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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06
S#1. 세훈의 침실
지은, 숨이 멎을 듯 놀라 창백한 얼굴로 돌아보면…
술에 취해 넥타이 풀어헤친 채, 방 문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훈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한편, 세훈 입가에 비웃음 머금고 천천히 지은을 향해 다가오는데…
세훈 : (빈정대는) 설마 당신이 헬퍼는 아니겠지?
지은 : (수치심과 절망으로 얼굴 굳는) …
세훈 : (조소) 그 대단한 오렌지 아가씨가 이제 우리 집 헬퍼라… 재밌군!
지은 : (애써 냉정 되찾는, 시선 피하며 나가려는데) …
세훈 : (동시, 가로막으며 차갑다) 클라이언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지은 : (자신을 의도적으로 불렀음을 직감하고 쏘아보는) 이렇게 남의 집에서 헬퍼나 하는 내 꼴을 보니, 속이 시원해요?
(감정 격해지는) 그래요! 당신은 대단히 성공했구, 난 보다시피 이렇게 살아요! (강렬히 보며) 나한테 당신의 성공을
그렇게 과시하구 싶었어요? 의도적으로 이렇게 날 불러서까지?
세훈 : (어이없다는 듯 픽 웃는) 내 성공을 과시하구 싶었다? 그것두 의도적으로 불러서?
(시선 맞추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내가 아직도 널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면 안되나?
지은 : (모멸감에 아랫입술 지긋이 깨무는데)
세훈 : (그대로 보며) 근데 계란 후라이도 못하는 헬퍼도 있나?
지은 : (화가 치밀지만 애써 냉정하게) 그건 이미 오래 전 일이에요. 이젠 난 많은 걸 배웠어요.
세훈 : (오버랩) 그러길 바래, 당신은 배워야 할 게 아주 많은 여자였지!
지은 : (발끈해) 이렇게 성공한 걸 보니 운이 무척이나 좋았나 봐요!
세훈 : (양복 상의 벗으며, 덤덤) 어떤 여자한테 차인 뒤로 운이 풀리더군!
지은 : (오버랩, 비꼬는) 축하해야 할 일이네요! (쏘아보는데)
세훈 : (동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시선 개의치 않으며, 와이셔츠 단추 풀기 시작하는) 축하해줘 고맙군!
지은 : (그 모습 보자 고개 돌려 외면하는)
세훈 : (순간 고개 돌리는 모습을 보지만 아랑곳하지 않으며, 와이셔츠 벗는) 나 물 한 잔만 줘!
지은 : (매섭게 보다 나가는)
S#2. 세훈의 집 부엌
싱크대 앞에 선 지은, 얼음물 단숨에 마시고 있다.
그래도 진정이 안 되는지, 굳은 얼굴로 숨 한번 크게 쉬는데…
이때 세훈, 들어서는…
지은, 인기척에 돌아보는…
세훈 : (다가와 식탁 앞에 앉는)
지은 : (크리스탈 잔 가져다 테이블 위에 놓으며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아무래도 불편할 테니 내일부터 다른 헬퍼가…
(말 이으려는데)
세훈 : (오버랩) 난 불편하다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 불편한 건 내가 아니라 이지은씨겠지!
지은 : (오버랩, 태연한 척) 그렇지 않아요. 난, 그 누구 앞에서도 자격지심 같은 거 느끼지 않으니까! 그게 얼마나 못난 건지,
십 년 전에 당신이 똑똑히 가르쳐 줬잖아요. … 게다가 이 일은 정직한 일이고 보수도 좋으니까! (보는)
세훈 : (시선 맞추는) 많이 변한 것 같군!
지은 : (태연한) 그래요, 변했어요. 아니 변할 수밖에 없었죠. (묘하게 웃으며) 그러니까 당신만 변한 건 아니라구요!
세훈 : (씁쓸히 웃는) 난 그리 변하지 않았어. 굳이 달라졌다면 돈을 좀 벌었다는 거겠지…
(이때 세훈의 핸드폰 울리는… 핸드폰 받는, 다정한) 응, 그래, 미란아… 좀 전에 들어왔어.
지은 : (미란의 전화에 얼굴 굳어 돌아서는)
세훈 : (통화하는) 그럼, 그렇게 해… 우리 언제 갈까? (다정한) 나야 너만 좋으면 그만이지! 그래…
(전화 끊는 그리고 무덤덤한 목소리로 보며) 미란이와 친구라는 건 상상도 못했어!
지은 : (돌아보는) 언제 말 할 꺼예요? 미란이한테! 우리 관계, 숨길 순 없잖아요!
세훈 : (시선 맞추며, 차갑다) 걱정 마! 기회를 봐서 말할 거니까! (휙 돌아서 나가 버리는)
S#3. 세훈의 집 거실
TV 켜 있고… 화면엔 뉴스 흐르고 있다.
손에 위스키 잔 든 세훈, 소파에 기대 TV 화면 주시하지만… 딴 생각에 빠진 얼굴이다.
이때 지은, 부엌에서 나오는데…
세훈 : 할 얘기가 있어. 좀 앉아. (리모콘 들어 텔레비전 끄는)
지은 : (잠시 주저하다 다가와 맞은 편 소파에 앉는)
세훈 : 돌려 말하지 않을게… 정선배 생일파티에서 일하는 모습 봤어!
지은 : (놀라는, 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 … 그래서요?
세훈 : (건조한) 일부러 불렀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은 : (자존심 상해 톡 쏘는) 어떻게 도와줄 건데요? 당신 재산 전부라도 내줄 생각인가요?
세훈 : (픽 웃는) 날 미워하는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은 : (오버랩) 착각 좀 그만하지 그래요. (시선 맞추며) 난 당신 미워하지 않아요. 당신을 잊은 지 오래니까…
세훈 : (오버랩, 비아냥대는) 서운한데? 난 지난 십 년 동안 가끔 당신 생각나던데…
(진심이 담긴) … 나두 한때 널 미워하고 원망도 했어! 날 버린 건 너였으니까! 하지만 잘 살길 바랬어… 진심으로!
근데 이런 모습 보니 맘이 편칠 않아.
지은 : (오버랩, 맞서는) 미안해서 어쩌죠? 나 때문에 맘이 편칠 않다니… (비꼬는) 그럼 앞으로 당신 집에서
헬퍼 일도 할 수 없겠네요! 앞치마 두르고 왔다 갔다 하는 날 보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시겠어요?
세훈 : (얼굴 굳는 차갑다) 철들려면 아직도 멀었군! (진지하게 보는) 내 도움을 거절한다면 굳이 강요하진 않겠어.
… 불편하지 않다면 그대로 다녀도 난 상관없어.
지은 : (오버랩, 오기 발동하는) 좋아요, 어디까지나 일은 일인 거니까… 안 그래요? 장세훈씨!
세훈 : (픽 웃는) 물론이지 (의미 심장한)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이니까!
지은 : 그렇죠, 난 헬퍼! 당신은 고객! 지금 우린 그걸로 충분한 거죠. 그럼 앞으로 당신 마음에 드는 헬퍼가 되도록
어디 한번 노력 해 보죠.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 일어나 자극하는) 더 시키실 일 없으면 그만 가보겠습니다!
(현관문 열고 나가는)
세훈 : (동시, 씁쓸하게 웃는, 자조적인) 날 우습게 아는 건 여전하군. (들고있던 위스키 단숨에 마시는)
CUT - 지은, 현관 문 앞에 등돌리고 기대 선 채 잠시 서 있는…
그러다 맥없는 걸음으로 빌라를 나서는데…
휑한 거실에 홀로 남은 세훈, 회한 가득한 얼굴이 꺼진 텔레비전에 비치는데…
S#4. 거리 (늦은 밤)
도심의 네온사인들, 현란하게 번쩍이고 있다.
지은, 복잡한 얼굴로 심란한 마음 달래느라 정처 없이 걷고 있는데,
이때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십 년 전, 세훈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 ‘And I lov(소리) you so.' 흘러나온다.
그러자,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는…
어느새, 두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있고… 그렇게 잠시 멍한 얼굴로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S#5. 세훈의 집 거실 (동 시각)
어두운 거실. 세훈, 소파에 미동 없이 앉아 있다. 그 눈빛, 텅 비어 버린 듯 공허한데.
그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 현관문 밀치고 나가는…
S#6. 한강 둔치 선착장 (늦은 밤)
정처 없이 헤매던 지은, 뭔가 이끌리듯 어느덧 한강 둔치에 이른다.
한편 저 강물 위엔 유람선 한 척이 떠가고 있는데…
십 년 전, 세훈과의 추억이 떠오르는지 착잡해지는… 그렇게 한탄과 절망이 섞인 긴 한숨 내쉬고 발걸음 옮기는…
시간경과
세훈의 검은 벤츠, 한강 둔치 일각에 멈춰서는…
운전석에서 내린 세훈, 강물을 바라 보며 선다.
