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쌀쌀한 4월 중순의 새벽입니다. 무등산은 하루종일 흐리다고 했으니 큰 걱정은 없네요. 그런데 6시에 출발하는데 버스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요. 기사님은 5시 40분이 돼서야 깨섰다고 합니다. 그래도 출발시간까지 도착은 하셨어요. 춘추공님이 항상 1등으로 도착하섰는데 오늘은 단풍리님이 먼저 오셨어요. 하나둘씩 모인 회원들. 카톡에 6시 출발을 강조해서인지 다행히 정상출발을 할 수 있었네요. 무등산까지 가려면 4시간 가까이 걸려 부족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9시 40분 수만탐방지원센터 아래쪽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산사랑에서 2009년, 2016년 이렇게 두번 갔었네요. 오늘까지 3번째 무등산 등반이에요. 신록이 아늑하게 둘러싼 시골마을 풍경이 멋지네요. 매송님과 아우성님이 구령을 붙이고 준비체조를 하고 첫번째 도착지점인 백마능선까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철쭉이 피기 시작한 무등산 초입은 봄이 완연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느릅나무 이병주님 부부가 산행에 참석해주셨어요. 앞으로도 산행에 적극 참여해주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5분 정도 올라가니 탐방센터가 나왔고 우리는 장불재로 올라가는 길로 들어갔지요. 봄이여서 그런지 작고 예쁜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있네요. 해님이 방긋 웃어주니 파란 하늘도 나타나고 초록 나뭇잎들도 살랑살랑 봄바람에 손을 흔들어줍니다. 2016년에는 안개에 싸여있어서 무등산의 진면목을 잘 볼 수 없었는데 행운입니다. 입석대와 서석대에 가서도 이 날씨였으면 좋겠네요. 너덜지대에 쌓여있는 돌들로 누군가 탑을 만들어놨습니다. 늘 돌이 많은 곳을 지날 때 그냥 너덜지대구나 했는데 그 뜻도 모르고 있었어요. 입석대와 서석대같은 주상절리들이 풍화작용으로 떨어져 깨진 조각이 바로 너덜을 만들어낸다는군요. 오르막길은 늘 그렇듯이 땀과 함께 체온이 상승합니다. 좁다란 길이어서 30분에 한 번씩 30명 정도 쉴만한 공간이 나와서 쉴 수 있었네요. 쉴 때는 꼭 민서님표 사과가 등장합니다. 점심시간에는 오포소녀표 도토리묵이 등장하구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이도 꺼내고 삶은계란 구운계란 종류별로 배낭을 탈출하네요. 백마능선에 가까워졌는지 쪽빛하늘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안양산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연결된 삼거리에서 후미를 기다렸습니다. 사방이 탁 트여서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모르겠습니다. 2016년에 하루종일 산안개가 끼어 후텁지근했던 7년 전과 확실히 대조되는 날씨여서 좋야습니다. 그때는 규봉암쪽 코스여서 후미 3총사(매송 체리콕 싹수)만 입석대를 구경하고 갔었네요. 장불재로 가는 길에는 야자매트까지 쫙 깔려있어 편한 길이었어요. 장불재는 故노무현 대통령이 연설을 하섰던 곳이라네요. 7시에 출발했으면 장불재에서 점심식사하는게 딱 알맞았을텐데 너무 이른 시각같아서 단체사진만 찍고 패쓰했는데 입석대 서석대 그리고 하산길에서조차 널찍한 곳을 못 만나 12시 40분에야 겨우 식사를 했네요. 하지만 배고픔보다 입석대와 서석대를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이 더 컸으니까 괜찮습니다. 한국의 산이 정말 좋긴한가봐요?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던지요? 장불재에서 올려다보면 입석대와 서석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설악산 중청대피소에서 대청봉이 보이는 것처럼요. 입석대까지 오르는 길에 바라본 하늘은 참 파랗더군요. 7년 전에 왔을 때는 그저 안개뿐이었기에. 