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은 가는날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 간절하다했던가. 우여곡절끝에 10월30일 문학기행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앞세우고 목포로 향했다. 몇달전부터 가을 문학기행은 목포 "외달도"라는 섬으로 정해놓고 그 시간을 기다렸다. 웬지 이름이 맘에 든다고 꼭 그곳으로 가야된다는 회원님들의 기다림이 혹여 실망이나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순천식구들과 광주식구들이 목포 여객선터미날에서 만나 10시30분 외달도가는 배에 무사히 승선했다. 15명의 회원들의 기대에찬 모습은 정말 소풍가는 아이들마냥 들떠있었다. "외달도" 목포에서 약6km정도 떨어진 작은섬. 일명 사랑의 섬이라고도 불리우며 17세대가 사는 아주 작은 섬이다. 몇년전 우연히 들렸던 기억을 앞세워 그쪽을 추천하며 난 그곳의 모든것들을 꼭 우리회원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가을바다는 은빛으로 일렁거리고 갈매기들의 낮은 비상은 한폭의 그림이였다. 고하도를 거쳐 달리도라는 섬에서 몇몇의 승객을 내려주고 우리가 찿는섬 외달도에 도착했다. "오메 좋다 너~무 좋다" 그 한마듸씩의 찬사에 주선했던 내 우려도 점차 마음을 놓을수가 있었다. 한옥팬션의 정자를 주인의 허락도 없이 독차지하고 싸가지고온 음식을 차렸다. 가지소백이 골담피장아찌 머윗대잎 장아찌 곰보배추쥬스 팥양갱이 등등 들어보지도못한 반찬들에 묻혀 내가 가지고간 홍어무침과 불고기는 족보도없이 한쪽에서 쭈볕거리는 의붓자식 같았다. 모찌떡 사과 커피 생강차 아무튼 15명의 식구가 먹고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이 점심을 먹고. 외달도 섬을 산책했다. 섬의 외곽을 도는 길이는 3km정도되는 거리라서 걷기에 아주 좋은 길이였고. 사랑의 섬이라는 이름때문인지 곳곳에 사랑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조금 인위적이긴 하지만 빨간색 철제를 크게 세워 사랑마크를 만들어 놓은것이 인상적이였다. 아직은 오염되지 않아서인지 물빠진 자갈밭에 촘촘히 박힌 야생 굴밭이 우리를 유혹했다. 잘디잔 굴을 따먹으며 우리는 하하호호 많이 웃었다. 한쪽에선 널부러진 바위톱에 앉아 은쟁반에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덩달아 우리도 열심히 따라불렀다. 오카리나와 어우러진 하모니는 누구라도 감탄할만한 소리였고 한적한 가을바다와 어우러져 모두들 소녀같은 모습이였다. "아 좋다 너무너무 좋다" 일상에서의 탈출은 자유롭고 한가해서인지 감각의 날이 참 예민하기도 한가보다. 좋다의 연발이니 말이다. 가을하늘은 쪽빛으로 가라앉아 고즈넉하고 바다는 그 하늘닮아 속절없이 파랗다. 억세는 몸비비며 계절을 재촉하고 구절초 보랏빛이 얇은 추위에 움추린다. 꼭 보여주고 싶었던 해당화꽃은지고 몇잎남은 이파리의 향기가 은근하다. "외달도" 너무 외로워 달도 운다는 섬. 그 하늘 한켠에 낮달이 하얗게 내려다 본다. 섬마을 사람들은 한명도 없고 가끔 비여있는 집에 개들이 컹컹 짖어 자기네 동네라고 시위하는것같은 적막하기만한 섬. 구멍가게도없고 식당도 없고 사람들도 없고 그냥 너무조용한섬. 돌아오는 선착장 담벼락에 누군가 써놓은 낙서가 인상깊다. '40분 배타고 와서 30분 섬을걷고 두시간 배 기다리다가 고픈배 움켜쥐고 섬을 떠나다." 그러나 섬은 작고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고 검게 그을린 섬처녀도 없었고 섬처녀를 애타게 했던 섬마을 선생님도 없었지만 하루쯤 훠이훠이 다시 가고픈 외달도. 그곳 그섬이 다시 가고 싶을날이 또 있을것이다.
역시 교육을 받은사람과 어깨너머로 배운것은 차이가 나더군요. 사진솜씨 말이예요. 제것도 몇장 있는데 그냥 그냥입니다. 오늘아침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뭔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어요. 난데없는 웬 새떼 인가싶어 자세히 보니 낙엽이 휘휘 날아다녀요.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가을이려니 생각했던건 그냥 하늘빛이 고즈넉할때의 감상이였구요. 제할일을 다 끝낸양 이리저리 날리는 낙엽이 꼭 우리네 인생같아요. 순례아우님! 가슴이 쓸쓸하네요. 이런날 빛갈좋은 국화주 한잔놓고 가을노래부르며 가슴을 허랑허랑 풀어놓았으면 좋으련만....
첫댓글 우리 카페에서 댓글 쓰시라고 옮겨놨습니다.
부덕언니!! 훌륭한 글입니다.
역시 마음을 파고 드는 감동의 글입니다.
외길도를 다시 돌아보는 기분입니다.
역시 교육을 받은사람과 어깨너머로 배운것은 차이가 나더군요.
사진솜씨 말이예요. 제것도 몇장 있는데 그냥 그냥입니다. 오늘아침 아파트 베란다 너머로 뭔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어요. 난데없는 웬 새떼 인가싶어 자세히 보니 낙엽이 휘휘 날아다녀요.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가을이려니 생각했던건 그냥 하늘빛이 고즈넉할때의 감상이였구요.
제할일을 다 끝낸양 이리저리 날리는 낙엽이 꼭 우리네 인생같아요. 순례아우님! 가슴이 쓸쓸하네요.
이런날 빛갈좋은 국화주 한잔놓고 가을노래부르며 가슴을 허랑허랑 풀어놓았으면 좋으련만....
역시 언니 다운 발상이십니다. 가까이 계신다면 우리집 석류주라도 한잔 드리고 싶은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