투에 너무 화가 났고, 똑같이 맞받아쳤습니다. 왜 동생은 탓하지 않느냐는 제 말에 엄마는 ‘걔는 너랑 달라. 편하게 키웠어.’ 라는 말을 하셨죠. 아마 거기서 퓨즈가 나간 것 같습니다. 말싸움이 격해졌고 저는 어릴 때의 일을 죄다 꺼내 쏘아붙였습니다. 카톡을 중간중간 지워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일단 있는 것만 요약해서 대화체로 쓰겠습니다.
엄마 : 네가 평소에 잘해봐. 내가 이런 말을 하나. 걔(동생)랑 너랑 같니?
나 : 나도 엄마 자식이야. 그리고 나는 걔 나이 때 엄마한테 매일 욕 듣고 살았어. 왜 엄마 짜증은 항상 나한테만 향해? 걔만 싸고돌기 전에 엄마 태도가 차별적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엄마 : 참 너란 인간 한심스럽다. 너 고등학교 때 걔보다 1000배는 더했어, 네 부모가 너한테 왜 그러는지 생각해봐. 짐승만도 못한 것. 네가 잘했으면 내가 안 이러지.
나 : 내가 그렇게 잘못했어?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7살짜리를 머리채잡고 팼어? 초등학생이 뭘 안다고 칼 들이대면서 죽이려고 한 건데? 코코아 엎은게 그렇게 죽일 일이야? 내가 정신과 간 게 다 내 탓이야?
엄마 : 너 참 주둥이 잘 놀린다. 네가 예쁜 짓 하는데 어떤 미친 부모가 화를 낼까? 죽을똥 말똥 힘들게 살고 있는 네 부모는 안중에도 없는 년.
나 :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엄마 : 넌 늘 부모 속만 썩였잖아. 어릴 때부터. 천성이 그른 년.
나 : 그럼 내 존재 자체가 죄라는 말이야?
엄마 : 그렇지
나 : 어 그래 존재 자체가 죄네 미안해.
엄마 : 알면 됐어
나 : 중학교 때도 이 소리 듣고 죽으려고 했는데. 내가 살아있어서 유감이겠다, 그치?
엄마 : 주둥이 찢어버리기 전에 그만해. 벌써 죽었어야 되는데
나 : 알았으니까 다 내 탓 해. 존재 자체가 잘못인 애랑 무슨 말을 해?
엄마 : 내가 죽지 못해 살아있다, 그놈의 책임감 때문에. 도대체 니년이 살면서 한 게 뭐가 있어?
나 : 나는 나름 노력한다고 한건데 그건 하나도 안 보였나보다. 잘하려고 노력한 내가 등신같네. 한 게 뭐가 있냐는 소리나 듣고.
엄마 : 노력한 게 그거였어? 도대체 네가 뭘 했는데? 니가 부모 인생 망치기밖에 더 했어?
나 : 엄마 눈엔 내가 못 한 것 밖에 안보이지? 내가 여태 노력한 건? 엄마랑 안 부딪히려고 참고 소리 질러도 이해하고 넘어간 건?
엄마 : 아주 건수 하나 잡았다고 유세를 떠네.
나 : 이게 유세 떠는 걸로 보여 엄마는?
엄마 : 진작에 밖에 버렸으면 이 꼴도 안 봤을텐데. 안 먹고 안 쓰고 돈 갖다 처바쳤더만 이제 와서 하는 싸가지 하고는. 더러운 년아, 부모 등골 다 빼먹어놓고 이제 와서 부모 탓을 해? 미친년.
나 : 그래 내가 미안해. 기질이 이래서 고치려고 해도 고쳐지지가 않네.
엄마 : 넌 천성이 글렀어. 넌 다 거짓말이잖아 숨쉬는 것 빼고.
나 : 그래, 다 거짓말이겠지. 애초에 믿지를 않는데 뭐가 진심처럼 들리겠어. 근데 내가 이렇게 된 데 가정환경이 일조하지 않았다고 말 할 수 있어? 어릴 때 면도칼에 손 베여서 피 뚝뚝 날 때도 아프단 말도 못하고 엄마한테 혼날까봐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기도했어. 상처 아물게 해달라고. 상처 들키면 엄마한테 맞을 거 뻔하니까. 그걸 보면서도 느낀 게 없어?
엄마 : 그건 너같은 년들 기질이야. 남 탓하지 마, 구역질 나. 그래 남 탓해야 위로가 되겠지. 악마같은 년. 너는 사탄새끼야. 지 부모 이렇게 만든 줄도 모르고.
나 : 엄만 내 탓하면서 위로 받나봐? 이 정도 말하면 내가 상처 받아야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서 미안.
엄마 : 길게 말 안할게. 연 끊고 나가 지금. 내가 머리채 잡고 내보내기 전에 나가라.
나 : 항상 나가라는 식이지? 자식새끼 악마취급하면 속이 좀 편해?
