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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꿈
강수녹
어렷을 적
머릿속 내 궁전엔
남으로 난
남창(南窓)하나 있었지
멋쟁이 아버지와
촌 아낙 어머니가
노변담화(爐邊談話) 꽃 피울 적에
아랫목 행복은
아스라한 나의 유년
2층 돌집 남창을 열면
소쩍새 울음으로 찾아오시는
아버지,
그곳의 내 유년은
한 송이 꽃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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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쉬는 도너츠
김 남 복
한 때의 뜨거운 열정에
부풀어 올랐다가
울분을 참으려다
그 속에는 무엇이 남았길래
기다린 숨을 뱉는다
가운데 구멍 하나
세상이 보이고
숨을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 지구에서
일그러진 우리들 속에서도
도너츠는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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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
매미
김에순
여름 한낮
문 활짝 열린 피아노 교실
높아만 가는 선생님 목소리
-거긴 파가 아니야
미, 미...
그건 미라니까!
교실 뒤켠
키 큰 미루마무
그 속에 숨은 매미 떼
다함께 소리 모아
미미미
미미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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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문학 시화용 작품원고]시1편-김윤자(국제펜.한국문협.한국시협회원)
*김대중대통령 내외가 최초로 북한을 방문하여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감동의 기념시
아름다운 유월, 눈물이 납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두 어른을 보고
김윤자
내가 북에서 산 것도
부모가 북에 계신 것도 아닌데
눈물이 납니다.
남북 대결 철책 넘어 두 하늘 하나로 여시니
하늘이 곱고 땅이 고와
자꾸 눈물이 납니다.
어린 백성들의 숙원
평양 백화원에 꽃 피워 열매 맺으시느라
다 타신 숯덩이 가슴 속
평양의 산해 진미 앞에서도
통일의 씨앗 찾으시려는 깊은 눈시울
나는 보았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언어로 마음을 그려내는 이 작은 손끝으로
무엇을 어떻게 그려내면 되겠느냐고
대한민국의 주부인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눈물로 묻고 있습니다.
55년 동안 한반도의 잘못 낀 단추
풀기 시작한 아름다운 날
이제 둥근 하늘에 무지개 솟으면
한반도는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로
곱게 색인 될 것입니다.
그 날이 떠올라 눈물이 납니다.
55년간의 냉전과 대결 버리자고
그 지루했던 하루하루 20075개(55년×365일)의
오색 풍선 날아간 하늘에
남북 공동선언 옥동자 하나 탄생된
아름다운 유월,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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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선죽교에서
김 윤 호
버스를 타고 평생 처음
비무장지대 임진강을 건너
개성 시내에 들어왔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면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는
순박한 개성 시민들
만주벌판을 말 달리던
고구려의 기상을 계승하려던 왕건의 혼이
나무 없는 송악산 자남산 산자락에
붉은 진달래꽃으로 피어났구나
정몽주의 피가 대나무로 솟아나
오늘 우리의 갈 길을 밝혀주는 선죽교에
남녘 북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잣나무 묘목을 심었다
어서 무럭무럭 자라나서
평화의 잎사귀를 무성히 달고
통일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는
민족번영의 큰 나무가 되거라
먼 후일 우리 아들 딸들이 찾아와서
선죽교 울창한 잣나무 숲에서
나라사랑의 뜨거운 꿈을 키우며
함께 손 잡고 노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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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4. 21
‘남북공동 나무심기 행사’ 에 남측 대표단으로 참가하고
오동도 동백꽃
竹 香 김 은 자
칠흑같은 어둔밤
성난 용트림에
시린 별빛물고
멍든가슴 쓰러내
붉은 입술로
태어난 그녀
님 기다리다 죽은
소녀의 넋이
한풀이라도 하듯
따순 햇살에
퍼붓는 긴 입마춤
석양길
홀로 나는 기러기도
그 입술에
살며시
외로움을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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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김 상 호
기억의 끝 간데 마다
눈물 꽃으로 피어오르는
생명의 마지막 불꽃인가
아무런 말 필요 없는
뒤돌아보는 눈빛
차라리 외면하고 싶기만 한데
세상을 다 돌아
달리고 또 달려온 발자욱은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네가 거기 서 있었음을
알게 된 날은
먼 훗날 이었거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어둠의 바다에 던져지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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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김소엽
내
영혼을
불태워
그대
영혼의
빈 자리에
한줄기
신선한 사랑의
생빛으로
가득
채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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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로의 사월
김솔아
꽃 송송
밤 열렬 (熱烈)
소곤소곤 다진 거리
잊을 수 없는 연민의 향을
품을 수 없는 빈 가슴아
훈장 같은 그 모습이 달빛 속을 서성인다.
