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이불 속에 있어도 손발이 찬 아이
수족냉증은, 주위 온도가 특별히 낮지도 않은데, 유독 손발이 찬 것을 일컫는 것으로,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에게,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많은 증상입니다. 그런데 이불 속에서도 손발이 차가운 아이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손발이 차가운 데도 양말은 신지 안으려하고 찬 물을 좋아하는 아이와, 실제로 이불이나 옷을 껴입으려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수족냉증을 보이는 아이들
먼저, 찬 음식을 좋아하면서도 손발이 차가운 아이들입니다. 이 경우는, 속에는 열이 많고, 손발 즉, 사지 말단 부위로는 잘 퍼져나가지 않는 경우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양기(陽氣)의 자유로운 운동이 막혀서 사지말단으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 경우라고 하지요. 이렇게 열이 신체의 특정 부위로만 몰리는 데에는, 아이들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아서 기운의 울체가 생겼거나, 비위로 통칭되는 소화기계에 생긴 과도한 열이, 인체의 상부로만 몰리는 경우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입술이나 혀가 붉거나 땀을 많이 흘린다거나, 유독 단 것을 많이 먹는다든가, 변비 경향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아토피나 비염, 천식 등과 같은 알러지성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종종 관찰됩니다.
손발이 찬 아이들 중 또 다른 그룹은, 과일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경우 설사를 한다거나, 늘 맑은 코를 훌쩍이고 있거나 얼굴이 창백하거나 허약해보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는, 대체로 양기가 부족하여 쉽게 추위를 타고 한기를 느끼는 경우입니다. 경우에 따라 유독 식욕부진이 있거나 입이 짧고, 감기를 달고 살기 쉬우며, 기관지염같은 기침 증상이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스트레스가 수족냉증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양기가 잘 퍼져나가지 못하여 생긴 수족냉증은, 우선적으로 속열을 잘 풀어내는 치료를 하게 됩니다. 흔히 몸통이라고 하는 체간 부위(특히 흉격이나 명치끝)에 몰린 열을 내리고,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처방이 우선적이지요. 동시에 체내 음기를 보강해주면서, 체내 열의 분포가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아이에 따라 동생을 탄다던가, 성격이 급한 부모 밑에서 꾸지람이나 윽박을 많이 들었다던가, 유독 욕심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에는,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치료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찬 음식은 해로워요
속이 냉해서, 혹은 양기가 부족해서 생긴 수족냉증의 경우에는, 먼저 속을 데우는 처방과 함께 아이의 체력이 약해져 있으므로, 흔히들 말하는 체력을 보강하는 약들을 쓰게 됩니다.
위장관에 차가운 음식이 들어오게 되면, 장이 차가워져서 인체 말단으로의 기혈순환에 방해가 되어서 수족냉증이 생길 뿐만 아니라, 폐기운도 같이 약해져서 감기, 기관지염, 비염 등이 생기기 쉬워집니다.
양기가 부족해서 생기는 수족냉증에서 뿐만 아니라 속열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에도, 물 등의 차가운 음식을 먹게 하는 것은, 오히려 열분포를 방해합니다. 물은 늘 상온 또는 따뜻한 상태로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또한 체력을 강화하고 기혈순환을 촉진시키기 위하여, 땀이 충분히 날 수 있는 운동을 택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송경미(마포 함소아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