한편 저 멀리 떠가는 유람선을 바라보는 세훈의 눈빛 아련하다.
이때 핸드폰 울리는… 보면, 핸드폰 액정엔 ‘미란’ 이라고 떠 있다.
그러나 울리고 있는 핸드폰 받지 않는…
어느새 핸드폰 벨 소리 멈추고… 씁쓸한 표정으로 우뚝 서 있는 모습에서…
S#7. 지은의 집 밤 전경
S#8. 지은의 집
지은, 들어서는…
조현숙, 잠옷 차림으로 부엌에서 물 마시다 보는…
조현숙 : (자다 일어난 목소리) 왜 이렇게 늦었어?
지은 : (얼버무리는) 일이 좀 많았어요… 영은인?
조현숙 : 녹화 있어서 새벽에 들어온대! (어두운 지은의 얼굴보고) 너 얼굴이 왜 그래? 어디 아파?
지은 : (내색 않는) 아프긴! 피곤해서 그렇지 뭐…
조현숙 : 빨리 들어가 쉬어라… (안방으로 들어가는)
지은 : 주무세요… (쓰러질 듯한 걸음으로 방으로 향하는)
S#9. 지은의 집 욕실
지은, 양치질하는. 순간 울컥해 눈물 솟구치는데… 눈물 삼키려 애쓰는.
이런 식으로 세훈과 다시 만난 게 너무나 당혹하고 힘들다.
S#10. 지은의 방
어두운 방안, 지은 심난하고 복잡한 얼굴로 일각 책상 앞에 앉아 스탠드 전원 껐다 켰다 반복한다.
이때 울리는 지은의 핸드폰.
지은 : (전화 받는) 여보세요? … 이렇게 늦게 웬일이야?
CUT - 녹화장 (동 시각)
방송 끝난 후 어수선한 녹화장 풍경.
일각에 선 복자, 통화하고 있다.
복자 : 할 얘기가 있어서… 만나서 얘기 할려구 했는데, 오늘 생방에 회의에 너무 바빴다! (조심스럽다) 저, 저기 말이야…
(세훈이 자신의 회사에 CEO로 온 것 말하려다, 만나서 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 드는) 아냐. 아무래도 만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다! (이때 ‘남피디님! 자막 좀 봐 주세요!’ 하고 부르는 여진의 목소리 들리자 여진을 향해 소리치는) 어, 잠깐만…
(하고는 지은과 통화하는) 지은아,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지은, 전화 끊고는 생각이 났는지 책상서랍 열어 세훈의 만년필이 든 상자 꺼내는.
시간경과
침대에 누운 지은, 잠이 안 오는지 이리 저리 뒤척인다. 그러다 일어나 앉는…
생각에 빠진 얼굴로 미동 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잠시 그렇게 앉아 있다 가슴이 답답한지 방문 열고 나가는…
S#11. 부엌
어두운 내부, 냉장고 앞에 선 지은, 냉장고 문 열어 소주병 꺼내 그대로 선 채 마시는…
세훈에 대한 애증에 그저 가슴만 답답하다.
S#12. 어스름한 도시의 새벽 풍경들 (다음날 아침)
S#13. 세훈의 빌라 앞
세훈의 집 앞에 선 지은, 복잡한 눈길로 빌라 한 번 올려다보는.
심호흡 크게 한 후, 가방 안에서 열쇠 꺼내 문 여는.
어젯밤 잠을 못 이뤘는지 무척 수척한 얼굴인.
S#14. 세훈의 집 부엌
식탁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음식들 차려져 있고…
유니폼을 입은 지은, 냉장고 문열어 계란 집다 잠시 주춤하는.
그러다 무의식적으로 손에 쥔 계란을 바라보는데…
- P CUT / 세훈의 옥탑방 (※십 년 전 상황)
세훈 : (냉장고 열어 계란 꺼내 집어들며 장난치는) 맨날 계란 후라이만 먹어서
나중에 우리 아기 꼬끼오~ 하구 나오면 어떡할려구? (후라이 팬에 계란 후라이 만들기 시작하는)
지은 : (세훈의 허리 감싸 안으며 애교스러운) 꼬끼오~ 가 아니라 삐약삐약이지~
(후라이팬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익어 가는 계란 후라이 보며) 세상에서 계란 후라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은
아마 내 남편 일껄! 노른자 터트린 적 한 번두 없잖아! 내가 하면 맨날 터지는데…
이때, 지은 인기척에 놀라 돌아보는.
동시, 손에 들고 있던 계란, 바닥으로 떨어져 깨져 버리고…
한편, 세훈, 방금 샤워마친 듯 촉촉이 젖은 머리카락에 목욕 가운 입은 채, 묘한 시선으로 지은을 바라보고 있다.
지은 : (시선 피하며, 뭔가 들킨 사람처럼 허둥대는데) …
세훈 : (일각의 티슈 뽑아 들며, 깨진 계란 닦으려 다가가는) 내가 하지!
지은 : (얼른 행주로 깨진 계란 닦는) 괜찮아요, 이건 내가 할 일이예요.
세훈 : (무색해져 멈칫하는, 그리고 앞치마 두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덤덤한) …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군!
(식탁으로 다가와 앉는)
동시 지은, 바닥에 깨진 계란 치우다 쓴웃음 짓는, 자신이 세훈의 집에 헬퍼가 되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고 서글프다.
그러나 애써 내색치 않으며 계란 닦은 행주 들고 싱크대 앞으로 가 서는…
세훈 : (왼쪽에 놓인 수저 보며) 감격스럽네!!
지은 : (돌아보는)
세훈 : (왼손으로 수저 집어들며) 내가 왼손잡이라는 걸 아직도 기억해주구 말이야!
지은 : (보는) …
세훈 : (시니컬하게 웃으며 시선 맞추는) 세상은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아?
지은 : (그 시선에 붙들려 보는)
세훈 : (건조한) 결혼 당시엔 당신한테 아침 한 번 못 얻어 먹어봤는데, 이혼을 하고 나서야 당신이 차린 아침을 먹게 됐으니…
지은 : (반응하지 않으려 돌아서려는데)
세훈 : (동시, 기분 묘해지며 회한의 감정 드는) 맛있어 보이네… (덤덤한) 함께 들지. (식사하는)
지은 : (보며) 괜찮아요.
세훈 : (자극) 이렇게 마주 하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나는데, 당신은 어때?
지은 : (시선 피하지 않으며) 예전과 똑같은 건 단 한 가지밖에 없네요. 우리가 식탁 앞에 마주 하고 있다는 거!
세훈 : (그대로 보는) …
지은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다, 생각이 나 앞치마에서 만년필이 든 상자를 꺼내 내미는) 미안해요!
진작 돌려 줬어야 하는 건데! 내 가방 속에 딸려 왔었어요.
세훈 : (뭔가 하고 보다가, 상자 열어 보면 십 년 전 지은에게 준 만년필 들어 있다 내심 놀라는) 아직까지 갖구 있었다니
의왼데? … 난 버렸을 줄 알았어!
지은 : (오버랩, 발끈) 그 만년필, 당신 아버지 유품이라는 거, 당신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다는 거,
그런 거쯤은 나두 잘 알고 있다구요!
세훈 : (시선 맞추며) 고맙군! (비꼬지만 진심도 담긴) 십 년 전에 그런 훌륭한 생각을 했었다면 우린 지금 어떻게 됐을까?
지은 : (그대로 보는, 그러다 시선 외면하며 돌아서는)
세훈 : (동시, 일어나며) 시간 나면 한번 잘 생각해 보라구! (나가려는데)
지은 : (뒷모습 보며, 차갑다) 당신만 상처받았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이 떠올라) 나도 당신으로 인해 잃은 게 크니까…
세훈 : (동시, 돌아서 잠시 보다가) … 일이 끝나는 대로 퇴근해도 좋아. 시간 채우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까! (휙 나가는)
S#15. 거리
아침 출근길 풍경… 한편, 달리고 있는 세훈의 벤츠 보이는데…
S#16. 세훈의 차안
뒷좌석에 앉은 세훈, 어젯밤 잠을 못 이뤘는지 얼굴 꺼칠해 보인다.
그리고 손에 들린 신문, 눈에 안 들어오는지 접어놓는데… 이때 울리는 핸드폰.
CUT - 미란의 집 침실 (동 시각)
화려한 잠옷 차림의 미란, 침대에 누워 세훈과 전화 통화하는 중인.
미란 : 출근하는 중이예요? 참, 어젯밤에 핸드폰 안 받던데! 나랑 통화하고 어디 나갔었어요?
세훈 : (거짓말하는) … 일찍 잤어!
