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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일지
2009년부터는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에 새로운 회사들이 참가하면서 많은 모터사이클 레이싱의 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BMW는 지금까지 월드 시리즈급의 로드 레이싱에 참가해서 경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BMW의 참가는 그 의미가 크다. 새로운 팀들의 참가로 풍성해진 그리드만이 아니라, 포르투갈에 새롭게 건설된 포르티마옹 서킷이 올해의 슈퍼바이크 마지막 라운드를 장식하면서 더 늘어난 경기장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그에 반해 옆 동네인 MotoGP는 무척 시끄러웠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싱글 타이어 룰이 채택되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MotoGP의 프로모터인 Dorna CEO 카르메로 에즈페레타는 차후 ECU를 통일하고, 트랙션 콘트롤을 비롯한 전자 장비를 차츰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났다.
MotoGP만이 아니라 같은 리그의 250GP 레이스도 차후 600cc 4기통 4행정 엔진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유럽의 레이스 참가 회사인 아프릴리아와 KTM이 레이스를 그만둘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가장 강하게 600-시리즈화를 반대했던 KTM은 이미 내년부터 250GP에서의 철수를 결정했고, 피아지오 산하의 아프릴리아와 질레라 계열의 위성팀 몇몇은 경기에 나가지 않기로 발표했다.
특히 아프릴리아는 새로운 슈퍼바이크인 RSV4를 전격 발표하면서 맥스 비아지와 신야 나카노를 자신들의 라이더로 데리고 왔다. MotoGP의 스폰싱 줄인 아프릴리아가 슈퍼바이크로 간다는 것은 그만큼 MotoGP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모터사이클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발렌티노 롯시는 최근에 월드 슈퍼바이크가 더 재미가 있으며, 자신도 슈퍼바이크 참가에 관심이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지나가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두 라이벌 리그들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싱글 타이어가 되면서 MotoGP의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이 코너 속도가 감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고, 차후 트랙션 콘트롤등도 제거 된다면 더욱 슈퍼바이크와의 격차는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Crash.net에는 두 레이스가 같이 경기를 가지는 서킷으로 랩 타임 비교를 한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카타르, 필립 아일랜드 그리고 발렌시아에서의 랩 타임은 두 경기가 4초에서 2.5초 사이로 차이를 보였지만 슈퍼바이크의 선두권 선수와 MotoGP의 하위권 선수와의 격차는 1초 내외에 불과했다.
바이크의 격차가 좁혀지는 것만이 아니라 투입되는 자금들의 수준도 더 이상 MotoGP가 더 부유한 모터사이클 레이스라고 말하기 힘들게 되었다. 월드 슈퍼바이크의 프로모터인 FGSport는 스위스의 거대 스포츠 마케터인 Infront Sports & Media AG(이하 Infront...)가 최대 주주가 되면서 사실상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이 Infront...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스위스의 회사는 독일 분데스리가와 프랑스 리그 1부를 비롯하여 FIFA 월드컵의 방송권도 가져가면서 유럽에서 큰 힘을 행사하는 스포츠 마케팅 기업이다. 더군다나 스위스 사람들은 장사라면 따라올 사람이 없이 수백년에 걸쳐서 해왔던 인간들이기 때문에 슈퍼바이크의 라이벌인 MotoGP의 입지는 더욱 힘들어지게 되었다.
MotoGP가 자금줄을 찾기 힘들어지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90년대를 지나면서 담배 회사들의 메이져 스폰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에 금융회사들과 첨단 IT관련 회사들이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WGP가 MotoGP로 바뀌면서 늘어난 것은 스폰싱이 아니라 팀의 부채와 많은 규제들이었고 지금 MotoGP의 위성팀들의 바이크 옆면은 메인 스폰서가 없이 횡한 상태로 달리는게 보통이다.
에즈페레타의 의도는 분명하다. 규격을 모든 팀들에게 짜맞추고, 엔진 출력을 제어한다면 더 많은 회사들과 팀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런 제어된 머신은 하위팀들에게도 우승의 기회를 주고(적어도 포디움이라도), 치열한 추격을 늘어나게 할 것이며 이런 재미가 관중들과 TV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게 될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은 회사들에게 괜찮은 광고 시장이 될 것이다.
일본 회사들이 찬성표를 던진 MotoGP의 규제들은 일본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지만 에즈페레타의 입장에서는 유럽 회사들을 끌어들여서 일본 회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MotoGP의 구도를 바꿔 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990cc에서 800cc로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몸집을 줄인것이 팀들에게는 부족한 출력을 만회하기 위한 전자 장비로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고, 엔진에 규제를 덧붙이고 덧붙이다가 이제는 전자 장비에도 규제를 새롭게 지정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마도 규제가 하나씩 늘어나서 다른 선수들보다 헬멧 쉴드의 필름을 경기중에 더 능숙하게 벗기는 선수들을 제어하기 위한 룰이 생길지도 모른다.