엄마 : 너같은 괴물이랑 산다는 건 저주야. 이제 저주에서 벗어나서 편하게 살자. 더러운 꼴 보기 싫으면 당장 나가. 기대한 내가 미친년이지. 나 들어갔을 때 너 있으면 가만 안 둬. 맨 몸으로 나가기 싫으면 지금 짐 싸.
나 : 그래 나갈게.
‘넌 존재자체가 죄다’ 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제 인생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태어나면 안됐던 걸까, 뭐가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차더라고요. 악마니, 죽일년이니 하는 것들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저 문자를 보고 이젠 진짜 나가야겠다하는 생각에 짐을 싸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 때가 아마 새벽 3시 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완전히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친구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단기 알바를 뛰고, 기숙사가 있는 직장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까지 합격했습니다. 입사 할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말에 대기를 하고 있었죠. 그렇게 1년간 회사에 다니면서 돈이 조금 모이면 원룸을 구하고, 학교는 그 후에 복학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다닐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빠와는 간간히 연락을 했는데, 엄마가 말하길 제가 분명 키스방이나 유흥업소에 가서 몸을 팔고 있을 거라고 했다더군요. 아빠가 아닐거라고 하니 증거를 가져오라고 했대요. 본인은 확신한다고.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도대체 나를 뭘로 보면 그렇게밖에 생각이 안될까 하고요.
결국 아빠께 제가 알바한 곳의 내역까지 뽑아드려야 했습니다. 저 그런 더러운 짓 안 한다고요.
집에 다시 돌아갈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제가 나가있는 동안 아빠는 내심 불안하셨는지 계속해서 연락을 하시더군요. 결국 한 달쯤 되었을 때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들어온 건 아니고, 입사 전까지만 있는 걸로요. 들어온 이후로도 엄마랑은 전혀 대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로부터 온 문자를 발견했습니다. 어젯밤에 보내셨더라고요. 또 무슨 폭언을 할까 싶어 뒤늦게야 문자를 열어봤는데, 예상과 달리 저에게 사과를 하시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자를 보고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분명히 난생 처음 사과를 받았는데,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좋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건 제 잘못이라는 말을 듣고 컸고, 저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길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는 늘 가정을 파탄 내는 장본인이었습니다. 엄마의 상처나 아빠의 우울증을 모두 제 탓인 것처럼 여기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한 순간에 이런 사과를 받으니 제 안의 무언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온갖 폭언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고,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도 덤덤했는데 이 문자 한통이 모든 걸 깨부수는 느낌입니다. 온갖 감정들이 밀물처럼 밀려와서 저를 덮치는 것만 같아요.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죽고싶은 마음도 듭니다. 홀가분하다거나, 기쁘다거나, 고맙다거나 하는 마음보다 허무함이 가득합니다.
뭐라고 답장을 보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답장을 하지 않기에는 뒷일이 무섭고, 괜찮다고 하기엔 괜찮지가 않고, 미안하다고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 엄마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엄마를 이해해야 할까요? 아니면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태어나서 엄마를 힘들게 한 게 죄라고 시인해야 할까요?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제발 조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에 대한 욕은 자제해주세요. 어디가 아프신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단순히 저와 유대관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동생이나 다른 사람들에겐 항상 잘하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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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글
일어나니 톡이 되어있네요. 댓글들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어제 많이 울었어요.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베댓에 제가 취업을 하니 금전적으로 도움을 받으려고 그러는 거다, 라는 말을 하시는데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어머니는 자영업을 하시고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셔서 제 학비며, 생활비까지 모두 책임져주십니다. 용돈도 넉넉하게 받는 편이고, 사달라는 것은 다 사주실 정도로 지금까지 금전적인 지원은 아끼지 않으십니다. 장난삼아 부모에게 받은 게 많으니 돈 많이 벌어라~ 라고는 하시지만 경제적으로 부담을 주신 적은 전혀 없고요. 그래서 저 사과가 더 혼란스러운 겁니다. 차라리 어떤 목적이 보이면 그렇겠구나 하겠지만, 저한테 아쉬는 것도 없는 입장에서 갑자기 저런 태도를 보이시니 갈피를 잡지 못하겠습니다.
자존감 문제를 걱정해주시는 분도 있는데, 이런 말 드리기 부끄럽지만 자존감은 높은 편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자존감이 바닥이었는데, 이상하게 어느순간부터 괜찮아졌어요. 제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의기소침하다거나, 스스로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는 가진 재주가 많고, 그걸 살릴 능력도 있다고 생각해요.
실수하는 부분에 있어선 내가 사람이기에, 그리고 아직 미성숙하기에 그럴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어린시절이 불행했다는 것도 압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그걸 다 인정받을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서 아직까지 많이 혼란스럽지만 모든 게 다 제 탓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정도로 맞먹고 소리칠 수 있는 거겠죠, 엄마의 행동은 옳지 못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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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추가
어제 톡을 올리고 댓글을 보면서 울고 있는데, 엄마가 집에 들어오셔서는 방 밖에서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ㅇㅇ야 엄마가 초콜릿 사왔어~ 먹을래?' 하시는 겁니다. (발렌타이라서 그러신듯 해요. 방문이 닫혀있어서 제가 우는 건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핀트가 뚝 끊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난 이렇게 혼란스럽고 아픈데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거는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서요. 정말 사과로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가? 하는 마음에 그대로 집을 나가 아파트 화단에 앉아 30분 넘게 오열했습니다. 현관문을 딱 닫고 엘리베이터를 여는 순간 울음소리가 저절로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크게 울어본 건 근 5년동안 처음이었습니다.