미란(전화) : 그래서 집 전화두 안 받았구나… 윌, 오늘 점심 때…
세훈 : (건조하게) 12시쯤 나와! … (통화하고 싶지 않아 둘러대는) 지금 전화 들어오거든. 그래.
(핸드폰 끊는, 차창만 바라보는데)
S#17. 서린 그룹 오전 전경
S#18. 서린 그룹 대 회의실
긴장감 흐르고 있다.
세훈을 비롯한 서린의 임원1,2 그리고 호진과 정민 외국인 1,2가 대형 테이블에 둘러 앉아 회의 중인데…
외국인1 : (날카롭다) 서린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진율 20%이상은 안 됩니다.
세훈 : (영어, 외국인1 보며) 40%가 아니면 우린 합작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곡 찌르며 여유 있는) 서린의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인정했기에 여기까지 오신 거 아닙니까?
모험을 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 서린의 비전에 모험을 한 번 해보시라고 로즈만 회장님께 전해 주시죠!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죠.
세훈을 비롯한 외국인1과 2,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하는…
호진과 정민도 일어나고, 임원1,2 외국인 1,2를 에스코트하며 나가는…
호진 : (세훈에게 다가와) 우리 조건이 너무 파격적이라 이번 합작 성사 되긴 힘들 거 같단 생각이 드는데!
세훈 : (자신만만한) 합작을 하려는 이윤, 이익을 보기 위함이지 손해를 보려는 게 아니잖아?
(빙긋이 웃으며) 분명 다시 연락 오게 돼 있어! 다음 회의 전까지 계약서 다시 한번 검토해 주시죠!
정민 : (세훈을 향해 한마디 툭 던지는) 이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 홈런 쳐 전세를 뒤집으시겠다?
좋습니다, 어디 한번 기대해 보죠!
세훈 : (보는데)
정민 : (빙긋이 웃으며) 가죠! 미란이 기다릴텐데!
S#19. 중식당 (동 시각)
세훈과 미란, 그리고 정민 식사중인…
미란 : (정민 보며) 그 여자한테 푹 빠졌구나! (농담이지만 진심이 담긴) 이번엔 또 얼마나 갈런지 모르겠다!
정민 : (오버랩, 빙긋이 웃으며, 진지한) 평생!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까지… 그 누구도 손 못 대는 내 여자로 만들꺼야.
세훈 : (지은이란 사실은 상상도 못한, 정민 향해) 조만간 국수 먹겠네요…
정민 : (오버랩) 아직은 나 혼자 쫓아다니고 있습니다!
미란 : (오버랩, 놀라) 정민씨 같은 남잘 왜 마다한대?
정민 : (농담처럼 내뱉지만 진심인)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거지! 나 같은 놈한테 달라붙는 여잔,
(자신의 머리 가리키는 제스처 취하며) 여기가 좀 빈 거 아니겠어! 그리구 남잔, 달라붙는 여자 재미없어 해!
(세훈 보며) 안 그렇습니까? 장사장님!
세훈 : (그저 웃는데)
시간경과
여 종업원, 후식으로 오렌지가 든 접시 가져다 놓으려는데.
정민(소리) : (여 종업원 향해, 거절하는) 난 됐어요!
여 종업원, 세훈과 미란 앞에만 오렌지가 든 접시 놓고 가는…
정민 : (미란 보며) 그 사람, 오렌지 알러지가 있거든… (세훈 향해) 그래서 어느 날부턴가 나두 오렌지가 싫어지더라구요!
세훈 : (동시, 그 말에 정민이 좋아하는 여자가 지은이란 건 예상 못한 채, 지은이 떠올라 얼굴 굳어 오렌지 잠시 쳐다보는)
미란 : (오렌지 먹으며, 정민 향해) 대단하다! 바람둥이 정민씰 열 여섯 소년처럼 만들어 논 그 여자, 정말 궁금하다! 이뻐?
정민 : (오버랩, 장난스레) 물론 당신보다 이뻐! 얼굴두 마음두! 콧구멍두!
미란 : (기가 막혀 픽 웃는, 그러다 정민 보며) 우리 이번 일요일에 같이 저녁 할까? 여자는 여자가 보는 게 정확하다구!
정민씨 짝으로 어떤지 내가 한 번 봐 줄께… (세훈 보며) 일요일날 약속 없죠?
세훈 : (고개 끄덕이는)
미란 : (궁금해 죽겠다) 기대되는데? 어떤 여잔지?
정민 : (순간 세훈의 집 헬퍼라는 이야기하려다 마는, 미란과 세훈 향해 의미 심장하게 웃으며) 한번 기대해 봐!
S#20. 서린 그룹 입구
영석과 영은, 접수증 들고 나오는…
영석 : (영은의 손에 들린 접수증 확! 나꿔채는)
영은 : 야, 안 내놔!
영석 : 좀 보구… 근데 접수 번호가 좀 그렇다! 44번! 왠지 기분이 좀 그렇네… 죽을 4가 둘씩이나…
영은 : (오버랩, 발끈해 기분 나쁜) 너 따라와서 초치는 소리나 할래? (접수증 다시 확~ 나꿔채 보며) 난 이 번호 맘에 들어!
영석 : (의아해 보는데)
영은 : 죽을 4가 아니라, 죽일 4니까!
이때 입구에 멈춰서는 검은 벤츠, 수위 재빠르게 다가와 뒷좌석 문 열면 세훈 내려선다.
한편, 운전기사, 휠체어 내리면 세훈, 미란을 안아 들어 앉힌 후 휠체어 밀며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데…
동시, 영은과 영석, 스치듯 지나치는…
S#21. 서린 그룹 내 세훈의 방
세훈,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휠체어 탄 미란, 방 둘러보고 있는…
일각 소파 앞 테이블에는 마시던 커피 잔 보이고…
미란 : (보며) 서린에서 당신한테 배려를 한 것 같긴 하네요… 윌, 난 사실 당신이 남의 밑에서 있는 거 싫어요.
우리 아빠한테 말하면 미국 회사 부채쯤은… (말 이으려는데)
세훈 : (오버랩,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뼈 있는) 그 얘긴 두 번 다시 안 하기로 했잖아!
미란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두 부채를 떠 안아준다는 조건으로, 서회장님이 당신 미국 회사 지분을 너무 많이 가져가니까…
세훈 : (오버랩)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 걱정마.
미란 : (순간 약간 쌜죽하다가) 일 해야죠? 나 갈께요…
세훈 : 집으로 바로 갈꺼야?
미란 : 그럴려구요! 지은이한테 전화해서 집에 놀러 오라구 할까 하는데… 왜 그때 백화점에서 본 내 친구!
세훈 : (순간, 얼굴 굳는)
S#22. 서린 그룹 로비
복자, 스튜디오로 향하는…
한편, 세훈, 미란이 탄 휠체어 밀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복자, 그 모습보고 멈칫 하며 일각 벽 뒤로 숨는.
그리고 놀란 얼굴로 두 사람의 모습 지켜보는…
CUT - 복도 일각
세훈, 미란의 휠체어 밀며 입구로 향하는…
휠체어 앉은 미란, 행복한 얼굴로 세훈 바라보는…
한편 복자, 충격으로 굳어진 얼굴로 멍하니 서있는데…
S#23. 세훈의 빌라 오후 전경
S#24. 몽타주
세탁실과 연결된 뒷 베란다, 하얀 타올을 ‘탁탁’ 털어 건조대에 반듯이 널고 있는 지은. (유니폼 차림이다)
잠시 후, 세훈의 하얀 와이셔츠를 옷걸이에 건다.
세훈의 와이셔츠를 바라보는 그 눈길 착잡해지는데…
세훈의 침실, 곱게 다린 와이셔츠 옷장에 걸고 빨랫감들 넣으려고 서랍장 여는…
이때 시야에 가지런히 놓인 세훈의 속옷들 들어온다. 순간 기분 묘한데…
그런 자신이 우습다는 생각에 씁쓸히 웃는, 그리고 마음을 다지려는 듯 힘 주워 서랍장 닫는다.
이때 핸드폰 울리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 받는.
지은 : (핸드폰 받는, 놀라지만 애써 반가운 목소리로) 미란이구나… (불편한) 웬일이야?
미란(전화) : (오버랩, 애교스러운) 웬일은? 너 보구 싶어서 전화했지! 우리 얼굴 좀 보자. 너 지금 어디야?
지은 : (당혹하는) 어…
(순간 일각에 놓인 미란과 세훈의 사진이 담긴 액자가 시야에 들어온다, 마치 미란에게 들킨 것만 같은데)
CUT - 미란의 집 욕실
미란 거품 목욕하며 욕조 안에서 지은과 통화중인.
미란 : (오버랩, 놀라는) 무슨 일? 너 일하니? 그럼 내일은? 너한테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지은 : (난처한) … 할 말?
부엌, 밑반찬 만들고 있는 지은, 미란의 통화에 마음 심난하다.