반대로 슈퍼바이크는 룰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다. 이것은 규제를 줄이려고 의도한 것이 아니라 두카티가 1,200cc를 요구했기 때문에 '그렇다면 2기통은 1,200으로 하고 4기통 너희들은 엔진 제한을 없애줄게.'라고 한 것이 더 맞는 소리지만 결과적으로는 팀들이 자신들의 바이크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게 되었다. 일제 4기통 엔진의 압축비 제한은 사라졌고 실린더 헤드의 제한도 사라졌다. 텐 카테 레이싱팀의 혼다 CBR1000RR과 야마하 이탈리아의 YZF-R1은 트랙션 콘트롤도 사용하고 있다.(다른 팀들도 물론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월드 슈퍼바이크와 하위 클래스인 600cc 월드 슈퍼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엔진을 만든다고 알려진 텐 카테가 HRC의 지원을 받는 팀이 아니라 네덜란드에서 모터사이클을 팔던 가족 회사였다는 점이다. HRC가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런 엔진 튜닝을 할 수 있냐고 노하우를 물었던 것은 유명하다. 또한 텐 카테 레이싱팀은 따로 레이싱 파츠가 있는 HRC 버젼의 바이크를 받은게 아니라 그냥 매장에 있는 것들로 레이스 머신을 만들어낸다. 비약이 심하지만 비유하자면 한국의 대한 모터스라는 가게에서 바이크를 하나 뚝딱 만들어서 월드 시리즈 경기에 나가서 우승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슈퍼바이크의 규제가 차츰 없어졌고 팀의 기술자들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팀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스폰서가 많기 때문이었다. 팀들을 끌어들이려고 만든 MotoGP의 규정들이 오히려 반감을 사고 자유로운 슈퍼바이크의 영혼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 슈퍼바이크 챔피언십이 온라인 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중계권역을 늘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지만 MotoGP도 그에 맞서서 대응을 하고 있다. 2008년을 마지막으로 유로스포츠와의 계약을 끝내고 영국 BBC에게 중계권을 준 것이 그 예다. 인기를 위해서는 많은 시청자가 필요하고 유료 방송보다는 무료로 볼 수 있는 국영 방송을 통해서 팬층을 늘려나갈 수 있게 된다.
슈퍼바이크가 많은 사람들에게 과거보다 많은 볼거리들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MotoGP는 GP레이스에서 그 자신의 매력을 이어나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 이유가 여기 있다.
내년 슈퍼바이크에 더 많은 팀들이 생겨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더 많은 추월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말하지는 않는다. 트로이 베일리스가 은퇴하고 미쉘 파브리지오가 그의 후계자로 보이지는 않으며, 야마하에서 멋진 레이스를 보여준 노리유키 하가가 두카티에서 그 정도의 레이스를 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BMW와 아프릴리아도 만일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한다면 여전히 슈퍼바이크는 두카티와 일본 회사들의 싸움이 될 것이며 과거 페트로나스와 아프릴리아처럼 그냥 성과없이 철수하거나 가와사키처럼 하위권에서 지지부진한 경기를 이어나갈 것이다. 특히 미국발 경제 위기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내년까지는 소비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에 팀들의 노력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BMW와 아프릴리아를 스폰싱 하는 회사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슈퍼바이크와 MotoGP와의 격차 좁히기는 새로운 서킷 완공과 Infront...가 이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도 있다. 포르투갈 포르티마옹의 신 서킷은 큰 규모의 공사였으며 이 서킷은 향후 포뮬러 원 개최도 목표를 하고 있다. 또한 같은 나라의 에스토릴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 여러가지 경기를 유치해야 하고, 월드 슈퍼바이크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랜 역사를 가졌고 모터사이클 팬들에게 넘버 원으로 각인된 MotoGP와의 비교는 필연적이다.
