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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사아모 원문보기 글쓴이: 세일러문
워낙 길어서 열대야 관련부분을 먼저 위로 올립니다..
드라마부분 전체 읽으시려면.. 그 밑으로 쭈욱~~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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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라마의 양극화는 드라마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MBC '12월의 열대야‘와 KBS '두번째 프로포즈’는 똑같이 주부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12월의 열대야’는 불륜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그러나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매우 간접적으로, 그리고 세련된 방식으로 주부의 답답한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두번째 프로포즈’는 초반에는 ‘강하게’ 남편의 불륜을 제기하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주인공을 빠뜨렸지만, 이내 주부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이야기를 전환, 시청자들이 유쾌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두 드라마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두번째 프로포즈’는 드라마 초반부터 화제가 될 수 있었고, 시청률역시 높았지만 ‘12월의 열대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반응을 얻는대신, 특정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얻는 작품이 된 것이다. 다만 ‘12월의 열대야’는 작품의 성격상 좀더 높은 연령대에 보다 넓은 시청자층을 노릴 필요가 있었지만, 이 드라마의 대본이 보여주는 센스와 꽉짜인 영상은 오히려 젊은층이 열광할만한 것이었다. ‘12월의 열대야’는 굉장히 의미있는 실험이었지만, 그것이 보다 많은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대중의 기호가 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이런 양극화는 드라마별, 방송사별로 시청자들이 어느 한쪽에 몰리지 못하는 현상을 낳는다. 예전에는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을 가진 드라마들은 대중적인 취향의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에 있어 크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드라마에 열광하는 대중도 크게 늘어났고, 여전히 기존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상당수다. 한쪽에서는 ‘아일랜드’나 ‘12월의 열대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열광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화려한 해외로케와 톱스타 캐스팅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바드‘나 ’유리화‘같은 작품에 열광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높은 연령대의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MBC '영웅시대’나 SBS '토지‘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 가을과 앞으로의 겨울에 계속될 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어쨌건 드라마는 보는데, 어느샌가 취향이 너무나 달라진 시청자들의 기호가 서서히 TV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MBC '한강수타령’이나 KBS '부모님 전상서‘처럼 같은 주말 가족드라마이면서도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드라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MBC 중심으로 꾸준히 이루어졌던 새로운 경향의 드라마들이 드디어 어느정도 지분을 차지한 셈이다.
★ 드라마 / 기타
음악 게시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하나. 현재 방송횟수 1위곡은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삽입곡인 박효신의 ’눈의 꽃‘이다. 보통 1위가 아니라 이번주 기준으로 무려 220회의 방송횟수를 기록할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안하다 사랑하다‘가 일반적인 시청률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와 경쟁관계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그전부터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미 드라마 후반으로 접어든 지금 특별한 일이 없다면 계속 이 시청률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눈의 꽃’의 히트에서 볼 수 있듯 이 드라마의 체감인기는 전혀 다르다. 소지섭은 이 드라마를 통해 드디어 드라마 한편을 책임질 수 있는 연기자로 부상했고, 임수정이 드라마에서 입고 나온 패션은 거리를 휩쓸고 있으며, 시청자들이 방송전 광고를 가장 많이 기다리는 드라마가 됐다. 정작 시청률은 이 드라마의 전작인 ‘오!필승 봉순영’에 못미치지만, 주목도나 영향력은 ‘오!필승 봉순영’보다 훨씬 큰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MBC '네멋대로 해라‘나 MBC '다모’는 모두 그리 높지않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폐인’ 시청자를 양산하면서 신드롬적인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두 드라마와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또 다르다. ‘네멋대로 해라’는 방영 시작전부터 큰 관심을 모으기보다는 방영이후 드라마의 작품성으로 매니아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고 할 수 있고, ‘다모’는 MBC에서 전략적으로 투자, 일단 스케일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미안하다 사랑하다’는 드라마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고, 그 기세가 크게 늘어나지도, 줄어들지도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즉,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방영전부터 대중의 관심을 얻었고, 그 관심이 그대로 드라마 후반까지 이어진 경우다. 이런 드라마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바로 KBS '상두야 학교가자‘의 제작진이 모여만든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상두야 학교가자‘의 제작진이 모여 만든 드라마라는 사실만으로도 드라마 팬들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관심을 보였고, 드라마 초반에 보여준 뛰어난 영상미와 캐릭터가 보여주는 독특한 분위기들은 ’상두야 학교가자‘에서의 감동을 맛보길 원하는 대중들에게 이 드라마역시 믿고 볼 수 있다는 확신을 주었다. 팬들은 이미 드라마 시작전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에 대해 드라마가 어느정도의 피드백을 보여주자 믿을 수 없을정도로 빨리 드라마가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다.
