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E 350+./사진=정한결 기자.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은 E클래스다.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멋에 이끌린 국내 소비자들이 지난해 2만6109대를 사들이면서, E클래스는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인기 1위 차량이 이번에는 스포티함을 살린 전기차로 돌아왔다. 벤츠는 전기차인 '더 뉴 EQE 350+'가 기존 내연기관 E클래스처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부하며 최근 1억160만원의 가격에 이를 출시했다. 과연 EQE는 E클래스처럼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국내 유일한 럭셔리 준대형 전기 세단이라는 EQE를 지난 11일 서울 성수동에서 강원도 원주를 오가며 시승해봤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사진=정한결 기자.
외관은 기존 E클래스보다 스포티하다. 전체적으로 이음새를 줄인 디자인 때문에 매끄러운 느낌을 준다. 낮고 슬림한 전면부에는 역시나 벤츠의 '삼각별'이 가장 눈에 띄며, 그 주위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작은 삼각별이 촘촘히 박혔다. 측면부도 쿠페형으로 떨어지면서 스포티한 느낌을 더욱 주지만 후면부는 두터운 편이다.
내부 공간은 보기보다 넓다. 휠베이스가 3120㎜로, 10세대 E클래스보다 180㎜ 길어졌고, 앞좌석 숄더룸과 실내 길이도 각각 27㎜, 80㎜ 늘어났다. EQE는 상위모델이자, 전기차의 S클래스인 EQS와 같은 플랫폼인 'EVA2'를 공유하는데, 이에 따라 휠베이스도 EQS와 비슷한 수준이다. 1열과 2열 상관없이 어디에 앉아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차량 중앙에는 세로형 12.8인치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터치 반응이 빠르고, 주요 사용 메뉴를 메인 화면에 배치해 이용에 딱히 불편함이 없었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마사지 기능도 제공하는데 이날 2시간에 걸친 운전에 의한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다만, 1억원에 달하는 가격에 비해 소재, 마감처리나 2열의 편의사양 등이 살짝 아쉽다. 내·외부 모두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하며 젊고 스포티함을 강조했지만 정작 장점이던 고급스러움이 희생된 모습이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전기차답게 소재도 친환경으로 바꿨지만 마감처리가 아쉬웠다. 2열에는 통풍시트·컵홀더·USB 충전포트 등이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사진=정한결 기자.
트렁크 용량은 430리터(ℓ)다. C필러가 상당히 차량 뒤쪽에 배치돼 처음에는 용량이 적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현장에서 만난 벤츠 관계자는 "대각선으로 골프백 2개까지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운전대를 잡으면 100년 내연기관 역사의 주행감을 전기차에서도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특히 '인텔리전트 회생제동'을 키면 교통상황 등을 반영해 회생제동 단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평소에는 부드럽게 달리지만 앞차와의 간격이 가까워지거나, 언덕 코너길을 내려가면 가속페달을 떼는 순간 브레이크 밟듯이 제동이 걸리는 등 편안하게 주행이 가능하다. 회생제동으로 인한 급제동·급정거 등도 없어 피로감이 덜하다. 회생제동은 강도에 따라 총 4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차량 밑에 깔린 배터리기 낮은 무게중심을 형성해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기존 E클래스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전기차의 스포티한 매력을 살렸다. 최대출력 215㎾, 최대토크 565 N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 가속 구간이나 고속에서도 출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6.4초다. 전기차 중에서 빠른 편은 아니지만,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을 주면서도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사운드 '실버 웨이브,' '비비드 플럭스'를 제공해 고속 구간에서 스포츠카가 달리듯 엔진 소리가 나는 등 달리는 맛을 살렸다.
정숙성도 빼어나다. 일반 도로에서 통풍시트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설정하면 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 총 15개의 스피커를 갖췄다는 음향 시스템의 경우 고음은 괜찮았지만 저음 전달이 기대만큼 좋지 못했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도 471㎞로 준수하다.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약 32분이 소요된다. 이외에도 S클래스에 탑재된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증강 현실 내비게이션,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주차 어시스트 등이 기본 사양으로 적용됐다.
종합적으로 보면 '벤츠는 벤츠'다. 소재나 마감처리, 편의성에 있어 기존 E클래스의 고급스러움을 재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내연기관 100년 역사를 전기차 주행감에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이 보인다. 실제로 편안하고 부드러운 주행이 가능하며 정숙성 등 기존의 장점을 유지한 가운데 운전하는 맛도 살렸다. 향후 출시할 EQE 사륜구동 모델(4MATIC)이나 고성능 모델(AMG)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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