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일,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오산역환승센터가 영업을 시작했다.
환승센터가 완성되면서 역 앞에 있던 기존의 오산터미널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오산역환승센터는 여러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경부선 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선상(線上) 환승센터라는 점,
수도권 최초로 전철역과 버스터미널이 만난 교통 허브라는 점,
상업시설 없이 순수 환승에 목적을 둔 시설이라는 점이 이곳만의 특징이다.
임시 건물에서 복합환승센터로 바뀐 이후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증과 기대를 한가득 안고 살펴보러 갔다.
수원터미널에서 대전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약 20분을 달려 오산에 도착했다.
바로 뒷자리에서 만두를 먹는 할머니 때문에 기사가 호통을 치며 실랑이를 벌이고,
칼바람 부는 찬 겨울에 몇 번이나 환풍기 바람을 맞으며 찝찝하게 왔으나,
버스에서 내린 직후에 보이는 광경이 불쾌한 마음을 녹아내리게 했다.
승차홈 및 플랫폼 구조가 영락없는 버스터미널이기는 하지만,
고가도로를 뱅뱅 돌아 공중에 붕 뜬 정류장에 착륙한 느낌이 굉장히 독특했다.
아담하면서도 세련되고, 시야가 뻥 뚫려 오산시내가 한눈에 펼쳐지는 이곳은 파라다이스였다.
수원역 환승센터와 비슷하게 느껴지면서도, 시외버스가 이곳에 온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혹시나 플랫폼 끝에 내려가는 길이 있을까 싶어 구석을 향해 걸어가 보니 이런게 나온다.
아까 탔던 버스가 지나간 길이다.
고가도로가 시야를 가로막고 있어 답답한 느낌이 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길을 통해 환승센터를 오간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시선을 빼앗긴 것도 잠시, 조금 더 걸어가 보니 역시나 계단이 나온다.
환승센터를 빠져나가는 출구이자 들어오는 입구이다.
별다른 시설물 없이 휑하니 계단만 있는데 그것도 고가도로 사이에 있으니 느낌이 묘하다.
사진엔 없지만 바로 뒤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다리 불편한 사람들도 문제없이 올라올 수 있다.
계단 앞에서 오른쪽 앞을 바라보니 오산역환승센터 간판이 보인다.
건물을 보니 이제서야 오산에 도착했다는 게 느껴지고,
기억에 있던 오산터미널은 이제 없다는 것이 실감난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정리해보니 여기까지 오는 길은 복잡하지만,
차를 타고 내리는 공간 구조는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이쪽 승차장은 모두 시외버스 전용으로 쓰이며 승차와 하차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다만 환승센터이기 때문인지 버스 주차 공간은 따로 없는 것 같아 보였다.
승차장에서 건물 안으로 들어와 모습을 살펴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겉으로 보는 것보다 높았다.
지은지 고작 1년 밖에 안 되었기 때문인지 상당히 깔끔하고 쾌적하다.
대합실 곳곳에 보이는 식물들도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오산터미널을 찾은 건 정확히 8년 만이었다.
지구가 태양을 여덟 바퀴 돈 동안 얼마나 많은 노선이 바뀌었는지 살펴보려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밥줄 노선 동서울행(30분 간격)은 딱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인천공항행(직행 20회 / 완행 33회)은 직행 38회로 횟수가 증가했으며,
인천공항 완행이 들리던 김포공항은 고양행이 중간 경유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한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생겼다.
8~10년 전에 다니던 강남역-양재역 시외버스는 5300번으로,
남부터미널행은 출퇴근 한정 5300-1번으로 바뀌어 시간표에서 사라졌다.
성남(24회 → 17회), 원주(9회 → 6회), 광명(6회 → 5회), 인천(7회 → 4회), 의정부(8회 → 3회), 춘천(12회 → 3회) 등등 전반적으로 수도권/강원도 노선은 횟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예외가 있다면 10년 전과 비교해도 변화가 없는 강릉, 강화행 정도이다.
반면에 청주(26회), 대전(16회 → 20회), 공주-부여(14회 → 15회), 충주(6회), 제천(2회) 등등
충청권 노선은 그대로이거나 횟수가 조금 증가한 노선들뿐이다.
여기엔 단독 노선이 없기 때문에, 횟수 증가의 이유가 정확히 어디 영향인지는 알 수 없다.
영남권의 경우 통영행이 폐지되었고, 노선별로 세세한 변화가 있다.
부산(7회 → 12회), 마산-창원(10회 → 11회)행은 횟수가 증가하였고,
구미-의성-안동(6회), 김해-양산(5회), 진주(3회)행은 횟수가 그대로이며,
경주-포항(12회 → 11회), 울산(10회 → 7회), 대구(7회 → 2회)는 횟수가 줄었다.
호남권의 경우 광주(8회 → 7회), 익산-군산(7회 → 4회)행은 횟수가 줄었고,
전주(6회)행은 10년 전과 비교해도 운행 횟수 및 시간표가 동일하다.
그밖에 남원행, 목포행이 도중에 생겼으나 세종-목포행은 다시 폐지되었다.
전체적으로 자잘한 변화는 있었지만 노선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강산이 한 번 바뀐 사이에 동탄신도시, 세교신도시가 입주하면서 인구가 엄청나게 증가했는데,
그에 반해 노선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오산 입장에선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심각한 침체에 빠진 시외버스 업계를 고려하면 나름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요를 유지했기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갖가지 이유로 사업이 지연되는 곳들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고, 오산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산역 앞에 2층까지 지어지다 만 폐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그게 신 오산터미널 예정지였다.