제가 울면서 나가니까 아빠도 놀란 모양이신지 문자랑 전화를 하셨는데, 전화를 받고 제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대성통곡을 하니 밑으로 내려오셨습니다. 왜 갑자기 그러냐며 묻는 말에 말없이 엄마 문자를 보여드렸어요. 그러니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로 엄마가 사과를 했는데 왜 우는거니?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너에게 다가가려고 하는데 네가 이렇게 거부하면 안되잖아. 하시는데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난생 처음 사과를 하고 다가왔으니 저는 다 받아들여야한다는 그 강요가 너무 숨막혔거든요.
제가 울면서 사과를 한다고 그동안 불행했던 내 인생이 다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렇게 사과할거면 여태 내 탓은 왜 했냐,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어린애를 말도 못하게 때렸냐, 하니까 아빠가 절 안아주시더라고요. 미처 몰랐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웃으시네요. ‘으이그 우리 딸이 많이 힘들었네.’ 하면서요.
순간 제가 무슨 훈훈한 가족 드라마에 나오는 철없는 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빠 엄마는 구시대사람이기에 그럴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제가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엄마도 저를 이해할 수 없을거라고 하네요. 제가 집을 나가있는 동안 엄마도 집에 들어오지 않고 혼자 밖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게 제 탓인가요...? 그러면서 엄마가 말은 세게 해도 본심은 그게 아냐. 아빠도 매번 엄마랑 싸울 때 그런 말 들으면서도 그냥 참고 이해하잖아 하십니다. 저는 아빠처럼 엄마를 선택해 결혼한 것도 아니고, 동등한 부부의 위치도 아닙니다.
결국 엄마 얼굴을 보기가 힘들다며 할머니 댁으로 가서 잤습니다. (저 키우신 외할머니 아니고, 친할머니예요) 할머니도 제 얘기를 들으시면서 우시더라고요. 제가 외할머니댁에 있을 적부터 많이 맞고 자라서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저를 외할머니가 많이 때리셨대요. 3살때부터 외할아버지에게 목검으로 맞고, 유치원에 보내졌었는데 원장이 저를 어두운 방에 가두고 30분 넘게 문을 열어주지 않은 기억도 납니다.
친할머니가 말하시길 그 원장이 세살짜리를 하도 때려서 엉덩이에 멍이 들었었대요. 친할머니는 그걸 보고 신고할거라고 길길이 뛰셨다는데, 외할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일련의 얘기들은 처음 안 사실이라 더욱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내가 어릴때부터 성격이 좋지 못했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얘기를 들고 일어나 휴대폰을 보는데, 아빠의 카톡이 와있었습니다.
여지껏 제가 힘들었던 건 단순한 어린애의 투정이 아니었고, 어젯밤에 뛰쳐나가서 30분을 넘게 운 건 그냥 감정이 북받쳐서가 아니었습니다. 문자를 본 순간 제 인생이 모두 부정당하는 기분이었고, 마음에 분노는 남아있는데 대상을 잃어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열심히 쌓아뒀던 무언가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에 한없이 우울했고요. 그냥 딱 죽고싶었어요.
그런데 저 으그 이놈아~~ 하는 웃음 섞인 질타에 더욱 더 허망해지네요. 제 갈 곳 잃은 슬픔이 한순간에 가벼운 투정이 되어버려서요. 이렇게 또 내가 유난을 떠나, 내가 혼자 너무 심각해져있나하는 기분에 사로잡혀야 했습니다. 카톡으로 와다다 쏟아내고 싶은데 또 감정의 골만 깊어질까봐 답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말 답답하네요. 이걸 어디서부터 해결해나가야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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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글이고 여시 친구(당사자도 여시 회원)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글 사라져서 다시 퍼 옴
그 와중에 글 너무 잘 써서 슬프고 ㅠㅠ 다시 봐도 마음 아픈데 잘 지내고 있길 ㅠㅠ
에휴
씨발.... 진짜...하..
제발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것들은 강제적으로라도 불임시술시켜야해
진짜 저건 범죄야
학대로 어린시절 다 망쳐놓고나서 저런다고?
저사람인생은? 어린시절은?
진짜 악마같아
중간에 제일 좆같은게 지가 애 미치게 만들어놓고 동생까지 정신병자만들지말고 나가죽으라고?
진짜 좆같고 비참하다
나도 사람이라서~웅앵웅! ㅇㅈㄹ하는데 저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ㅎㅎ 어린생명한테 ㅎㅎ평생 죄값치루세요
글쓴이는 꼭 상황 극복하고 잘 살길 바라
애비가 짖짜.. ㅅㅂ 부부가 아주 끼리끼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