꿈 청청 (淸靑)
달 출렁
옥 류가에 피는 열기
절절이 쌓이는 정을
담을 수 없는 빈 밤아
보석 같은 사연들이 꽃잎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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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은어
만은 김종원
흙탕물은 온 누리의
허리까지 차올라
칡덩굴로 얽히자며
밤새워 손짓한다
튀어라,
너의 하늘은
저항으로 빛나는 것.
어서 오라 강물은
거슬러야 제 맛이야
재첩 캐는 호미질은
자나가는 그림일 뿐
꺾어라,
탁류의 세상
번쩍하는 은빛 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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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별
소정 민문자
내 안에서 꽃 피울
영롱한 별
여로에서
달아오른 가슴
낯선 꿈길 찾아
시인의 집을 서성이다가
나락으로 굴러
새로운 별을 보았다
검은 긴 내 그림자
내 발자국에 밟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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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시/박 정란
님의 목소리는
늘 아련 하다
그대 앞에 새초롬히
눈먼 두 귀는
돌아서면 어느새
애증으로 목마르고
목젖을 타고 내리던
사랑의 노래는
모닝 찻잔 속 마지막 남은
슈 가 의 여운 처럼
이른 아침 햇살 아래
이슬 머금은 풀잎 되어
알알이 그리움 영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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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야
박정자
함평 뜰에 보름달 떠, 밤바람이 났다
논둑길 따라 소복처럼 늘어선 억새
달빛 먹은 억새의 춤사위는
하얀 드레스 신부의 속삭임
모시옷 어머니
하얀 유혹에 나도 억새 되어
칭칭 거품 같은 춤을 한바탕 추었다
억새에게 마음 주고 주막을 찾았다
빈 가슴 축이는데
막걸리 사발에
아까 파트너 억새가 떠 있다
잔속에서 너는 연신 나를 훔치고
나는 너를 자꾸 마셨지
이제 내 속에 너 있는거 알어
새벽잠을 청하는데 먼 동영상이 뜬다
한들한들 그가
아까 못다 춘 춤을 추자하네
네가 나를 못잊는 거냐
내가 너를 못잊는 거냐
억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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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승
신민정
풀꽃 닮은 웃음
꼬막손 합장
참새같은 목소리
맑디맑은 여울이다
불성을 모른 채 불성에 젖어
우주의 진폭 넘나드는 짚신
중생의 혈청은
네 앞에 부끄럽고
가녀린 너의 걸음
차마 추월할 수 없어
보잘 것 없는 마음 숙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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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 꽃
신 순 란
달빛만을 기다리며 피지 못하네
햇살이 부끄러워 고개 숙였나
수줍은 새 아씨처럼
꽃봉오리 꼭 다물어
달빛만 기다리며 시들은 꽃잎
해가 지면
노란 꽃잎 활짝 웃으며
님 마중 나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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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을 위해
엄기원
햇볕이
사르르르―
바람이
소올솔―
개울물이
찰랑찰랑―
숲속에서
새들도
소곤소곤―
모두가
새싹을 위해
가만가만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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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바람
엄창섭
노을 붉게 타는 산자락 멀리
촌가의 굴뚝에선 하얀 연기 폴폴
송아지 울음에 눈물 절로 어리는데
아, 가슴 뭉클한 유년의 고향집
老母의 음계 서툰 서러운 '한 오백년'
푸른 달빛에 취한 강물에
산목련 꽃 수줍어 하롱하롱
갈 숲 잘잘 흔드는
얼굴 없는 千年 바람의
곱고도 긴 저 머릿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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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 엄 혜 경 -
황량한 모래벌판
죽음의 땅에 초록나무 하나 섰다.
누구로 부터의 방어일까.
제 몸 못난 것도 모르고
온 몸에 가시로 뒤덮었다.
저의 아픈 사연 들킬까
약한 속살 감추고
거칠고도 거친 창살로 무장하여
더욱더 푸른 빛을 뿜어 눈속임한다.
들국화 처럼 향기를 줄 수 없기에
장미 처럼 사랑을 전달할 수도 없기에
제 몸에 가시 찔러 가며
붉은 피 쏟아 빠알간 열매 만들어
그 자태라도 뽐내어 보려나 보다.