롯시가 슈퍼바이크가 더 흥미롭다라고 말하면서 향후 참가를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것도 위와 비슷한 이유라고 생각된다. 롯시가 평소에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슈퍼바이크 경기들에 관람을 가고, 경기중에 스쿠터로 이동을 할 수 있게 배려된 것도 어느 정도는 그가 슈퍼바이크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아니면 이탈리아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초청을 했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그냥 기자들이 떡밥을 던진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바이크와 MotoGP의 비교, 그리고 롯시의 '슈퍼바이크가 흥미롭다...'라는 기사가 포르티마옹 레이스 때와 Infront...의 발표에 이어져서 나왔다는 것은 다 관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 리그의 비교는 이어지고 있지만 스즈키나 가와사키가 이번 시즌이 끝나고 새로운 브리지스톤 싱글 타이어로 필립 아일랜드에서 가진 테스트 결과를 보면 31초를 기록한 꼴찌 가와사키가 두카티 제록스 팀의 32초보다 빠르다. 싱글 타이어와 배기량에도 불구하고 그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MotoGP는 모터사이클 그랑 프리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고, 팀과 회사들도 그것을 알고 있다. 나는 현재 BMW와 아프릴리아도 궁극적인 목표는 GP 출전이 아닌가 생각된다. BMW의 경우에는 MotoGP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두카티가 내심 부러울 것이고 자신들의 라인업에 없는 스포츠 바이크를 내놓으면서 최첨단 안전 시스템이 아니라 최첨단으로 빠른 기술을 통해서 모델의 종류들을 늘려나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BMW 모토라드가 원하는 것은 외부적으로는 페라리처럼 보이고 속은 도요타처럼 만드는 것이 아닐까.(아마도 모든 회사들의 지향점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슈퍼바이크에만 머물수는 없을 것이다.
아프릴리아는 이미 슈퍼바이크에서 시간을 보내고 MotoGP로 돌아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르게 좀 더 안전한 방식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KTM도 이미 MotoGP에서 케니 로버츠의 팀에 엔진을 제공한 전력이 있으며 적극적으로 로드 레이싱에 개입하지 않는 이유는 KTM의 이미지가 오프로드 레이스에 굳혀져 있기 때문이다. RC8의 R버젼을 발표하고 2009년 슈퍼바이크 레이스에 참가를 하지 않고 슈퍼 스톡에 머물기로 한 것도 매출이 줄어드는 현 시점에서 오프로드 바이크보다 덜 팔리는 레이스 바이크에 크게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기다릴 시간
그렇다고 마냥 MotoGP가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명히 슈퍼바이크보다 빠르고, 더 뛰어난 분야로 평가되지만 그냥 규제를 끝도 없이 늘려나가다가는 사촌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그것은 MotoGP에게 매번 규제에 대한 영감을 불러넣어주는 포뮬러 원이다.
포뮬러 레이스는 각종 규제들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유는 MotoGP와 똑같다. 라이벌 스포츠가 급성장하고 시청률이 예전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스폰서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고, 팀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정말 판에 박은듯이 동일하다. 아시아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그쪽 팬의 수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위기라고 말해지는 이유는 가장 큰 고급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F1이든 그랑 프리 로드 레이싱이든 앞으로 미국에서 시청률을 찾지 못하고 유럽에서만 통용되는 경기로 인식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스폰서를 찾아가기 힘들어질 것이고, 메뉴팩쳐러들도 차를 팔아 먹어야 하는데 매력을 느낄리 만무하다. 중국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산업 비율이나 국민 소득에서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아직은 모터스포츠나 보면서 편하게 살아갈 형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MotoGP는 모터사이클 기술의 최고 영역을 지키기 위한 기술의 자유와 더 많은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평등 원칙의 줄다리기에서 어떤 합의점을 찾아가게 될 것인가.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는 위기가 아닌 양대 모터사이클 레이스가 서로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아닐까. 분명한 것은 앞으로의 MotoGP와 월드 슈퍼바이크는 지금보다 훨씬 흥미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세금 떼어 먹고 차명 계좌 만들어서 회장님이 은퇴후에 개인 서킷에서 즐기는 놀이'로 모터스포츠가 인식되는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어떤 모터스포츠가 망하든 흥하든 하등 상관이 없긴 하다.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것도 입만 살아 있는 것일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팬의 입장에서 모터사이클이 경쟁을 통해서 더욱 대중화가 되고 그로 인해서 더 뛰어난 선수들과 레이스를 쉽사리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좋은게 또 어디 있겠는가.(예전에 일본 잡지나 VTR로 녹화해서 외국 레이스를 볼 때와는 천지 차이로 환경이 좋아지긴 했다.) 다만 유일하게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이 글에 달릴 댓글과 글설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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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번외경기로..gp머신과 sbk머신대결은 안하나 -0-ㅋ
우리나라도 텐 카테 같은 샵?-_-;;이 나왔으면 좋겠네요...ㅎㅎ 현재 레이싱에 몸담고 있는분들과 레이싱에 관심있는 돈많은-_-분들의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다면 금방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골프가 박세리씨 한명으로 인해서 인식이 완전히 바뀐것 처럼요~기대해봅니다 대한민국!
언제나 흥미진진한 자료......재밌네요....
코너 탈출,, 직빨에서 SBK머신이 완전 상대가 안됩니다... 코너에서는 비슷하던데..
몇년 전엔 WSBK의 존폐위기가 대두 됐었는데 지금은 상황 역전이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