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KF-16 레이더 개량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난 3월 5일, 레이더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만과 레이시온이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평가작업이 착수됐다. KF-16 레이더 개량사업은 현재 KF-16 전투기에 장착된 기계식 레이더를 전자식 레이더인 AESA(Active Electronically Scanned Array, 능동전자주사배열) 레이더로 대체하는 사업. 134대의 KF-16 전투기를 대상으로 총 1조 8천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공군 작전능력 향상 기대
이번 KF-16 레이더 개량사업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KF-16이 현재 공군전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KF-16 성능개량을 통해 공군의 작전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AESA 레이더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AESA 레이더는 빔 방향을 아주 빠른 시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큰 특징. 기존 기계식 레이더가 한번 탐지된 표적 정보를 갱신하는 데 약 1초가 걸린다면, AESA 레이더는 1천분의 1초면 빔의 방향을 바꿔 표적 정보를 갱신할 수 있다. 이러한 신속한 빔 조향 능력 덕분에 AESA 레이더는 공중과 지상 표적을 거의 동시에 탐색하고 추적할 수 있다.
레이시온의 짐 비즈 SAS 국제전략 및 사업개발담당 부사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ESA 레이더의 가장 큰 차별성은 레이더의 전반적인 성능 증가, 즉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수행능력을 향상시켜주고, 넓게 분산된 표적들을 더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AESA 레이더는 신뢰성이 매우 높아 수명주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는 국방예산의 제약이 많은 요즘에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경쟁업체간 신경전
이번 사업에서 방위사업청은 레이더 제작사와 레이더를 통합하는 체계통합업체를 별도로 선정한다. 현재 레이더 제작사는 RACR(Raytheon Advanced Combat Radar)을 제안하고 있는 레이시온과 SABR(Scalable Agile Beam Radar)을 제안하고 있는 노스롭그루만, 그리고 체계통합업체는 록히드마틴과 BAE 시스템스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16일과 11월 18일, 체계통합업체와 레이더 제작사에 대해 구매입찰을 각각 공고했다. 이에 대해 체계통합업체는 지난해 12월 2일, 레이더 제작사들은 지난 3월 5일 방위사업청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들 경쟁 업체들 가운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레이더 제작사. 이번 KF-16 개량사업의 핵심이 바로 AESA 레이더이기 때문이다. 특히 레이시온과 노스롭그루만은 전투기 레이더 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쟁쟁한 업체들이다. 현재 양사의 제안서 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체들간 신경전도 점차 가열될 전망이다. 이 중 레이시온은 미 정부로부터 입찰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DSP-5 허가를 노스롭그루만보다 먼저 받아내 유리한 고지를 먼저 선점했다.
▲레이시온 RACR / 사진 : Raytheon
▲노스롭그루만 SABR / 사진 : Northrop Grumman
먼저 레이시온은 세계 최초의 전투기용 AESA 레이더 개발업체로서 노하우를 강조하고 있다. 레이시온의 짐 비즈 부사장은 “레이시온은 지난 2000년 12월, 미 공군 F-15C에 AESA 레이더를 납품해 세계 최초의 전투기용 AESA 레이더를 개발한 회사가 됐다”며 “F-15C 외에도 F-15E 레이더 현대화 프로그램, 미 해군 슈퍼호넷 및 EA-18G 프로그램 등 다양한 AESA 레이더 프로그램들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9년, RACR의 F-16 설치 용이성을 입증한 장착시험에서부터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 실험실에서 실시된 레이더 시험, 그리고 2010년 8월, 미 공군 F-16에 설치해 이루어진 비행시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들이 RACR 설계가 확실하고, 고객의 주문을 위해 준비되었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노스롭그루만은 레이시온보다 AESA 레이더 개발은 늦었지만, 대신 F-35용 AN/APG-81 레이더와 F-22용 AN/APG-77 AESA 레이더를 납품해 AESA 레이더 제작사로서 입지를 다졌다. 특히 노스롭그루만이 제안한 SABR은 F-35에 장착되는 AN/APG-81 레이더를 변형한 것으로 미래 무장과 전술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또한 무형무기와 능동전자전 능력이 포함돼 전자감시, 전자공격 및 통신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SABR은 기존 F-16의 구조, 전력 또는 냉각장치를 개조하지 않고도 탑재가 가능하며, 가격 역시 기존 AESA 레이더보다 더 낮다고 노스롭그루만측은 밝혔다.
