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르메봉
사북에서 아침밥을 먹고 시간을 보내다 콜밴 한대의 짐칸까지 낑겨 타고 구절양장 꾸불꾸불 돌아가는 도로를 올라 어둠에 묻혀있는 쇠재에서 내린다.
임도를 따라가다 통신탑을 지나고 능선으로 붙어 찬바람 불어오는 산길을 올라가면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동면쪽으로 민가의 불빛들이 반짝거린다.
어둠속에서 방향을 확인하며 봉우리들을 넘어 국수봉(744m)에 올라 왼쪽으로 꺽어 밑으로 기차터널이 지나가는 지르메재로 내려서니 좌우로 길이 뚜렸하게 나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가파르게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따라 나무들을 잡고 힘겹게 노송들이 서있는 지르메봉(약830m)으로 올라가니 정상은 아무런 특징도 없고 사위는 깊은 정적에 빠져있다.
- 991봉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는 싸래기눈을 맞으며 잡목들을 헤치고 828봉으로 올라가면 여명이 밝아오며 산봉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펴고 피라미드처럼 뾰족 솟은 기우산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온다.
진눈깨비에서 바뀐 변덕스러운 빗줄기를 맞으며 소나무들이 울창한 봉우리에 올라 막걸리를 돌려마시고 왼쪽으로 꺽어 내려가니 잡목에 바위들이 많아 진행이 더디어진다.
스멀스멀한 비안개로 덮혀있는 산길 따라 삼각점(정선430/2004복구)이 있는 720.6봉을 넘고 잡목들을 헤치며 고목 밑에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문두치로 내려간다.
굵어진 빗줄기에 일회용우비를 꺼내입고 건드리면 끊어지는 더덕순을 찾아가며 가파른 능선을 천천히 올라가면 늦가을의 숲은 너무 황량해 문득 혼자였으면 쓸쓸했겠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본격적인 오르막을 맞아 이리저리 나무들을 잡고 낙엽에 쭉쭉 미끄러지며 거의 절벽처럼 서있는 능선을 힘겹게 올라 두리뭉실한 991봉을 넘어서니 마루금에서 벗어난 기우산쪽으로는 길이 안보인다.
▲ 720.6봉 삼각점
- 기우산
북서쪽으로 꺽어 벌목지를 지나고 펑퍼짐한 지형에서 방향을 잘 잡아 바위지대를 완전히 우회해서 오른쪽의 능선으로 붙는다.
아주 흐릿한 족적 따라 바위지대 섞인 능선을 내려가니 왼쪽의 벌목지에 심어진 작은 구상나무 묘목들과 쭉쭉 뻗은 이깔나무들이 붉고 노란색으로 물들어 몽환적인 광경을 만들어낸다.
왼쪽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임도를 바라보며 거대한 송전탑을 지나서 뚜렸해진 족적 따라 묘지 한기를 만나 안부로 내려가면 기우산을 향한 오르막이 시작된다.
굵은 케이블선과 함께 된비알로 이어지는 숲길을 한동안 지나 버려진 통신시설을 만나서 진땀을 흘리며 정상석이 있는 기우산(869.9m)으로 올라서니 돌탑과 오래된 삼각점이 있고 이정목이 반겨준다.
가뿐숨을 몰아쉬며 올라오는 일행들을 기다려 비에 젖어 떨리는 몸을 소주와 막걸리로 달래고 조금씩 맑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다 내려와 송전탑부터 시작되는 임도를 따라간다.
임도가 오른쪽으로 휠때 능선으로 붙어 내려왔던 흔적을 보며 991봉으로 되돌아 올라가면 편하게 임도를 따라갔던 일행들의 목소리가 밑의 안개속에서 들려온다.
▲ 991봉 벌목지대
▲ 이깔나무숲
▲ 기우산 정상
- 병방산
완만해진 능선 따라 원형 대삼각점이 있는 1021.3봉에 올라 일행들을 만나고, 허리를 굽혀가며 빽빽한 철쭉지대를 통과하다 매서운 나뭇가지에 뺨을 연신 얻어맞는다.
운치있는 낙엽송지대를 지나고 목장철망을 만나서 맹에골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가다 되돌아와 목장초지를 건너 능선으로 붙는다.
철선과 같이 소똥들이 널려있는 목장길을 지나 철문을 통과하고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866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다 억새 우거진 공터에서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는다.
양주 한잔씩을 돌리며 추위를 달래고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목장건물을 내려다보며 병방산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약870m)로 오른다.