즉, 최근의 드라마는 마치 영화가 소비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도 ‘태극기 휘날리며’같은 엄청난 히트작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외의 영화들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영화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직접 영화관에 와서 돈을 내고 영화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화에 관심이 높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대중이 그런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에 의해서고, 그렇게 선택한 영화가 자신의 기대치를 제대로 충족시키면 그들은 열성적으로 영화를 홍보한다. 그래서 꼭 400-500만 정도의 흥행을 기록하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특정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어내는 영화는 어떤 식으로건 대중문화계의 트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요즘 드라마의 트랜드를 움직이는 시청자층, 즉 인터넷 활동에 활발한 10-30대까지의 시청자들은 단지 TV에 나오는 드라마자체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검색하고, 자기 스스로 그 드라마에서 의미를 찾는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처럼 드라마를 습관적으로 보면서 드라마 중반부터 반응을 보인다거나 하지않는다. 그들은 아주 빠르게 드라마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거기서 그 드라마의 위치가 정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드라마는 대박 히트작, 어떤 드라마는 매니아를 위한 드라마의 자리가 뚜렷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가지 경우가 MBC '아일랜드‘와 SBS '매직’이다. 이 두 드라마는 방영전부터 몇가지 사전 정보에 의해 큰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다. 한 작품은 ‘네멋대로 해라’의 인정옥 작가가 집필한다는 이유로 제작전부터 화제를 모았고, ‘매직’역시 영화의 흥행으로 차세대 톱스타로 떠오른 강동원의 출연으로 인해 방영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었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이 빚어낸 결과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두 작품은 모두 시청률에 있어서는 실패했지만, ‘아일랜드’는 시청률로만 따질 수 없는 소득이 있었다. 일단 인정옥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현재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가 될 수 있었고, 현빈, 김민준, 김민정등은 마치 드라마속 시연이의 인생처럼 ‘작품성있는 드라마’를 통해 자신들의 인기와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반면 ‘매직’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강동원이 이 작품으로 더 큰 인기를 얻은 것도 아니고,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킨 것도 아니며, 드라마에 대한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것은 드라마 초반부터 이미 예상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일랜드’는 시청률이 얼마이건 끝까지 드라마를 보고, 그것을 추억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열렬히 홍보할 수 있는 팬층이 있는 드라마였다. 아무리 시청률이 깎여 나간다해도, 열렬한 팬층의 ‘무엇’을 건드릴 수 있는 작품 자체의 힘만 유지한다면 일정수준 이상의 반응을 계속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직’은 강동원이라는 스타가 상징하듯, 높은 시청률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는 드라마였고, 대중역시 이 드라마를 통해 ‘의미’보다는 ‘재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매직’은 드라마 초반에 이것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했고, 시청자들은 순식간에 이 드라마를 떠났다.
대중은 과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드라마를 계속 볼지, 그리고 이 드라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결정하고, 그에 따라 드라마의 흥행 포인트도 달라진다. 만약 ‘작품성’을 추구하는 드라마라면 계속 가던 길을 가야하고, 30% 이상의 시청률을 노리는 작품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흥행이 될만한 요소는 다 집어넣어서라도 대중의 눈을 사로잡아야한다(별로 필요도 없는 씬에서 신인 여배우 속옷입혀서 뒹굴게하는것 빼고 말이다). 그래서 최근의 드라마는 가히 양극화 현상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아일랜드’, ‘미안하다 사랑한다’같은 드라마가 아예 매니아 시청자를 타겟으로 하는 드라마라면, KBS ‘오!필승 봉순영’이나 SBS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같은 드라마들은 시청자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매리트는 적은 작품이었지만 방영초기부터 많은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내용을 빠르게 전개함으로써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특히 ’오!