폐건물이 무한성이 되어 소송전으로 치달으면서 결국 오산시는 환승센터로 방향을 바꾸었고,
이게 신의 한 수가 되었다. 성공적으로 신터미널을 완성시킨 것은 물론,
시내버스와 전철과의 환승이 훨씬 쉬워졌기 때문이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내버스 승차장과 전철 게이트를 동시에 본 적이 있는가?
오산에서 두 시내교통을 모두 한큐에 이용할 수 있다.
건물에서 나와 거리 및 주변 풍경을 한 번 살펴보았다.
오산역 가는 길은 뭔가 굉장히 복잡하게 바뀐 것 같은 인상이다.
이미 환승센터 안에 시내버스 승차장이 있는데 도로 밑에 별도로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그 위로 여러 고가차도가 지나니 위화감이 든다.
그 고가도로와 정류장 옆으로는 오산역 출입구가 붙어있다.
환승센터 이용객들은 따로 1층에 내려와서 오산역을 다시 올라갈 필요가 없으니 상관없지만,
순수하게 오산역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찾기가 다소 불편해졌을 것 같다.
정신없는 고가도로에 가려 광장에서 아예 역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혼돈을 피해 오산역환승센터는 출입구가 별도로 있다.
승차장과 연결된 개방적인 계단 말고도,
건물에 딱 붙어 수줍게 몸을 숨긴 에스컬레이터 출입구가 따로 있다.
다만 고가도로와 버스정류장 콤보에 묻혀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광장 쪽은 유일하게 시야가 탁 트이고 걸어다니기 좋게 바뀌었다.
주차장이었던 곳을 사람이 지나다니도록 바꾸었기 때문이다.
오산의 가장 큰 장점인 철도역과 환승센터의 손쉬운 환승 연계가,
광장 조성으로 인하여 더욱 빛을 보는 느낌이다.
완전히 갈아엎은 광장 앞에서 기존의 오산터미널 자리를 바라보았다.
마침 고가도로를 빙글빙글 돌아 내려온 시외버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현재는 익숙해졌겠지만 처음 개통했을 때 버스들도 지금의 광경이 낯설고 신기했을 것이다.
선로 위 고가로 터미널이 올라가면서 시내버스, 철도역 모두와 문전환승이 가능해졌기에,
비로소 진정한 상부상조를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시너지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더 빛을 보게 될지,
주변 개발이 끝나면 부수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곳이다.
첫댓글 대중교통 간 연계에서는 대단히 뛰어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송내역 환승센터가 비슷한 구조이긴 한데, 시외버스 터미널 승강장이 있다는 점에서 송내역의 확장판이라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서울이나 부산, 광주처럼 대단위 터미널을 필요로 하는 곳에는 바로 적용하기 어렵겠지만 규모와 도시환경이 비슷한 지역에서는 참고할만한 부분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동의하는 바입니다. 차량의 고속도로 접근성보다 중요한게 사람들의 터미널 접근성인데, 이를 간과하여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들이 많죠.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고가도로가 복잡해 보이긴 하네요. 환승센터 규모는 생각보다 크고 웅장합니다.
터미널 시설과 내부 모습도 깔끔하고 시외버스도 다방면으로 잘 연결되는 것 같고
엘리베이터까지 있으니, 여러가지 장점이 있을것 같습니다.
깔끔하고 넓게 잘 지은 것 같습니다만 고가도로가 시야와 사람 통행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환영합니다. 좁아터진 터미널에서 배차담당 아저씨가 마이크들고 3번에 삼흥 대전이요~막 이러면서 안내하던 생각나네요. 무엇보다 터미널은 역과 공존해야 하는점 다른 지역에도 롤모델이 됐으면합니다.
아저씨 이야기를 하니 저도 얼핏 기억이 나네요~ ㅎㅎ 천안같이 환승객이 많은 곳들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지금도 마이크로 방송 해주십니다 ㅎㅎ
오산환승터미널은 잘만들어놓은거같애요
터미널에 시외버스도탈수있고 시내버스도타고 전철도타고 최고의 환승터미널이네요
심지어 기차까지 섭니다ㅎㅎ 정말 잘 만들었죠!
시외+전철 환승이 용이하다보니 지방에서 오산행 버스이용 후, 전철 환승 수요가 꽤 됩니다.
이름처럼 환승에 충실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저도 수원 살지만 수원터미널 보단 오산터미널을 선호 합니다. 다 그런 이유겠지요.
과거에 오산터미널 가건물일때 부터 이용해봤습니다.. 집이 동탄이고 학교는 인천인데 오산이 가까워서 인천에서 동탄갈때 오산으로 올때 자주 들렸었죠..ㅎㅎ
그러셨군요~ 오산에 대한 추억이 정말 많으시겠네요 :)
@Maximum 그렇습니다~!
요즘도 친구를 잠실에서 만난다 하면 오산터미널에서 동서울행 시외버스를 이용합니다^^ 그리고 강화도행 시외버스가 1일2회 13:00, 17:00이었으나 13:00 1회로 변경됬죠..
오산에서 인천 가는 전북 빠지고 경기,금호 운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