그러자 일각에 있던 양파 집어 껍질 마구 까기 시작하는… 어느새 눈가에 눈물 고이는데…
S#25. 서린 그룹 내 홈쇼핑 녹화장
어수선한 녹화장 풍경, 녹화가 막 끝났는지 스탶들 소품(유아용품 장난감) 내리는 등 셋팅 했던 무대 뒷정리 중이고…
일각엔 미끄럼틀, 그네 보인다.
한편, 호진 여진을 끌고 그네로 앞으로 다가와 서는데.
여진 : (얼떨떨한 얼굴로 보는)
호진 : 여진아, 연애란 무엇이냐? 그네를 타는 것과 같은 거야!
여진 : (무슨 말 인가해서 보는)
호진 : 너 어렸을 때 그네 타 본 적 있지?
여진 : 네!
호진 : (그네 한번 밀며) 그네를 타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 (동시, 그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쪽만 계속 올라 가면 재미가 있겠냐~ 없겠냐~?
여진 : 그야 물론 재미없죠!
호진 : 그러니까 밀고 땡기기를 잘 해야 한다!~ 이 말이야! 연애라는 것두 재미라는 게 있어야 돼!
여진 : (공감한다는 듯 수긍하는)
호진 : 넌, 맨날 복자한테 예스맨이지?
여진 : (기죽어) 네.
호진 : 그러니까 복자가 너한테 재미를 못 느끼는 거지! 게다가 항상 잘 해 주기만 하면 무시당하게 돼 있거든!
너 맨날 복자한테 무시당하지?
여진 : (더더욱 기죽어) 네.
호진 : 그게 바로 너의 첫 번째 문제야! 강약 조절을 하란 말이야!
막 퍼주기만하는 사랑은, 주는 사람도 지치구, 받는 사람 또한 무감각해지는 거니까!
여진 : 그럼 튕기란 말이예요?
호진 : (오버 톤) 그렇치!!~ 튕기지 않는 사람은 매력이 꽝~ 이거덩! 내말 알겠냐?
이때 복자 부조에서 나오는… 그리고 무대에 있는 여진과 호진을 발견하는…
복자 : (다가와 호진 향해) 형! 웬일이야, 나한테 뭐 할말 있어?
호진 : 너한텐 별루 없는데, 여진이한테 할말이 좀 많지! (여진 향해 눈 찡끗하며) 오늘은 여기까지!!
(둘 보며) 나 간다! (나가는)
S#26. 서린 그룹 입구
저녁 풍경… 복자와 여진 퇴근하는 길인데…
복자 : (여진에게 별 관심 없고, 그저 이른 퇴근에 신이 난) 야! 간만에 일찍 끝났는데 우리 뭐할까? 영화나 한 번 봐 줄까?
여진 : (좋아 죽겠다 그러다 순간 호진의 충고 떠올라 고민스런 얼굴인)
호진(소리) : (동시) 넌, 맨날 복자한테 예스맨이지?
여진 : (이내 단호하게) 싫어요!
복자 : 그럼 술이나 한 잔 할래?
여진 : (다시 마음 흔들리는 얼굴인데)
호진(소리) : (동시) 튕기지 않는 사람은 매력이 꽝~ 이거덩!
여진 : (퉁명스럽게) 술은 무슨 술!
복자 : (뚫어지게 보며) 너 지금 나한테 튕기냐?
여진 : (순간 헉! 하는데)
복자 : 어이, 여씨! 아까 호진이형이 나한테 튕기라고 알려줬지?
여진 : (당황)
복자 : (순간 뒷통수 한 대 냅다 치며) 임마, 그거 내가 대학교 때 호진이 형한테 알려줬던 매뉴얼이다, 짜식아! (앞서 걸어가는)
여진 : (뒷통수 문지르며, 우이씨~ 하다 뛰어가며) 같이 가요!
S#27. 세훈의 빌라
말끔히 정돈된 집안 풍경… 일각, 벽시계는 일곱 시가 되어간다.
어느새, 사복으로 갈아입은 지은, 부엌에서 나와 꼼꼼히 집 안을 둘러본다.
그러다 일각 소파로 다가가 쿠션 반듯하게 다시 놓는… 그리고 흡족한 표정 짓는데…
이때 울리는 핸드폰.
CUT - 정민의 스포츠카
거리를 달리고 있다… 정민, 핸들 잡고 있는…
정민 : (지은과 통화 중인) 그래요? (시야에 저 멀리 깜빡이고 있는 신호등 들어온다) 알았어요! 끊어요…
(깜빡이는 신호등 개의치 않고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S#28. 거리 (저녁)
퇴근길로 인해 정체된 풍경… 늘어선 차들 사이에 세훈의 검은 벤츠도 보인다.
CUT - 세훈의 차안
운전석에 앉은 세훈, 미란과 통화 중인…
세훈 :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얼굴에 약간 짜증이 묻어 있는데) 응, 미란아. 집으로 가는 길이야! 오늘은 일찍 들어가 좀 쉴려구.
그래… (전화 끊는, 이어 막히는 도로와 수시로 체크하는 미란 때문에 답답한지 넥타이 느슨하게 푸는데)
S#29. 세훈의 빌라 앞 (저녁)
지은, 나오는…
이때 정민의 스포츠카 요란한 급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다가와 지은 앞에 멈춰 선다.
지은 : (놀라 보는)
정민 : (차창 내리고) 타이밍 절묘하죠? 안 타구 뭐합니까?
지은 : (어이없어 보다 조수석에 오르는)
정민의 스포츠카 출발하는…
한편, 세훈의 검은 벤츠 도착한다. 간발의 차이로 정민의 스포츠카와 세훈의 벤츠는 엇갈리고…
잠시 후, 세훈, 내려서는…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빌라 올려다보는데 불 켜져 있다.
혹시나 지은이 있나… 하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 빨라지는…
S#30. 세훈의 빌라
- 세훈, 들어서는… 시야에 말끔히 정돈된 거실 풍경 들어온다.
혹시 지은이 있나 싶어 둘러보다 텅 빈 거실을 지나 부엌으로 향하는…
- 부엌으로 들어선 세훈, 지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식탁 위엔 저녁상만이 차려져 있다.
다가가 상보 들어보면 밑반찬과 저녁 찬이 정갈히 차려져 있다.
가만히 보다 왼쪽에 놓아둔 수저로 시선이 향하는데… 그 눈길 복잡하다.
그러다 한켠에 있는 포스트 잇 발견하는… 그리고 포스트 잇 들어 눈으로 읽는…
지은(소리) : 8시에 퇴근합니다! 국은 렌지에 한 번 데워 드세요!
- 침실, 와이셔츠 단추 푸르고 있는 세훈, 이때 시야에 콘솔 위에 놓인 만년필 보인다.
세훈의 눈동자 흔들리는…
- 식탁 앞에 앉아 지은이 차려 논 밥을 먹고 있는 세훈, 회한의 감정이 든다.
그리고 입맛이 없는지 몇 술 뜨다 마는데…
S#31. 지은의 동네 놀이터 (동 시각)
지은과 정민 나란히 그네에 앉아 있는데…
지은 : (빙긋이 웃으며) 그만 두면요?
정민 : 나하구 삽시다! 내가 놀구 먹게 해 줄 테니까. (진지한) 난 지은씨가 헬퍼 일 하는 거 부끄럽거나, 맘에 안 들거나
그런 거 없습니다! 살림을 잘 하는 여잔, 뭐든지 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안쓰럽게 보는) 단지 내가 걸리는 건
그 일이 힘든 것 같아, 그게 좀 신경 쓰여요!
지은 : (그 눈빛 읽고 농담하는) 잘 알잖아요! 나 팔 힘 쎈 거…
정민 : (그 말에 픽 웃는, 농담처럼 내뱉지만 진심이 담긴) 솔직하게 말할까요?
(단호한) 장사장, 집에 지은씨가 일 다니는 거 나 싫습니다!
지은 : (순간 찔끔하는데)
정민 : (동시, 장난스레) 남자인 내가 봐도 장사장 꽤 멋있으니까! (시선 맞추며) 내가 지은씰 왜 따라 다니는 줄 압니까?
지은 : (보는)
정민 : (그대로 보는) 당신이 날 잡아 줄 것 같아서… 지은씨가 그랬죠? 왜 절망에서 일어날 생각은 안 하냐구!
사실 일어나고 싶어요, 나! 근데 일어나두 희망이란 게 별루 없을 거 같은데…
(보며) 지은씨가 내 희망이 돼주면 안 됩니까?
지은 : (난감한)
정민 : 왜 대답이 없어요?
지은 : (곤란해 얼버무리는) 글쎄요…
정민 : (오버랩) 글쎄 라는 말 난 싫어합니다. 애매하니까!
