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 비방 구태 여전… 유권자 냉담 ‘악순환’
5·31지방선거를 50일 앞두고 입후보자들의 조급함과는 달리 정작 한 표를 행사할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해 각 당은 물론 선거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잦은 선거에 경제난 지속으로 ‘먹고 사는 것 조차 힘든데 무슨 정치냐’는 반응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쟁 다툼에다 혼탁·비방전까지 구태의연한 선거운동이 재현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유권자들은 정치에 대한 식상함은 물론 혐오감까지 느낀다고 아우성이다. 본지는 5·31지방선거 D-50일을 맞아 지방선거를 깨끗한 선거·공명한 선거·정책 선거로 유도하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클린 5·31, 그릇된 선거문화 바꾸자’란 시리즈를 총 7회로 마련, 싣는다. <편집자 도움말>
D-50일, 5·31지방선거가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각 당은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위해 후보자 공천과 경선을 서두르는 등 막바지 선거채비로 숨가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 전초전 성격인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전략인 반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신생 정당인 국민중심당은 대전·충청권의 교두보 확보를 위해 총력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각 당은 이달 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출정식을 갖고 본격 선거전에 뛰어들 태세다. 이에 맞춰 표밭갈이를 위한 후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전국은 선거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황제테니스’와 ‘성추행 파문’과 관련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권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흑색·비방전으로 비화될 우려마저 낳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전·충남에서는 5·31지방선거와 관련, 유권자에게 금품 및 음식물을 제공했다가 130여건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구태(舊態)선거운동이 성행하고 있음을 입증해주고 있다.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선거개입도 엿보이고 있다. 일부 공직자들이 특정 인맥을 돕기 위한 줄서기·줄대기 양상과 함께 특정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지하거나 급조된 모임을 결성해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이다.
업자들 역시 학연·지연 등 연고를 활용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 밀기에 나서는 등 차기 수혜를 노린 줄대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일부 후보자는 선거 때마다 우려먹던 재탕·삼탕의 ‘단골공약’을 베끼거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거는 등 구태를 답습,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유급제가 도입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후보 난립에 따른 개인별 자질 및 공약 검증이 자칫 ‘수박겉핥기’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비등하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신 정치인도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무관심. 지난 2002년 6·13지방선거의 전국 투표율이 43%로 역대 선거 중 가장 낮았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지방선거 역시 투표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민 박모씨(53·대전시 중구 대흥동)는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선거냐"며 "지난번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최모씨(42)도 "선거 때마다 막판 흑색·비방전으로 흘러 공명선거를 망친 게 한·두번이 아니라"면서 "누가 당선되던 상관할 바가 아니다"고 했다.
이처럼 5·31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으면서 이번 선거가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대전·충남지부가 대전·충남지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62%가 "지방선거 일정 모른다"고 응답한 사실만 보더라도 이를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그동안 병폐로 나타난 한국의 정치고질병인 흑색·비방의 구태의 한 선거운동과 공직사회의 줄서기, 실현 불가한 공약 남발 등은 선거에서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할 선거문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과 올바른 한표 행사가 선거혁명을 이룰 수 있으며, 21세기 지역발전과 국가도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