필승 봉순영‘과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는 최근의 히트 드라마를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이 두 드라마에는 지금 이슈를 일으킬만한 제작진이나 스타가 출연하지는 않았지만, 초반부터 ’몰아치는‘ 전개로 순식간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필승 봉순영‘의 경우 1-2회 사이에 그룹의 후계자가 되는 필승의 이야기를 전개시키면서 인기를 모았고, ’마지막 춤은 나와함께‘는 드라마 초반에 인물간의 대립관계와 기억상실이라는 소재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이런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드라마의 양극화는 드라마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보여준다. MBC '12월의 열대야‘와 KBS '두번째 프로포즈’는 똑같이 주부를 주인공으로 했지만,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보여주었다. ‘12월의 열대야’는 불륜을 소재로 하면서도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그러나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있으며, 동시에 매우 간접적으로, 그리고 세련된 방식으로 주부의 답답한 일상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두번째 프로포즈’는 초반에는 ‘강하게’ 남편의 불륜을 제기하면서 심각한 상황으로 주인공을 빠뜨렸지만, 이내 주부판 신데렐라 스토리로 이야기를 전환, 시청자들이 유쾌하게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두 드라마에 대한 상반된 반응을 이끌어냈다. ‘두번째 프로포즈’는 드라마 초반부터 화제가 될 수 있었고, 시청률역시 높았지만 ‘12월의 열대야’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반응을 얻는대신, 특정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얻는 작품이 된 것이다. 다만 ‘12월의 열대야’는 작품의 성격상 좀더 높은 연령대에 보다 넓은 시청자층을 노릴 필요가 있었지만, 이 드라마의 대본이 보여주는 센스와 꽉짜인 영상은 오히려 젊은층이 열광할만한 것이었다. ‘12월의 열대야’는 굉장히 의미있는 실험이었지만, 그것이 보다 많은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기에는 아직 대중의 기호가 그만큼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이런 양극화는 드라마별, 방송사별로 시청자들이 어느 한쪽에 몰리지 못하는 현상을 낳는다. 예전에는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을 가진 드라마들은 대중적인 취향의 드라마에 비해 시청률에 있어 크게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드라마에 열광하는 대중도 크게 늘어났고, 여전히 기존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도 상당수다. 한쪽에서는 ‘아일랜드’나 ‘12월의 열대야’,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열광하는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화려한 해외로케와 톱스타 캐스팅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SBS '러브스토리 인 하바드‘나 ’유리화‘같은 작품에 열광하기도 하며, 다른 한편에서는 높은 연령대의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는 MBC '영웅시대’나 SBS '토지‘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 가을과 앞으로의 겨울에 계속될 드라마의 춘추전국시대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어쨌건 드라마는 보는데, 어느샌가 취향이 너무나 달라진 시청자들의 기호가 서서히 TV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MBC '한강수타령’이나 KBS '부모님 전상서‘처럼 같은 주말 가족드라마이면서도 다른 시선으로 접근하는 드라마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MBC 중심으로 꾸준히 이루어졌던 새로운 경향의 드라마들이 드디어 어느정도 지분을 차지한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밤 10시대 프라임타임에 방영되는 드라마들에 한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드라마의 선두주자라는 MBC가 '단팥빵‘에 대해 보여준 냉대와 ’조선에서 왔소이다‘에 드러낸 조급증에서 볼 수 있듯, 실험과 파격도 그로부터 충분한 수익이나 이미지 재고를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에 한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방송사를 움직이는 것은 여전히 시청률이다. 그래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의 이장수 PD가 최근의 인터뷰에서 시청률에 신경쓰지않는 것은 드라마 만드는 사람의 직무유기라고 발언한 것은 어느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이다. 만들고 싶은 드라마를 만들기위해서라도, 시청률은 나와야한다(이장수 PD도 그게 자신의 목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것이 수많은 드라마 폐인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드라마를 홍보해야하는 이유다.
드라마가 이렇게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이, 오락 프로그램은 점점 침체기로 빠져들고 있는듯 하다. 물론 SBS '야심만만‘은 여전히 재밌고, ’X맨‘의 ’당연하지‘는 여전히 주말의 가장 흥미있는 프로그램이긴 하다. 하지만 흥행이 검증된 오락프로그램이외의 새로운 작품들은 좀처럼 보이지않고, 방송사에서 내놓은 것은 또 똑같은 짝짓기 프로그램들 뿐이다. 아무리 포맷이 돌고도는 것이라지만 불과 1년도 안되 비난과 함께 대부분 폐지되었던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이것만큼 현재 방송사에서 쉽게 흥행을 보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에는 트랜디 드라마(정확하게 말하면 이젠 트랜디하다고 할수도 없지만)가 있듯, 오락 프로그램에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있는 셈이다.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통해 확실한 틀을 만들게 된 짝짓기 프로그램은 그만큼 포맷이 안정되어있고, 스타를 출연시키기도 쉬우며, 그 스타들이 춤, 코미디, 운동시합, 개인기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만든다. 과거에 버라이어티 쇼가 있었다면 현재는 짝짓기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뻔하디 뻔하지만, 방송사에서는 이 프로그램만큼 빠른 시간안에 인기를 모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우선 현재 짝짓기 프로그램중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X맨’의 경우 사실은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젊은 출연진들이 MT하듯 노는 프로그램에 가깝다. 