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먹는 놈이 이밥 조밥 가리랴'
하얀 쌀밥을 이밥이라고도 한다. 쌀에 좁쌀을 섞어 밥을 지으면 조밥이라고 한다. 봄에 피는 조팝나무 꽃은 흰쌀에 좁쌀을 섞어 지은 조밥을 연상시킨다.
'조상 덕에 이밥을 먹는다.'
제사를 지내게 된 덕분에 평소에 먹지 못하던 쌀밥을 먹게 되었다는 뜻이다. 무슨 일을 빙자하여 거기에서 이익을 얻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
북한 김일성주석이 남한침공을 앞두고 늘 주민들에게 선전했다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반도의 주민은 끝없는 배고픔에 시달렸다. 일제의 수탈에 거지처럼 힘겹게 살았다. 그래서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선전은 겨레의 심장에 따발총을 겨누게 하였다. 일제의 약탈에 시달린 한반도를 전쟁의 도가니로 만들어 버렸다. 한민족 최대의 비극 한국전쟁은 일제의 수탈로 인한 굶주림에서 시작되었다.
이렇게 보면 모든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 아니 모든 권력은 입구로부터 나온다. 사흘 굶어 도둑질 아니 할 사람 없다는 속담이 성립한다. 이 산 저 산 다잡아 먹고 아가리 딱 벌린 것은 아궁이지만 이 밥 저 밥 다잡아 먹고 아가리 딱 벌린 것은 사람의 입이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황사가 찾아온다. 황사가 지나가고 나면 이번에는 연중 가장 넘기 힘든 보릿고개가 찾아온다. 그때에 한반도의 들녘에는 하얀 조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굶기를 밥 먹듯 하는 흥부네 식구들에게는 조팝나무 꽃이 환상으로 다가온다. 흰쌀에 좁쌀을 섞어 지은 조밥으로 보인다.
조팝나무의 학명은 Spiraea prunifolia simpliciflora Nakai.이다. 조팝나무의 속 이름 스피라에아(Spiraea)는 라틴어로 화환이라는 뜻이다. 꽃으로 화환을 만드는 나무라는 데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조팝나무는 제주도와 함경북도를 제외한 한반도에 자생한다. 논둑이나 밭둑처럼 햇빛이 잘 드는 산기슭에 자란다. 한반도와 중국에는 있고 바다 건너 열도에는 없다는 것도 재미있다.
조팝나무라는 이름은 ‘조밥나무’가 변해서 된 것으로 보인다.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이 튀긴 좁쌀을 붙여 놓은 듯하다. 꽃잎은 햅쌀을 닮은 흰색이지만 꽃술은 좁쌀을 닮은 노란 색이다. 그런 까닭으로 조팝나무가 되었다. 남부 지방에 자라는 이팝나무가 이밥에서 유래한 것과 비슷한 방식을 따른 것이다.
경상도와 충청도 일부에서는 조팝나무를 '싸리나무'라고도 부른다. 조팝나무 줄기를 여러 개 묶어 빗자루를 만들어 썼던 데서 유래하였다. 그 모양이 싸리나무로 만든 싸리비와 비슷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조팝나무 꽃은 4월부터 피기 시작하여 5월까지 볼 수 있다. 하얀 꽃잎 다섯 장씩 붙은 자잘한 꽃이 줄기에 다닥다닥 붙는다. 꽃은 깨끗하고 소박하여 순결한 이미지를 풍긴다.
세계적으로 조팝나무의 종류는 100개에 이른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몇종은 매우 아름다운 꽃과 수형을 자랑한다. 석회암 지대에 자라는 갈기조팝나무는 휘어진 가지에 꽃송이가 말갈기처럼 늘어져 달린다. 좀조팝나무는 풍성하게 달리는 연분홍 꽃송이가 아름답다.
조팝나무의 번식은 주로 삽목이나 포기나누기를 한다. 삽목은 봄에 2년생 가지를 한 뼘쯤 잘라 서너 시간 물에 담갔다가 묘상에 심는다.
조팝나무는 꽃이 예쁘고 생명력도 강하며 꺾꽂이나 휘묻이로 번식이 잘 된다. 그런 까닭으로 최근에는 조경용 나무로서 인기가 높다. 공원이나 도로 화단에 무리지게 피어 환상적인 꽃밭을 연출한다. 꽃에서는 꿀이 많이 나므로 밀원식물로도 가치가 높다.
한방에서는 조팝나무 뿌리를 인후염 치료에 쓴다. 유럽조팝나무는 이 나무에 있는 성분을 이용하여 아스피린을 만드는 나무로 유명하다.
아주 귀해서 사랑받는 나무가 있다. 그런가하면 늘 가까이에 있어 친구처럼 낯설지 않아 정다운 나무가 있다. 조팝나무가 바로 그런 식물이다.
첫댓글 핑크 좀조팝나무는 공원에 보이는거같았어요!!이뻐요!!
이 밥 조 밥이 아니라 이밥(쌀밥) 조밥(좁쌀밥)이군요.
조팝나무가 정다운 나무라고요? 정다운?ㅎㅎㅎ
잘 배우고 갑니다^^
자잔한꽃이 모여 정말 예뻐요 사랑스런 조팦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