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가는 이유는 술을 마시기 위해?
산에 다녀오면 술이 맛있고? 좋잖아.
술기운에서 헤어나기 위해 산으로 간다.
술기운에 오래도록 빠져있기 위해 산으로 간다.
무엇을 위한다고 하는 걸 보니 여전히 나는 멀었다.
7시 50분쯤 앞날 한볕이랑 사 둔 맥주 등을 배낭에 챙기고 나서
형석형님을 모시러 간다. 석주가 조금 늦겠다고 전화한다.
그 분을 태우고 진월동 직행버스 정류장으로 간다.
9시 반까지 백아산 아래에서 만나자고 한 약속에 늦을까봐 조바심이 난다. 조금 늦겠다.
순환도로 타고 연수원 앞 지나 엊그제 지난 그 길을
과속으로 추월하며 간다.
도착하니 9시 45분, 학균형님은 장남 결혼이 다음주라 바쁘고,
남순 형님도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새사람들 미안해 여기까지
왔다하며 곧 가신다.
산행 시작 9시 50분, 빠르다.
소나무 숲 완만한 계곡을 오르며 다들 좋아한다.
나도 좋다.
관광농원에서 올라오는 능선 길에서 쉰다.
두 팀으로 세팀으로 나뉜다.
산에 오르는 속도도 그렇고, 그간 쌓였던 이야기도 그렇다.
새로 온 세 명의 회원 중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분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오른다.
마라톤 선수인 인성 형은 후적후적 앞서가다 형님들을 기다려 주신다.
일이 많은 형석형님이나 아프셨던 회장님은 느리지만 잘 따라 오신다.
영길형님이 동기들 무등산행 후 바로 만나기로 했다고 12시에는
출발하시겠단다.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11시를 넘어간다. 기념사진을 찍는다.
난 맥주를 10개 샀는데, 안 마시는 이가 꽤 된다. 2개를 마셔도 남는다.
오랜만에 산에서 두 개 이상을 마신다. 시원하다.
내려오는 길도 금방이다. 영길형이 가고 이제 8명이 농원에 점심 먹으러 간다. 회장이 양주를 큰 병에 가져 오셨다.
소주에 맥주에 난 운전자라는 것도 잊고 같이 마신다.
연수원에 차를 두거나 거기서 대리운전을 부르자고 한다.
12시 반부터 시작한 점심은 2시 반을 넘자 거나해져서 끝난다.
형석형님과 인성형 건형 그리고 석주와 함께 물염정에 들른다.
몇은 차안에서 잔다. 새벽에 지는 축구보느라 부족한 잠에 술까지 마셨으니, 물염정이고 적벽이고 김삿갓이고 다 소용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파충류적인 잠과 심장과 허파 이런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난 물염정 안의 현판들을 찍어보기도 한다.
모두 관심도 없는데 이서의 은행나무에 또 들른다.
수만리를 거쳐 풍암지구에서 건형님을 내려드리고
체육관 앞에서 형석형님을 내리고 오는데 인성형님이 한잔 더하겠느냐고 한다. 여기까지 음주하며 잘 왔으니, 집에 코 앞이니 그러자고 한다.
광명 아파트 뒤에서 또 술을 마신다.
모임이라는 것과 석주와 나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
(구걸하지 않겠다는 말에 입장을 확실히 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석주는 택시를 타고 가고, 난 금방 운전하며 집으로 온다.
목욕하고, 동강의 친구들 만나러 가려고 생각하니
정남석의 전화가 생각난다.
한강이와 한볕에게 같이 가보자고 술김에 장난하다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거리를 나선다.
샤워는 했으나 술기운은 가시지 않았다.
그 기운으로 화순 고려병원에 들른다.
정남석의 누이가 화순에서 살다 병으로 죽었단다.
화순에 오니 친구가 생각나서 술 한잔 하고 싶어 전화했다니
찾아오기 잘했다. 돈은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쓰기 위한 것이니.
쓰고 살기 위해서니 정지된 카드를 생각해 보지만 술기운에
또 마신다. 항상 그렇지만 술이 술을 부른다.
그가 만나는 후배들과 또 김목 선생까지 들어서 술을 몇 잔 했다.
동강 친구들 기다릴 것은 생각났는지 그들이 일어나기
전에 뿌리치고 걱정을 받으며 일어난다.
어둠 속에 과속하여 주암호 문덕을 지나
어둠 속에 잠긴 보성강을 보며 중학교 아래 백두대간에 닿았다.
10시가 됐다. 준환과 영국 동귀가 맥주를 몇 병 놓고 기다리고 있다.
우린 희망보다는 비관을 칭찬보다는 비난을 말한다.
그러면서 서로를 위로하는 힘을 얻는지, 술이 거침없게 하는지
끝이 없다. 관일 스님과 현석에게 전화했으나, 결국 영국이가 운전하고
조성으로 간다. 형진이는 기꺼이 술을 나르고 우린 누가 무슨 노래를 할지 서로 눌러주며 노래하다 술마시다 웃다가 한다.
그리고 시각을 모르고 집에 올라 차를 밖에 두고 거실에서
조용히 잤다. 비 오는 날 푹 자다 10시쯤에 어머니의 성화에
밥 몇 숟갈 뜨고, 또 자고 두 시경 일어나 또 밥 먹고
마늘과 양파와 말린 나물 등을 실고 빗속에 광주로 왔다.
오는 길에 우산 쓰고 걷는 할머니를 태우고 광주까지
별로 졸지 않고 잘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