지은 : (보는 진지한) 복잡해지는 거 싫어요!
정민 : (오버랩) 뭐가 복잡해지는데요?
지은 : (쓴웃음) 나, 이혼했다는 거 알잖아요?
정민 : (서슴없이) 그래서요? (농담처럼 내뱉지만 의미심장한) 하나님도 과거는 묻지 않아요!
지은 : 정민씨, 난 말이죠 정민씨랑 가끔 이렇게 만나 저녁두 먹구 놀이터에 앉아 얘기두 하구, 또 경마장에 가서 돈두 따구…
그냥 좋은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보며) 안 되나요?
정민 : (오버랩, 그대로 보는) 안 됩니다! (진지하게 보는) 좋아요! 그럼 지구전으로 돌입하죠, 뭐!
1년 2년 아니 죽을 때 까지두 각오하니까!
지은 : (입 열려고 하는데 이때 시야에 걸어 오는 영은의 모습이 들어온다)
한편, 집으로 향하던 영은도 지은과 정민을 쳐다보는데…
시간경과
정민 : (영은을 보는) 오랜만이네! (농담이지만 진심인) 너무 늦게 다니는 거 아냐? 나 기억하지?
영은 : (얼굴 굳어 있는)
정민 : 우리 친구하기로 했거든… 지금은 언니의 남자가 되려구 노력하는 중이구!
영은 : (정민 보며 묘하게 웃는, 눈빛이 고혹적이다) 번지수를 잘못 짚으셨네요!
정민 : (무슨 말인가 해서 보는데)
영은 : 먼저 들어갈게요. (정민 향해) 그럼 또 봐요! (가는데)
지은 : (난처한, 정민 향해) 그만 가보세요. 늦었는데…
정민 : (영은의 행동에 기막히지만, 귀엽다는 듯 멀어져 가는 뒷모습 보며) 맹랑하네! 지은씨 하군 참 많이 달라요…
(하다가 생각나) 참, 이번 일요일엔 쉰다고 했죠? 일요일 저녁 때 무조건 시간 비워둬요.
여기서 무조건이란 건 조건 없이, 이유 없이, 꼭 시간 내란 얘깁니다!
S#32. 지은의 집 밤 전경
S#33. 지은의 방
영은, 옷 갈아입고 있는데, 이때 지은 들어서는…
영은 : (보며, 쏘는) 도대체 그 오빠랑 어떤 사이야?
지은 : (옷 벗으며) 친구라니까!
영은 : (따지듯) 친구? 진짜 거기까지야? 그 말 책임질 수 있어?
지은 : (황당한 눈으로 보는)
영은 : 왜 대답이 없어? (단호한) 그 오빠, 내가 먼저 만났어! 그러니까 딴 생각하지마!
지은 : (어처구니없다) 무슨 생각?
영은 : (오버랩) 좀 솔직해 보지 그래! 언니두 그 남자한테 마음 있잖아!
지은 : (순간 눈동자 흔들리는)
영은 : (그 모습 놓치지 않고 보며 비아냥) 근데 잘 알고 있겠지? 언니한테 그 남자 가당치 않다는 거!
지은 : (보며) 정민씨한테 마음 있니?
영은 : (시선 피하며) 그럼 언니 너 같으면 조건 좋은 남자한테 마음 안 가겠어!
(매섭도록 차갑다) 나 지금까지 언니한테 다 뺏기구 살았어. 엄마 아빠 사랑두, 유학 가는 것두!
근데 이젠 안 뺏겨, 아니 더 이상은 못 뺏겨! (휙 나가버리는… 이어 쾅~ 하고 닫히는 문소리)
지은 : (그 말에 충격 받은, 한편으론 안쓰럽고 난감한데)
S#34. 지은의 집 아침 전경
부슬부슬 비 내리고 있는데…
S#35. 조현숙의 방
조현숙, 창가 앞에 서 내리는 빗물 바라보고 있다. 얼굴 무척 우울해 보이며 연거푸 한숨만 내쉬는데…
이때 방문 열리고… 외출복 차림의 지은 들어서는…
한편, 조현숙, 심난한 마음에 아무 반응 없는데…
지은 : 엄마! 좀 나갔다 올게요… (하다가 우울한 조현숙 표정 보는)
조현숙 : (심드렁해 반응 없는, 시선 여전히 비 내리는 창가에 향해 있는)
지은 : (다가와 조울증 증상이 온 것 같단 생각에) 왜, 기분이 또 우울해요? 약 드실래요?
조현숙 : 싫어! 다 귀찮아… (어서 나가라고 손짓하는)
지은 : (걱정되는 얼굴로 보며) 금방 들어올 거예요.
조현숙 : (반응 없다가 힘없는 목소리로 보며) … 내 걱정 말구 나갔다 와! (화장대 앞으로 다가가는)
지은 : (방문 열고 나가다) 들어오는 길에 블루베리 치즈 케잌 사올께… (나가는)
조현숙 : (화장대에 앉는 그리고 일각에 놓인 이상범의 사진이 담긴 액자 보며 맥없는 목소리) 당신은 좋겠수, 늙지도 않구!
(한숨 내쉬는)
S#36. 미란의 동네 언덕 (오전)
고급 저택들이 늘어선 어느 부촌의 언덕길.
우산 든 지은, 한 손엔 장미 꽃다발 들고 오르고 있다. 시야에 어느 고급 빌라 전경, 들어오는…
S#37. 미란의 빌라 거실
테이블 앞 휠체어에 앉은 미란, 지은이 사 온 장미 수조에 꽃꽂이하고 있고,
그 앞에 마주 앉은 지은, 불안하고 어색하게 미란의 손놀림 지켜보고 있다.
미란 : (장미 꽃대 가위로 싹둑 자르며) 언제 약속할까? 너희 부부 편한 시간에 나랑 윌이 맞출게.
지은 : (당황하는) 미란아, … 나 이혼했어.
미란 : (순간 놀라 꽃대 자르던 가위 멈추고 내려놓는) … 언제?
지은 : (담담한) 오래 됐어.
미란 : (측은한) 그래서 그동안 소리 소문도 없이 살았던 거니?
지은 : (애써 밝게 웃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구…
미란 : (보며) 니가 이혼했을 거란 건 상상두 못했다! 너 그 남자한테 목맸었잖아! 난 당연히 잘살구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우리 윌하구 니네 부부랑 같이 저녁먹자구 한 건데. 미안해서 어떡하니.
지은 : (얼굴 굳어진 채) 미안하긴 내가 말하지 않은 건데…
미란 : 사실 우리 윌,두 이혼한 경험 있어.
지은 :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는) …
미란 : (다시 꽃꽂이하며) 근데 이혼하구 미국 와서 성공했으니까, 그 사람은 이혼한 게 행운이었는지두 몰라.
지은 : (착잡해지는, 그러나 내색 않는)
미란 : 난 우리 윌, 만난게 행운이구… (착잡한) 이렇게 되구 나서 제일 못견딘 게 뭔지 알아? 우리 윌이 자책하는 거…
그 사람 차 타구 가다가 당한 사고였거든… (거짓말하는) 짐이 되기 싫어서, 헤어지자고 했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며 지금까지 내 옆에 있어.
지은 : (어두운 얼굴로 묵묵히 듣고 있는)
미란 : 사실 처음엔 동정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결혼하자며 내 손을 잡을 때, 그 사람 마음이 진심이란 게 느껴졌거든.
(보며) 근데 지은아. 나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내가 그 사람을 붙잡고 있는 건 아닐까!
지은 : (위로하는) 아닐 거야. 널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 같더라. 널 보는 눈빛이… (시선 외면하는)
미란 : (오버랩, 기분 좋은) 그랬니? 그렇게 보였니?
지은 : (일어나려 하며) 이제 가봐야겠다! 엄마가… (하는데)
미란 : (동시, 팔 잡으며) 점심 먹구 가! 우리 윌 오늘 공치러 갔단 말이야! … 너 온다구 옥돔 구웠어! 옥돔 좋아했잖아!
지은 : (난감한데)
S#38. 미란의 빌라 식탁
미란과 지은, 식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밥 먹는 중인…
미란 : 사람일이란 게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드라. (착잡한) 내가 이렇게 휠체어 신세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지은 : (동의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
미란 : 그 동안 너두 마음 고생 심했겠다. 이혼에, 아버지두 돌아가시구 집안까지 그렇게 되구.
(고개 내저으며) 나 같으면 못 견뎠을 거야.
지은 : (씁쓸히) 첨엔 나두 어떻게 사나 싶었는데… 살다보니까 다 견뎌지고 잊어지더라.
(쓴웃음 지으며) 어떻게든 살아야 되니까…
미란 : (고개 끄덕이는) 만나는 사람은 없니?