입석대 포토존에는 사진 찍는 행렬이 이어져있습니다. 올라가던 사람도 내려오는 사람도 여기서 꼭 기념사진을 찍어야 진짜 무등산에 온 것인 양. 그러고보니 저는 산행대장을 하면서부터 사진찍는 횟수가 확 줄었답니다. 느긋하게 후미에서 꽃사진이나 찍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네요.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 서석대. 그 위에는 산불통제기간으로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어서 하산해야 하지만 오늘 무등산 산행은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정상은 추워서그런지 진달래가 지금 만개했네요. 5월이면 붉은 철쭉들이 무등산을 가득 채우겠죠. 그러고보니 철쭉은 매년 4월말에서 5월 초에 만개하는데 우리 분당산사랑은 셋째주 일요일에 산행을 하니 제대로 된 철쭉산행은 거의 할 수가 없었네요. ㅠ
하산길은 외길이라서 길 잃을 걱정도 없으니 마음마저 편안합니다. 올라올 때 후미였던 오포소녀님은 줄곧 하산할 때 선두를 유지하시네요. 서석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왔습니다. 주상절리가 50미터가량 병풍처럼 서있는게 아주 장관입니다. 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될 만하더군요. 내륙에서는 이미 지고있는 산벚꽃, 개별꽃, 호랑버드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다들 말은 하지 않고 있지만 배꼽시계가 울린 지 한참이나 지났는데 점심먹자는 얘기가 없으니 모두들 입이 근질근질할 겁니다. 원효탐방센터로 내려가는 목교라는 갈림길에 와서야 겨우 점심자리를 펼 수 있었네요. 다행히 바람도 잠잠하고 자리도 널찍해서 하하호호하며 맛난 식사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분당에서 1시간 먼저 출발한 것이 시간적인 여유를 만들어주니 출발5분전 소리는 안 해도 되니 좋네요. 실컷 먹고 실컷 다 떠들었으니 이젠 하산해야죠!! 며칠 전에 비가 내렸는데도 계곡에 물 흐르는 모습 보기가 힘드네요. 중간에 발 담글 수 있을 정도의 물이 보였는데 후미에서 오던 분들만 재미를 보셨다네요. 저도 족욕이나 하면서 천천히 가고 싶었는데. 기상청에서 오늘 1mm 비가 내린다고는 했는데 막판에 빗방울이 들이치는군요. 다행히 흠뻑 젖지는 않았어요. 원효탐방센터 근처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기만하면 되는데 후미를 기다린다고 잠시 비를 피했습니다. 그런데 쌀알만한 우박도 떨어지네요. 송도산장이란 식당에서 닭볶음탕 먹었는데 총무님께서 아이스박스에 제대로 냉장 시켜놔서 시원하게 소주와 맥주 마실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한 달에 한번 이렇게 우리들은 몸과 마음을 자연속에 담그고 옵니다. 오늘 무등산 산행으로 한 달간 살아갈 빳데리가 만땅으로 충전됐네요. 다음달 연인산에서 또 만나요.
첫댓글 입석대와 서석대는 언제 보아도 여전한 감동입니다.
빗방울이 뿌렸지만 산행하기에도 좋은 날씨였습니다.
항상 즐겁고 행복한 산행! ^&^
입석대와 서석대가 주인공이었지요.
항상 즐겁고 행복한 산행하니 좋네요.
산행기 읽으니 1주일전일이 생생하게 스쳐가네요.
아~총무님이 술 차갑게 해줬었지! ㅋㅋㅋ 잘 먹었습니다.
산행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발써 5일이나 지났네요. 방금 버스에서 내린 것 같은데. ㅎㅎ
와우!!
저는 3번의 무등산에 모두 참석한 행운아 입니다.
산사랑과 함께한 3번의 무등산산행으로 무등산의 여러모습을 볼수있어 좋았습니다.
물론 기억은 중간중간 떠오릅니다요~~ 다 기억나지 않아요~~ㅎㅎ
맞습니다..산사랑과의 산행으로 한달 살아길 빳데리 만땅채우고 싹수님 산행기로 두번째 빳데리 만땅채우고 가는 나는 행운아!!
좋은 날씨 덕분에 멋진 무등산행이었어요~
싹수대장 선두에 가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네요.
그래도 다 잘하고 있고 믿음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