체계통합업체간 경쟁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2010년 방위사업추진위원회가 이번 사업을 심의할 당시 대상 업체는 F-16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유일했다. 그러나 2011년 BAE 시스템스가 미 정부로부터 한국 수출허가를 받으면서 록히드마틴의 경쟁사로 급부상했다. 특히 BAE 시스템스는 미 주방위공군의 F-16 전투기 270대에 대해 사격통제시스템과 이더넷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는 개량사업을 추진하면서 노하우를 확보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과의 경쟁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는 록히드마틴이 F-16 제작사로서 전 세계 F-16 전투기에 1,000개 이상의 개량키트를 공급한 것은 물론 F-16, F-35, F-22 전투기에 실제로 AESA 레이더를 통합한 탄탄한 경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완도 F-16A/B 152대 개량
이번 사업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전 세계 F-16 운용국가들이 공군의 최종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사업이 F-16 전투기에 대한 AESA 레이더 개량사업으로서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만약 이번 사업이 출발점이 된다면 이번에 선정된 업체는 F-16 AESA 레이더 개량시장에서 첫 깃발을 꼿는 셈이 된다.
현재 F-16 개량사업을 앞두고 있는 국가로 미국과 타이완, 싱가포르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타이완은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곳으로 약 37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2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152대의 F-16A/B 전투기를 개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9월, 미 국방안보협력국(Defense Security Cooperation Agency)이 개량사업을 승인한 상태로 타이완은 이번 사업에서 AESA 레이더와 ALQ-213 전자전 관리시스템 각 176대, 헬멧장착조준기(JHMCS) 128세트, 그리고 기타 항전장비 및 시스템 등을 개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M-9X 공대공 미사일과 몇 종류의 공대지 미사일도 개량사항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최대변수는 미 공군?
이번 레이더 개량사업은 KF-X 개발을 위한 지렛대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은 이미 F-16 개량사업에 따른 절충교역을 활용해 KF-X의 레이더를 대부분 국산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방위사업청은 이번 사업의 절충교역 비중으로 계약가의 약 50%를 제작사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레이시온의 짐 비즈 부사장은 “하드웨어 생산을 일부 한국에 이전할 생각”이라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무엇보다 현재 4월부터 레이더 제작사와의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최종 레이더 선정 시기는 아직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레이더 선정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미 공군이 변수”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 공군이 F-16 레이더 개량사업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어 방위사업청이 미 공군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소식통도 “이번 사업의 가장 큰 변수는 미 공군”이라며 “레이더 선정이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F-16 전투기는 현재 25개국에서 4천대 이상이 운용되고 있는 기종으로 향후 레이더 개량과 네트워크중심전 능력, 전자전 및 전자공격 능력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레이시온과 노스롭그루만 모두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끝>
김재한 편집장 jhkim@wasco.co.kr
출처: http://news.bemil.chosun.com/bbs/view.html?b_bbs_id=10007&pn=1&num=41
첫댓글 아 미공군 대만 공군 한국공군간 치열한 눈치 싸움이 예상되네요 누가 첫 테이프를 끊어 시스템 통합비용의 독박을 쓸것인가?
한국군의 모토는 한번 사면 마르고 닳도록 쓰는거 아니였나? 개량이라니... 정신을 차린건가.
장비마다 다른데, 마르고 닳도록 쓰면서 퇴역시키기에는 아까우니깐 개량하는 거겠죠 원래 기골보강도 해야 하는데, 레이더만으로도 만족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