중요한건 ‘짝짓기’ 자체가 아니라 출연진들을 모아 어떻게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하느냐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짝짓기 프로그램들은 그 짝짓기라는 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출뿐, 모인 출연진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풀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또한 오랜 시간동안 오락 프로그램을 키워내는 것이 방송사의 입장에서는 결코 손해보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심만만‘같은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최근의 SBS '웃찾사’를 보라. 이 프로그램은 SBS답지않은(?) 방송사의 끈기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을 이끌어낼수 없었을 것이다. 시청률이 아무리 바닥을 쳐도 방송사는 계속 이 프로그램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계속 신인 개그맨들이 활동할 무대를 얻으면서 결국에는 이 프로그램이 SBS의 대표적인 오락프로그램중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SBS는 오락 프로그램의 트랜드를 가져올 수 있을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코미디 프로그램에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웃찾사’의 독특한 캐릭터들은 수많은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웃찾사’의 성공은 오락 프로그램의 히트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반대로 그만큼 얼마나 투자가 필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락 프로그램은 그렇지 못했다. KBS '스타 골든벨‘을 보라. 이 프로그램은 얼핏보기에 같은 방송사의 ’도전 골든벨‘에서 파생된 프로그램같지만, 실질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노리는 것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브레인 서바이버’다. MC의 구성이나 ‘도전 골든벨’과 유사한 좌석배치를 가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연령에 따라 좌석을 나누거나, 나이든 몇몇 캐릭터를 코믹하게 내세우고, 개인기를 시킨다든가하는 것은 ‘브레인 서바이버’와 흡사하다. 물론 서로의 프로그램에서 좋은 점을 가져오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인 것이긴 하지만, 오락과 교육적인 측면을 함께 살린다는 평가를 얻었던 ‘도전 골든벨’을 지나칠정도로 오락화시킨 프로그램을 굳이 만들어야했는가, 그리고 그 프로그램이 원래 프로그램의 성격보다는 오히려 타사의 경쟁 프로그램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어야 했는가는 좀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표절은 많이 사라졌지만, 최근의 오락 프로그램들은 지나칠정도로 창조성이라는 부분에 둔감한것 같다. 이제 새롭게 돌아오는 ‘느낌표!’가 이런 상황을 뒤집는 히든 카드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오락 프로그램에 있어 또하나의 흐름은 드라마와 달리 오락프로그램은 서구 오락프로그램의 경향과 어느정도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드라마의 경우는 어찌됐건 1주 2회, 그리고 8주간 집중적으로 방영되는 독특한 시스템이 기본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최근의 오락 프로그램은 편성방식에 있어서만큼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다. 이미 ‘X맨’같은 프로그램들이 거의 한편당 2주편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야심만만’과 SBS '아이엠‘같은 프로그램들역시 프로그램의 내용에 따라 2주방영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오락프로그램이 한시간안에 모든 것을 끝내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의 재미를 보장할 수 있다면 몇주로 늘려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또한 ’느낌표!‘의 복귀에서도 볼 수 있듯, 이제 오락프로그램은 더 이상 ’끝이 끝이 아닌‘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드라마와 달리, 오락프로그램은 인기를 얻고 종영하면 시간을 두고 다시 아이템을 모은뒤, ’시즌 2‘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오락프로그램들이 오락프로그램의 현재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런 시도들은 오락프로그램이 좀더 치밀한 준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 한회 촬영으로 2주 방영을 할 수 있다면 그만큼 비는 시간에 아이디어를 수집할 수 있고, 그만큼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지금은 가능성에 머물고 있지만, 어쩌면 오락 프로그램의 미래에 있어서는 몇 개의 창조적인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류에 대한 짧은 이야기 하나. 최근 국내 드라마들이 ‘박터지게’ 경쟁하는 이유중 하나는 한국에서의 흥행이 아시아권의 흥행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다른 나라에 팔아먹으려면 한국에서 검증받아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 드라마는 앞서 언급한것처럼 빠른 흐름속에서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겨울연가’같은 드라마가 한국 시청자들을 위한 ‘정답’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겨울연가’는 ‘여름향기’의 실패에서 볼 수 있듯 확실한 정답은 아니다. 물론 여전히 한국 이외의 곳에서는 ‘겨울연가’나 그 외의 ‘전통적인’ 트랜디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그 흐름이 변화했다. 과연 한국 드라마를 즐기는 다른 나라역시 그렇지 않을까.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성공한 순간, 다른 드라마 제작자들은 ‘겨울연가’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생각해야한다. 제2의 ‘욘사마’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아류가 될 뿐이다. 한국에서도 뻔하고 지겹다는 소리를 듣는 작품으로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고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요행수다. 로또복권 1등 당첨자가될 확률은 언제나 0에 가깝다.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