2006. 3. 29. 0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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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리
문촌 이덕영
눈 녹는 소리
얼음 속 실개천
소근거리는 소리
매화 터지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실바람 남쪽
문 비집는 소리
님 품안에 사랑
움트는 소리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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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민들레
이보숙
사슴도 여우도 비켜 가는 숲
뾰족한 톱니 달린 잎새에 빗방울 받아
초록 캔버스에
황금빛 꽃밭을 그려내는 화가들
솜풀 홀씨로 가벼이 날아가
넓은 화폭에 더 많은 꽃마을을 만드는 손
작은 꽃 하얀 날개를 달고
강을 건너는 이주자들
가장 작은 몸으로
신의 축복을 이젤에 옮길 줄 아는 마음씨
촘촘한 꽃잎마다 써놓은 시들을
온 들판에 펼쳐
내 안에
노란 은하수 강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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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 방
이성남
상큼한 바람 한 자락
머리맡에 몰려 와
기척을 알리네
삼경이 지난 한밤중
열려진 창문 너머
누가 기웃거리나 싶었네
노란 봄 개나리
벌써 꽃잎 벙글고
내 비어 둔 규방
옆자리에 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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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 -
이영규
흰 구름 누인 밤 하늘
벚꽃송이 송이로 덮어
바람 바람에
여인들 머리 하얗게 수놓아
저 마다 눈망울
그리움 가득 하 것 만
꽃 바람에
한잎 두잎 눈송이 눈물 되어
시리고 아픈 마음
송이 송이 꽃 속에 달래
하얀 밤 님 그려
새파랗게 피여 오른
동녘 구름 위로 보내리
2006.04.08 벚꽃 떨어지는 불국사에서 - 이영규 태양 -
- 梅花 -
초가 지붕 白雪 꽃 따라
봄의 花信은 오느냐
酷寒 세속이라도
세속의 봄은 오겠지
긴 긴 酷寒은 풍요를 노하고
酷寒의 아픔 어려운 삶을 말하리
梅花 꽃 몽우리
새 希望 눈 앞에 와 있네
2006년 01월 13일 - 이영규 태양 -
세벽 우리 집 대문 앞과 매실 밭에서
- 인 연 -
솔잎 사이 향긋한 바람
혹한을 지나온 앙상한 거목들
가지마다 지난 겨울 한풍 힘겨워
온기의 새 바람맞지 하고파
쭉 벋은 손들
아지랑이 물 깃 초롱 초롱 묻은 손끝마다
이슬 고여
이는 새 바람
지난밤 상처 어 루 만지네
2006 . 03. 18. 집 뒤 산속에서 - 이영규 태양 -
-----------------------------------------------오선지
이유미
하얀 마당에 매어진
5개의
검은 현(絃)
음표들이
깡총깡총
고무줄 놀이를 한다
박자표에 맞추어서
열 지어 선
마디마디
는 아이처럼 재빠르게 | |
는 청년처럼 경쾌하게 | |
는 중년처럼 무겁게 | |
는 노인처럼 느리게 |
뿜어내는 색색의 음빛깔들
음줄을
밟기도 하고
타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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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장 수 현
옷고름
동여맨
문풍지 사이로
아롯이 뱉는
밤새
비집고 파고들던
새 아기의
젖내 나는
신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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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전창환
녹색 캔버스에
연두색과 희고 노란색 물감
몇 방울을 흘려 본다
햇님은 살짝 오렌지 향으로 찍어 넣고
하늘은 파란 바다 내음으로 채워 본다.
아카시아 꽃은 이미 져 버린지라
향기만 담아 살짝 덧칠 한다
갓 깨어나는 버드나무에
올망졸망 강아지를 피우고
시냇가에 뛰어노는
송사리 한 마리도 그려 넣는다
한없이 가지고 놀다 지친
종이 돛단배 하나 소록이 가라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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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계곡
전 홍 구
깊은 산골짝 계곡에서
속삭이듯 흐르는
물소리를 본다.
이끼 낀 바위 틈새
낙엽이 따라 흐르기가 싫어
도리질하는 속이 훤히 보이는 물속.
돌멩이가 물결에 닳아
모래알이 되어 금빛으로 반짝이는
가제가 놀고 다람쥐가 목 축이는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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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 올라서
조 성 설
산을 둘러보니 삶을 닮은 듯
굴곡도 높낮이도 제 각각이네
형제약수터에서 목을 적시니
넉넉함으로 배가 부르고
그러다가 하늘 보니
그 또한 여유라네
갖은 것 다 갖은 산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네
산에 있어, 산에 오른
내가 든든한 부자라네.
*백운봉-용문산 높은 봉우리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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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말
하두호
자다가 일어나서 차를 타놓고
새벽 3시 뉴스를 듣는다,
이른 바 탄핵 재판
나의 재판 아닌 남의 재판
남의 뉴스......
이제는 길을 가다가도
길섶의 돌 한 덩이 들어
x무더기같이 솟긴 돌탑에 던져쌓을
객기조차 자지러들어, 참여란 차라리
개가 물고갈 나의 앞날,
죽은놈 제사처럼 죽을 날만 기다려지는데
그래도
'통일'이란 그 한 말 듣고 싶다
'통일 됐다'는 몸매에도 잊지 못할
생을 건 그 한 말!
아무도 그런 말 말하지 않는,
천치처럼 잊고 있는 그런 말이
나의 말인가?
듣고 싶었던 나의 말
'국민의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