지은 : (순간 정민 떠올라 씁쓸히 웃는) 없어. 그럴 생각두 없구…
미란 : 왜? 너 아직 젊구, 이뻐… (잠시 생각하다) 우리 윌한테 한번 물어 봐야겠다. 너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 주변에 없는지.
지은 : (당황하는) 그만 둬. 나 그럴 만한 여유도 없구. (다시 식사하는데 영 들어가지 않는)
미란 : (보며) 입에 안 맞니? 왜 이렇게 못 먹어…
지은 : (오버랩) 아냐, (밝은 척하며 다시 밥 먹는)
가정부 : (다가와, 미란에게 수화기 건네며) 전화 받으세요!
미란 : (전화 받으며, 얼굴 환해지는) 비 오는데 공 잘 맞았어요?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정말? …
지은 : (동시, 세훈과 통화하는 모습 보는데, 심난스럽다)
S#39. 미란의 빌라 앞
비, 내리고 있는… 걸어 나오는 지은의 얼굴, 복잡하고 심난하다.
우산 들고 터덜터덜 걷는 모습에서…
S#40. 정민의 호화 주택 전경
S#41. 정민의 저택 거실
내부 풍경, 무척이나 호화롭지만 세련미보단 비싼 가구들과 소품으로만 치장되어 있다.
한편, 상기된 얼굴로 안방 문 쾅~ 닫고 나오는 정민의 계모, 30대 중반의 늘씬한 몸매에 꽤 이쁜 얼굴이다.
몸의 윤곽이 그대로 다 드러나고 노출이 상당히 심한 야한 차림으로 주방으로 향하는데…
이때 정민, 2층 계단에서 내려오는…
동시, 계모와 정민, 시선 마주치는…
계모 : (힐끗 쳐다보더니 외면하고 이내 부엌으로 들어가는)
정민 : (기막힌다는 듯 픽 웃는 그리고 부엌으로 향하는데)
S#42. 정민의 저택 부엌
싱크대 일각에 선 계모, 커피 메이커에서 포트 꺼내 커피 잔에 따르고 있고.
한편, 가정부는 약탕기의 불 조절 하고 있다.
정민 들어서는…
정민 : (가정부 향해, 공손한) 아주머니, 저 커피 한 잔 주세요!
계모 : (그 말에 따르던 커피포트에 커피 남아 있지만, 자신의 잔에만 따른 후 싱크대에 확~ 쏟아 버리는)
정민 : (동시, 그 모습 놓치지 않고 보는)
가정부 : (동시, 못마땅한 시선으로 계모 보다, 정민을 향해) 잠시만 계세요!
계모 : (도도한 얼굴로 커피 잔 들고 나가려는데)
정민 : (동시, 계모 향해 빈정대는) 그 옷은 입으라고 만든 겁니까? 아니면 가리기만 하라고 만든 겁니까?
회장님하고 살면 좀 정숙해 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계모 : (차갑게 보며) 말이 지나치군! 난 회장님 아내야! 결혼식도 올렸구!
정민 : 딴딴딴딴~ 했다는 거 물론 잘 알고 있죠! 근데 우리 집 호적엔 강지선이란 이름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대!
계모 : (쏘아보는) 날 이런 식으로 대접해두 되는 거야?
정민 : (오버랩) 나한테 대접 받고 싶어 여기 들어왔습니까?
계모 : (시선 피하며) 아버지 돈 만 보고 결혼했다고 생각해두 할 수 없는 거지 뭐! 맘대로 생각해, 믿게 해 줄 방법이 없으니까!
정민 : (매섭게 보며) 호적 문제로 노친네 좀 그만 볶아요! 좀 전에두 볶아대다 나온 거 같던데!
계모 : (찔끔하는)
정민 : 혈압, 갑자기 튀어 일 생기면 어떡할려구 그럽니까? 챙겨 놓은 거 별루 없는 걸루 아는데!
계모 : (쏘아보는)
정민 : (그대로 보며) 우리 아버질 100% 믿으면 손해 봅니다! 회장님은 뒤돌아서면 끝인 사람이니까!
참, (툭 던지듯 내뱉는) 내가 한 가지 알려 줄까요! 라이벌 앞에 설 땐 절뚝거리고 서는 겁니다!
그래야 불쌍하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니까!
동시, 서문수 들어서는… 계모와 정민 사이에 흐르는 긴장 눈치채고…
서문수 : (정민 향해) 넌 또 뭐가 불만인 거냐?
정민 : 불만을 삼자면 세상만사 다 불만이죠, 저야! (나가려는데)
가정부 : (커피 들고 다가와 정민에게 주며) 빈속에 커피 마시면 속 버려요!
정민 : (받아 들며, 서문수와 계모 들으라는 듯) 더 버릴 속이 어디 있겠습니까? (휙~ 나가는)
계모 : (가정부에게 신경질) 아줌마, 회장님 한약 아직 안 됐어요!
가정부 : 네, 가져갑니다! (한약 가져다 주는)
계모 : (서문수에게 한약 그릇 건네며) 여보, 나가서 살라구 해요!
대체 말만한 아들을 왜 끼구 살아요. 거북한 사람끼리 불편하게.
서문수 : (대답 없는, 한약 먹고는) 이번 약은 좀 쓰네!
계모 : (째려보며) 여보!~
S#43. 몽타주
- 토요일 거리(낮) 풍경, 커플들, 가족들, 다정히 어우러져 지나가는 모습 속에, 정민만이 홀로 걸어가고 있다.
그 모습 쓸쓸해 보이는데.
- 정처 없이 걷던, 정민 일각 벤치에 앉아 담배 꺼내 핀다.
이때 시야에 어느 단란한 가족의 모습(노부모를 모시고 가는 정민 또래의 아들)이 들어오자
부러운 눈으로 한동안 쳐다보는.
- 정민, 무표정한 얼굴로 담배 입에 문 채, 슬롯 머신을 기계적인 손놀림으로 당기고 있다.
- 늦은 밤, 어느 포장 마차 안, 정민 구석에 홀로 앉아 술 마시는.
S#44. 지은의 집 전경 (아침)
조현숙(소리) : 복자 너, 일요일 아침부터 웬일이니! 지은아, 나 머리 하러 간다.
S#45. 지은의 집
지은과 복자, 식탁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커피잔과 과일 놓여 있다.
복자 : 하늘 아래 비밀이란 건 없다!
지은 : (커피 한 모금 마시고 착잡한) 그 사람이 말한다구 했어.
굳이 숨길 일두 아니지만, 그렇다구 내가 일부러 말하기두 그렇구…
복자 : (오버랩) 그래, 니가 괜히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필요 뭐 있냐! 다 자기네들 문젠데!
(이 모든 상황이 어이없고 기막힌다) 세상에 허구 많은 남녀 중에 어떻게 장세훈 하구 윤미란이 엮였을까!
(못마땅한) 그 불여우 같은 윤미란이 살살 눈웃음치면서 세훈씨한테 착착 감기는데, 진짜 눈꼴시여 못 봐주겠더라!
(하다가 불쌍한 마음이 드는지) 그래두 안되긴 했더라. 휠체어 앉아 있는데 가슴이 짠하더라구.
지은 : (안타까운) 밝고 건강하던 미란이가 휠체어 탈 줄 누가 알았겠니? (일어나며) 커피 더 줄까?
복자 : 됐어… (눈치 살피며 걱정스럽다) 너 괜찮아!
지은 : 뭐가?
복자 : 그래두 니 친구랑 전남편인데…
지은 : (씁쓸한 얼굴로) 놀랄만한 얘기 하나 더 해줄까?
복자 : (보는)
지은 : (보며) 나… 세훈씨네 집에 헬퍼로 다녀!
복자 : (손에 과일 든 채 놀라 기절할 표정인데)
지은 : (툭 던지듯) 정말 놀랠만한 일이지! (자조적인) 살면 살수록 뭐가 뭔지 헷갈린다! 정말 모르겠어…
(일어나 찻잔 치우는 마음 다지듯) 근데, 난 상관없어! 일은 어디까지나 일인 거니까…
복자 : 이지은 인생은 참으로 극적이다! 극적이야!! (표정 살피며) 너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가 부다!
지은 : (보는) 솔직히 말해 줄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두 아주 가끔 그 사람 꿈은 꿔…
복자 : (안쓰럽다,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툭 내뱉는) 출연료두 안 주는데 꿈은 뭐 하러 꿔 주냐!
이때 울리는 지은의 핸드폰… 정민의 전화다.
지은 : (핸드폰 받는) 여보세요. 네… 지금요?
S#46. G 백화점 명품관 전경 (오후)
S#47. G 백화점 명품관 입구
정민, 지은의 손잡은 채 거의 끌고 가다시피 하는데…
지은 : (당황) 어디 가는 거예요?
정민 : (개의치 않고 여전히 지은 끌고 가며) 돈 쓰러요!
