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2월 17일 미국의 상하 양원 합동회의장 조지 부시를 물리치고 백악관에 입성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연설대 앞에 섰다.
그는 "교육 의료보험 실업 등의 문제를 증세 없이 개선하려 했지만 재정적자가 훨씬 늘어나 불가능하게 됐다"며
휘발유세 도입등 사상최대의 세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대선 때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려 한다"며 맹공을 펼치던 것과는 전혀 딴판 공약도 중요하지만
위기에 직면한 미국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는 교육책이었다.
대선 때만 되면 후보들이 내놓은 장밋빛 공약으로 온 나라가 화려하게 치장된다.
'747공약(이명박), 중산층 70%(노무현), 국민소득 3만달러(김대중), 신한국 창조(김영삼)...
반만 실현했어도 우리 국민은 세계 최고 경제력으로 아무 걱정 없이 지상 낙원에서 살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국민소득은 아직도 2만달러 선이고 신한국은 커녕 재정적자 200조원 나라 빚 500조원 세상에 살고 있다.
이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만약 모두가 공약을 고집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곳간은 거덜나고 국민들은 빚더미에 내몰렸을지도 모른다.
꿈과 현실은 그만큼 다르다.
외환위기 직후 대권을 잡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 일주일도 안돼" 사태를 잘 몰라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말(공약)을 했다"고 고백한 이유이기도 하다.
빠른 수정이 현실에서는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당시 복지예산 30% 증액과 같은 대선 공약을 전면 재조정하고
경제 회복에 올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 졸업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축소 사과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 했다.
야당이야 6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했던 수모를 되갚았다고
좋아할지 모르나 어딘지 군색하다
욕을 먹더라도 못 지킬 게 뻔한 약속울 바꾸는 건 오히려 국정 최고
책임자가 행해야 할 책임이 아닐까.
나쁜 건 권력을 사인화해 '공약에 대해 책임있는 정부'만을 내세워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 아닐는지... 송영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