북쪽으로 꺽어 내려가 좌우로 길이 흐릿한 안부를 지나고 서걱거리는 낙엽들을 밟으며 암릉으로 올라서면 모처럼 시야가 트여 지나온 마루금과 기우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모습을 보인다.
둔덕들을 넘어 삼각점(435재설/77.6건설부)이 있는 병방산(861.1m)으로 올라가니 조양강과 정선시내가 앞에 펼쳐지고, 다른 일행들이 진행할 819.2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이며, 상정바위쪽의 금대지맥 연봉들은 구름에 가려있다.
▲ 1021.3봉 정상
▲ 낙엽송지대
▲ 목장
▲ 목장 철문
▲ 목장 건물
▲ 암릉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기우산
▲ 병방산 정상
▲ 병방산에서 바라본 819.2봉
- 782.9봉
일행들과 헤어져 갈림봉으로 돌아와 홀로 지맥길을 타고 연속해서 나타나는 암릉들을 너덜에 미끄러지며 왼쪽으로 우회해서 넘는다.
849봉에서 남쪽으로 꺽어 버려진 티브이안테나를 지나 820봉에 오르고 혹시라도 합수부쪽 조망이 트일까 마루금에서 500여미터 떨어진 782.9봉으로 향한다.
앞의 봉우리를 넘고 시든 단풍나무들을 젖히며 길이 흐릿한 능선을 지나 억새들로 차있는 782.9봉으로 올라가면 삼각점(정선317/2004재설)만 반겨줄 뿐 조망은 가려있다.
820봉으로 돌아와 남동쪽으로 휘어지는 흐릿한 족적 따라 거송 한그루가 서있는 719봉을 넘고 남쪽으로 꺽어 마지막 능선을 내려간다.
동남천을 내려다보며 송림이 울창한 바위지대를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마을의 티브이안테나가 나오고 케이블선과 함께 급하게 떨어지는 능선길이 시작된다.
▲ 782.9봉 정상
- 가수리
낙엽에 미끄러지며 지그재그로 뚝 떨어져 내려가면 간혹 조망이 트여 동남천 너머로 계봉이 울퉁불퉁한 모습을 나타내고 조양강과의 물어름이 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강릉유씨묘 두기를 만나고 잇달아 나타나는 묘지들을 지나 완만하고 뚜렸한 산길을 바삐 내려가니 우렁찬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휘는 산길을 따라가다 묘들을 횡단해 시멘트도로와 만나서 수미마을을 지나 동남천과 조양강의 물어름으로 내려가면 느티나무 고목 한그루와 '가수리' 표시석이 산객을 맞아준다.
노목지맥의 끝에 서서 막바지 추색에 물들어가는 동강변의 암벽들을 바라보다 택시를 타고 일행들이 기다리는 정선으로 향하니 겨울을 재촉하던 차가운 가을비가 다시 차창에 묻어난다.
첫댓글 경치가 좋은것 같습니다. 그쪽도 하산길이 별로 였던 모양이군요 형님따라 갔다가 아주 재미난 산행 한것 같습니다 다른 산행보다 아주 짜릿짜릿 했던것 같습니다
ㅎㅎ 짜릿짜릿해요? 굴곡도 심하고 날도 안좋아서리...
날만 좋았으면 꽤나 멋있었을것 같은데? 굴곡이 심하기는 하더라고요. 지르메봉 부터 시작해서리 전에 대간거사님 따라서 월악산 문수봉 갔을때 큰두리봉 오르면서 무척이나 가파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거에 비하면 새발에 피 같습니다
저에겐 오지산행길 .. 매우 신선한 산의 느낌이였습니다 바지 다 긁혀져 A/S보냈습니다 그래도 신난 하루 ..수고하셨습니다
재산 손실이 막대 하였겠습니다 근데 참 웃기는 것이 갈때까지 무릎이 여러군데 아팠었는데 그곳 다녀와서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졌습니다 참 별일입니다
가수리 고목나무 동강쉼터. 지난 여름 가족들이랑 정선가서 조양강-동강으로 드라이브할 때 보던 곳이네요. 아,, 이곳이 노목지맥 종착점이군요. 동강을 보니 전에 못갔던 백운산이 생각납니다. 언제 다시 가야할텐데.. 수고하셨습니다.
동남천 트레킹할때가 생각납니다 09년도에도 동강트레킹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991봉 오르던 생각과 거기서 쉬고 표지기 1장붙이고 자작나무 잡목숲을 뚫던 생각만 나네요... 강원도의 힘을 보여주는 산들이지요... 여러사람이 가도 혼자가는 산행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