S#48. C 명품 매장 앞
지은과 정민 서있는…
정민 : 내가 옷 좀 사주면 하늘이 무너집니까? (시선 맞추며) 사실 오늘, 친구한테 지은씨 보여 주기로 했어요!
(장난스레) 나같은 놈한테두 이렇게 반듯한 여자, 있다구 폼 한 번 잡아보고 싶어서!
(진지한) 미안해요… 하지만 먼저 말하면 거절할 게 뻔하니까…
지은 : (동시, 그 말에 얼굴 굳는데)
P CUT - 명품관 일각 (※1부 31)
세훈 : (보는) …
지은 : (훌쩍) 미안해요. 하지만 먼저 말하면 거절할 게 뻔하니까…
지은 : (십 년 전 친구 약혼식장에 데려가기 위해, 세훈의 옷을 사주려 했던 기억이 나는,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을
정민이 똑같이 하자 회한의 감정에 눈동자 흔들리며 보는) 좋아요!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난 아니까!
정민 : (의외의 반응에 놀라 보는 그리고 무슨 말인가 하는데)
지은 : (앞서 매장으로 들어서며 농담하는) 근데 비싼 거 사두 돼죠!
정민 : (당찬 그 모습이 더욱 마음에 드는, 목소리 높이는) Off Cours!!
S#49. 몽타주
- C 매장, 정민 일각 소파에 앉아 있고, 지은 화려하고 우아한 원피스 입고 탈의실에서 나오는… 누가 봐도 너무나 이쁘다.
동시, 이 모습에 정민, 벌떡 일어나며 와우!~ 하며 감탄사 내뱉는…
- B 매장, 미끈한 지은의 다리 보이고… 카메라 T.D 하면 정민, 지은에게 하이힐 신겨 주고 있다.
한편, 일각에선 매장 여직원들 부러운 눈길로 보는데.
- (전화) 매장, 정민, 거울 앞에 서 있는 지은에게 여러 개의 핸드백 차례차례 대보고 있다.
이어 스카프, 모자 등 이것저것 지은에게 대보며 신나 있고…
한편, 지은 이제 됐다고 거절하지만 정민은 막무가낸데…
S#50. 미용실 (동 시각)
미란의 신발 벗기는 여자의 손, 이어 미란의 발에 패티큐어 시작하는데…
미란 : (네일 하는 여자 향해) 칼라는 레드로 해요! (미용사 향해) 미스 최! (정민이 데리고 온다는 여자 염두하며)
오늘 셋팅 말아 줘, 그게 화려해 보이겠지?
이때 세훈, 들어서는…
미란 : 벌써 왔어요! 좀 있어야 되는데…
세훈 : (일각 소파에 앉으며) 천천히 해, 아직 시간 많아! (일각의 잡지 집어 드는)
S#51. 동네 미용실
잡지 뒤적이는 손, 다가가면 조현숙, 퍼머 만 채 일각 소파에 앉아, 무료한 듯 잡지 뒤적이고 있다.
그러다 순간, 조현숙 얼굴 새하얗게 질리는…
CUT - 잡지에는 “윌리엄 장, 21세기 新 마케팅 신화 이룩한 한국인! 서린 그룹에 CEO로 취임!! 이란 헤드라인 아래
세훈의 사진과 함께 기사 실려 있다.
조현숙 : (사색이 된 얼굴로 믿을 수 없다는) …
S#52. H 호텔 전경 (저녁)
S#53. H 호텔 페리스
지은과 정민 마주 앉아 있다.
정민 : (보며 넉살 좋은) 오늘 무지하게 이쁘십니다!~ 너무 이뻐서 절대 딴 놈한테 못 줄 거 같습니다!!
지은 : (픽 웃는) 같이 저녁할 분들, 아직 안 왔나 봐요!
정민 : (빙긋이 웃는) 지은씨도 아마 아는 사람일 걸요. 어, 저기 오네요.
지은 : (정민의 시선 따라 보는데, 당혹해 하는)
CUT - 입구
세훈, 미란의 휠체어 밀며 들어서는…
미란 : (놀라는) 어머, 쟤 지은이잖아!…
세훈 : (동시 당혹한)
지은 : (얼굴 굳는)
정민 : (반가워 일어서는데)
시간경과
지은, 정민, 세훈 그리고 미란, 테이블에 둘러앉은…
미란 : (곱게 눈 흘기며) 기집애, 너 왜 정민씨 얘기 나한테 안 했니?
지은 : (그저 난처한데) … 어
미란 : 앞으로 우리 넷이 자주 만나자! (옆에 앉은 세훈의 손 잡으며, 애교스러운) 윌, 커플끼리 만나면 좋잖아요.
세훈 : (얼굴 굳는)
지은 : (동시, 당혹스러운)
정민 : (오버랩, 농담하는) 싫은데! 난 지은씨랑 단둘이만 있고 싶어!
미란 : (정민을 향해 곱게 눈 흘기며) 정말 푹 빠졌나 봐! (장난스레 말하지만 진지한) 지은이 얼만큼 좋아해?
정민 : (미란 향해) 질문이 유치하면 대답도 유치하다는 거 알지?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해!
세훈 : (차갑게 보며) 이지은씨두 그렇습니까? 서 이사님 좋아합니까?
지은 : (당혹해 세훈 보는) …
정민 : (지은 보며) 그렇다고 대답 안 해 줄 겁니까?
세훈 : (오버랩, 부드럽지만 냉소적인) 침묵은 예스라는 대답일 수도 있죠.
정민 : (그저 기분 좋아 지은의 손 잡는)
지은 : (당혹스러운, 정민의 손에서 슬며시 자신의 손 빼려는데)
정민 : (더욱 꼭 잡는) 아~ 우리도 이러구 좀 있어 봅시다!
세훈 : (그 모습 놓치지 않고 보는)
시간 경과
네 사람 앞에 식사 셋팅 돼 있고, 식사 중이다.
정민 : (자신의 접시에 담긴 스테이크 한 조각 지은의 접시에 놔주는) 먹어 봐요. 고기도 연하구 소스도 괜찮네요!
지은 : 네… (집어먹는데)
미란 : (식사하다 세훈의 접시에 놓인 음식, 아주 자연스럽게 집어먹는) 난 연어구인 퍽퍽해서 좀 그렇든데,
당신은 참 좋아하드라.
세훈 : (그저 미란 향해 어둡게 웃다가 지은과 눈 마주치는)
지은 : (동시, 그대로 보는, 회한의 감정) …
세훈 : (그 시선에 붙들려 보는 회한의 감정도 들지만 기가 막히는)
지은 : (잠시 보다 그 시선 외면하는데)
정민 : (동시, 지은 향해 다정한) 와인 한 잔 더 할래요?
지은 : (정민 보며) 그래요…
정민 : (웨이터 향해 손짓하는데)
세훈 : (자리에서 일어나며 미란 향해) 잠시만… (입구 향해 나가는)
지은 : (나가는 세훈의 뒷모습 씁쓸한 얼굴로 슬쩍 보는데, 이때 지은의 핸드폰 울리는… 전화 받는) 여보세요,
네… 지금 먹고 있어요! (하고 ‘잠깐만요’ 하고 입구 향해 나가는)
CUT - 지은의 집
식탁 앞에 앉아 입맛이 없는지 밥 먹다 말고, 지은과 통화 중인.
조현숙 : 언제 들어와? 늦니?
S#54. 레스토랑 입구 밖 로비 일각
지은, 일각에서 핸드폰으로 통화 중인데…
지은 : (핸드폰으로 통화 중인)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 기분이 또 그래요? … 어디 아파?
조현숙(전화) : 나야 안 아픈 날 보다, 아픈 날이 더 많은데 뭐!… 입맛두 없구…
지은 : … 그럼 내가 뭐 좀 사 갈게. 초밥 사갈까? 알았어요. 금방 들어갈 거예요…
(전화 끊고 돌아서는데 순간, 흠칫 하는, 화장실에서 나온 세훈이 일각에 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두 사람, 잠시 아무 말 없이 보는데…
세훈 : (차갑다) 당신 어머니가 좋아하겠어! 조건 좋은 서 이사 같은 남자, 당신 집에서 원하던 상대였잖아.
지은 : (쏘아보는) …
세훈 : (비아냥대며, 보는) 놀라게 하는 재주가 대단해. (차갑다) 서 이사랑 그런 사이라는 건 왜 말하지 않았지?
지은 : (톡 쏘는) 당신한테 보고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세훈 : (얼굴 굳지만 비아냥) 물론 보고 해야 할 이유는 없지! (자극하는) 이번에도 서이사 가방을 몰래 가져갔나?
지은 : (더 이상 상대하기 싫은) 난 당신이 미란이랑 행복하길 바래요!
세훈 : (오버랩, 보며 비꼬는) 당신은 서이사랑 행복하구?
