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내리던 날에 춘천에 다녀왔다.
꿩 대신 닭
지난달에 봉사를 마치고 나오며 장애인 자매에게 무엇을 먹고 싶으냐고 물었었다. 대답은 ‘고기’였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생고기 소금구이도 가끔씩 해 주곤 했는데 그것이 생각나서였을까? 아무튼 이번 봉사 땐 고기를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돈가스를 해 가자는 걸로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안양교도소 장애인 재소자들에게 교화행사를 갔다가 백집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춘천에 봉사 가자고 제안을 했었다. 그랬더니 집사님은 탕수육과 자장을 이야기 하신다. 교회 집사님이 중국집을 하시는데 한번 봉사하고 싶어 하셔서 이야기를 해 놨단다. 고기를 먹고 싶어 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탕수육도 돼지고기로 만드는 것이니까 괜찮지 않겠냐고 하셨다. 그렇게 주 메뉴는 자장밥과 탕수육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꿩 대신 닭이다.
이 집사님께 나머지를 부탁을 드렸다. 주 메뉴가 정해지니 나머지는 간단했다. 쌀 가져가 밥하면 되고, 단무지랑 깍두기 가져가면 되고, 과일을 가져가면 된다고 하신다. 정말 그렇다. 주 메뉴가 무엇이냐에 따라 나머지 준비가 복잡 한가? 아니면 간단한가에 대한 정리가 된다는 것도 새삼 알았다.
그리운 이와의 예고 없는 만남은 때론 행복이다.
이 집사님과 출발을 하여 성남 모란 시장까지 달린다. 도로가 엄청 막힌다. 아침 6시50분에 출발을 하였는데도 도로가 엄청 막힌다. 인선님은 계속 전화를 하신다. 미리 나와서 기다 린지 30분이 지났고 1시간이 다 되어 간단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도로가 막혀서 차가 가지를 못하는데 어쩌란 말인가…….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말밖에 드리지 못한다. 평소에는 1시간이면 도착할 텐데 2시간 만에 도착했다. 가을비는 추적거리며 내리는데 우산도 없이 남의 가게 앞 처마 밑에서 기다리는 것은 낭만보다는 짜증이 날만한 상황이다. 그래도 반갑게 웃으며 차에 탑승하는 인선님이 보기 좋다.
부지런히 차를 달린다. 춘천 공설운동장 자리에 KBS 방송국 건물이 들어섰단다. 그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야간근무를 마치고 바로 퇴근하여 집에도 들리지 않고 약속 장소로 나오신 김 집사님을 픽업한다. 반가운 인사가 가을비 시작하는 춘천에서도 정겹다. 주 메뉴를 가져올 백집사님은 서울에서 이제야 출발을 했단다. 약속된 11시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란다. 나눔의 동산에 도착하여 콩나물 북어 국을 끓이고 있는 여자분들. 남자들은 비오는 밖에서 서성거릴 수도 없고 어정쩡하다. 장애인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가끔씩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게 분위기 반전이 된다. 백집사님께 전화를 해 보니 도로가 엄청 막혀서 차가 움직이지도 않는단다. 허긴 우리도 그 과정을 통과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올라온다. 연한 하늘색 모님이다. 귀여운 차에서 거구의 정 목사님이 사모님과 함께 내리신다. 모두 깜짝 놀랐다. 반가운 해후가 이루어졌다. 새벽기도 마치고 자오쉼터 카페 게시판에 봉사 간다는 글을 보고 출발을 하셨단다. 사모님은 주방으로 들어가시고 목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기도 응답의 결과물인 디카에 대한 간증도 들려주시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일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참으로 반가운 만남이다. 정말 그리운 이와의 예고 없는 만남은 행복이다.
탕수육과 자장밥
도로가 많이 막힌 덕분에 주 메뉴를 싣고 오는 백집사님이 조금 늦었다. 차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차에서 자장이 담긴 들통을 내리고, 탕수육이 담긴 그릇을 내리고, 소스가 담긴 그릇을 내린다. 주방이 분주해졌다. 상이 차려지고 밥이 그릇에 담기며 자장소스가 끼얹어져지고, 콩나물 북어 국이 담기고, 탕수육이 접시마다 담겨지며 맛있게 보이는 소스가 끼얹어진다. 정승훈 목사님의 감사기도 후 맛있는 식사가 시작된다. 소록도 봉사를 갔을 때 먹어보고 오랜만에 먹어 보는 자장밥이다. 맛있다. 장애인들에게 탕수육이 인기가 좋다. 푸짐하게 준비해 온 덕분에 부족함 없이 잘 먹었다. 이 집사님이 식사를 마치고 주방으로 나가더니 들통과 탕수육 그릇을 씻어서 차에 싣는다. 잠시 차 한 잔의 여유도 없이 모처럼 모인 자오 가족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비는 여전히 오고 있는데 주문진에 들려야한다는 인선님의 요청에 바쁘게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 백집사님만 빼고 나머지 6명은 주문진으로 이동을 한다. 가을비 내리는 포구를 생각하며 고고씽~
2009. 9. 21.
-양미동(나눔)―
첫댓글 고고씽은 무슨 애들도 아니고...쩝... 내가 갈수있을때 가야지 고고씽이죠..ㅎㅎ 식사가 넘 늦어서 어떻게 다녀왔는지도 모르게 갔다 왔습니다. 주문진에 함께 하지 못해 지송..사무실이 그날따라 바쁘다고 해서리...쩝 담엔 꼭 갈께요
흠~ 우린 행복했답니다.~
치! 치! 치! 치!치! 치!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