지은 : 괜한 심술 부리지 말아요! (일부러 자극하는) 당신만 행복하란 법 없잖아요?
세훈 : (오버랩, 빈정대는) 물론 당신도 행복해야지! (매섭게 보며) 이혼했단 사실, 서 이사가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
지은 : (순간 발끈해 맞서는) 네, 물론 잘 알고 있죠!
(들으라는 듯) 비록 돌이키고 싶지 않은 과거지만 내 인생에 일부분이니까… (야멸차게 보는데)
세훈 : (그 시선 피하지 않고 보는, 자조적인) 또 다시 이지은이란 여자가 내 인생에 끼어 드는군!
(강렬히 보며 비아냥) 십 년 만에 내 앞에 나타나 내 인생에 끼어 드는 기분이 어때?
지은 : (시선 피하지 않고) 그만하죠! 난 당신하구 싸우고 싶지 않아요!
세훈 : (오버랩, 얼굴 굳어 무섭게 보며) 결혼까지 할 작정이야?
지은 : (맞서는)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었는데 당신 때문이라도 진지하게 한 번 생각해 봐야겠네요!
세훈 : (그 말에 싸늘히 굳어져 뭔가 말하려는데, 시야에 정민의 모습 들어 오는 그러자 비켜서는)
정민(소리) : 지은씨…
동시, 지은, 세훈에게 보란듯이 환하게 웃으며 정민을 향해 다가가는…
한편, 세훈, 씁쓸한 얼굴로 지은의 뒷모습 뚫어지게 바라보는데…
S#55. 밤거리
서울의 야경을 뒤로하고 달리고 있는 세훈의 검은 벤츠.
S#56. 세훈의 차안
세훈과 미란 뒷좌석에 앉아 있다.
미란 : 두 사람 잘 어울리죠? 지은이 참 안 됐어요. 아버지 죽고, 집안도 망하구, 유산에 이혼까지!
세훈 : (씁쓸한) 버리고 싶은 기억이 많겠군, 당신 친구!
미란 : 그래두 정민씨가 지은일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 잘됐어요! 당신 보기엔 정민씨 어때요?
세훈 : 괜찮은 사람이지. (착잡한) 무엇보다 절대 여잘 울릴 친군 아니니까.
S#57. 미란의 집 거실
세훈, 미란 안고 들어서는…
미란 : (안긴 채) 참,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세훈 : (고민스런 눈으로 잠시 보는데)
미란 : (시선 맞추는) 무슨 얘긴데요?
세훈 : (지은이가 전 부인 이란 사실을 말하려 하다 지은과 정민이 만나는 사이라는 것 때문에 그만 두는, 복잡한 얼굴로)
아냐, 아무것도. (미란을 안고 침실로 향하는)
S#58. 미란의 침실
미란, 침대에 누워 있고… 세훈, 미란의 손잡은 채 그 옆에 앉아 있는.
미란 : (측은한 척) 혼자 있기 싫어요! 오늘 내 옆에서 자구 가면 안 되요? 오늘두 잠이 안 올 거 같아…
세훈 : (대답 없는)
미란 : 그럼 나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줄 수 있죠?
세훈 : (다독이는) 그래, 그렇게 할게.
미란 : (어리광) 어제 또 꿈 꿨어요. (한숨) 신이 인간한테 준 제일 큰 선물이 망각이라는데…
사고나던 그 순간이 잊혀지질 않아요.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면서두,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네요. (표정 살피는)
세훈 : (얼굴 굳어지는,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미란 : (미안해하며, 애써 밝은 표정으로) 미안해요. 당신 마음 불편하게 하려구 얘기 꺼낸 건 아닌데…
세훈 : (자상한) 애써 잊으려구 하지마. 마음먹는다구 되는 일 아니잖아.
미란 : (고개 끄덕이며) 그럴게요. 누구한테나 잊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는 일도 있는 거니까…
세훈 : (지은이가 생각나, 얼굴 어두워지는)
S#59. 정민의 차 안 (동 시각)
CUT - 달리고 있는 정민의 스포츠 카
운전석에 앉은 정민 핸들 잡고 있고, 그 옆 조수석엔 지은 앉아 있다.
정민 : 난 장사장,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간택해 달라고 줄 서있는 여자들이 수두룩일테구…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정돈데 미란일 택했다는 거, 그게 사랑이든 책임이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거죠. 안 그래요?
지은 : (당혹하고 씁쓸해) … 그렇죠.
S#60. 미란의 빌라 앞 (늦은 밤)
세훈, 미란의 빌라 나서는… 그리고 자신의 검은 벤츠에 오르는데…
S#61. 미란의 침실 (동 시각)
침대에 누워 있던 미란, 몸 일으켜 두 다리 침대 밑으로 내리는… 그리고 매끈한 자신의 다리를 거울에 비춰보는…
잠시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다 걸을 수 없다는 사실에 울화가 치미는지 순간
콘솔 위에 있는 전화기 들어 거울을 향해 던져 버린다.
동시,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 나는 거울 조각들…
깨진 거울 사이로 비틀리고 일그러진 미란의 얼굴이 비치는데…
S#62. 지은의 집 앞 골목
조현숙, 손에 비닐 봉지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다.
이때 조현숙 곁을 지나가는 정민의 스포츠카. 이어 정민의 스포츠 카, 지은이 집 일각에 미끄러지듯 멈춰서고…
지은과 정민 내리는데.
그 모습 본 조현숙, 지은 부르는…
조현숙(소리) : 지은아!
지은 : (시야에 걸어오고 있는 조현숙 들어와, 난처한) 엄마!
정민 : (그 말에 얼른 조현숙 향해 살갑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조현숙 : (다가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정민과 고급 스포츠카 보며) 누구야? 이 사람?
지은 : (난처한) 어…
정민 : (오버랩) 어머님을 닮아 미인이군요!
조현숙 : (그 말에 기분 좋은, 그리고 정민이 한 눈에 맘에 든, 이어 우아한 목소리로) 우리 지은이 친구 같은데,
들어와 차 한 잔 할래요?
S#63. 지은의 집 거실
조현숙과 정민 테이블을 마주 하고 앉아 있고, 지은 난처한 얼굴로 있는데…
조현숙 : (이리저리 정민을 뜯어보며 살피는) 아버님은 뭐 하시나?
지은 : (난처한데)
정민 : 사업, 하십니다! 전 서린 그룹에 다니고 있구요… (명함 꺼내 공손히 건네는)
조현숙 : (명함 보고서 놀라는, 흐뭇한) 어머! 서린 그룹 이사야? 이렇게 젊은 친구가? 대단하네…
정민 : (겸손하게) 그냥 명함만 이삽니다.
조현숙 : 어쩜 말하는 것도 털털하구… 생긴 것도 훤칠하구… (보며, 주책부리는) 저, 서군! 서군이라고 불러도 돼지?
정민 : (빙긋이 웃으며) 그럼요…
조현숙 : (은근히 눈치 살피며) 서군! 저, 우리 지은이랑 결혼 할…
지은 : (오버랩, 말리는) 엄마!…
S#64. 밤거리
세훈, 한 손엔 담배 문 채 운전하고 있는… 열린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세훈의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얼마쯤 가다 지은과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핸들 거칠게 꺾어 유턴하는…
세훈의 자동차, 속력을 내며 달려가는데…
S#65. 지은의 집 앞 골목
지은과 정민 걸어 나오고 있는…
정민 : (기분 좋은) 소녀 같은 분이시네요, 지은씨 어머님!!
지은 : (난처해) 저희 엄마가 한 얘기 신경 쓰지 말아요. 그전에도 말했지만 정민씨랑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고 싶어요…
정민 : (진지한) 이혼했던 거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난 개의치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지은씨두 날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은 : 그래요, 정민씨 싫지 않아요! 나한테 과분한 사람이란 것도 잘 알구요.
정민 : (시선 맞추며) 그럼 됐어요!
CUT - 한편, 세훈의 자동차, 지은의 집 앞으로 들어서고…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마주 선 지은과 정민을 발견한 세훈, 순간 얼굴이 굳는데…
그러다 브레이크 밟으며 일각에 멈춰 선다. 그리고 질투의 눈으로 지켜보는데…
지은 : (결심한, 세훈이 전남편이었단 사실 말하려는) 저, 정민씨! 내가 결혼했던…
정민 : (오버랩, 그대로 보며) 나 한 발자국만 다가갑니다!
지은 : (왜 그러나 해서 보는데)
정민 : (순간 기습적으로 지은에 입에 키스하는)
S#66. 세훈의 차 안
CUT - 지은의 집 일각, 멈춰 서있는 세훈의 검은 벤츠…
세훈, 프론트 글라스 너머로 정민과 지은 키스하고 있는 모습,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얼굴, 질투심으로 굳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