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 혼술과 도시락은 진화한다. 1/2
혼밥 · 혼술, 환영에서 사절로
코로나가 사회생활을 많이 변화 시키었다. 특히 당시 신종산업이었던 배달문화의 정착과 급성장은 일상으로 되었다. 코로나 시절에는 거리의 식당과 술집에는 “혼밥 환영”, “혼술 환영”이라는 문구가 흔하게 붙어 있었다. 식당의 4인식탁에서 혼자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였다. 예전 같으면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일이 어딘가 쓸쓸하게 보였지만, 코로나 시절에는 오히려 자연스럽고 안전한 생활방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것은 코로나 시대가 남긴 인간관계의 변화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식당으로 몰려갔고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즐기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았다. 퇴근 후에도 회식 자리가 이어졌다. 식대는 상사나 선임의 객기(?) 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모두 옛이야기가 되었다. 여럿이 같이 먹었어도 줄서서 자기 몫을 자기가 계산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누군가와 어울려 먹고 마시는 문화보다 혼자 조용히 끼니를 해결하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서로 거리를 두어야 했고, 직장 회식이 끊겼듯이 대학생들의 학과 모임과 단합대회도 사라졌다. 학교 축제와 MT, 동아리 모임도 크게 줄어 낭만의 추억은 시드는 것이 당연하였다. 혼밥과 혼술은 단지 식사 방식의 변화만이 아니었다. 이전에는 대학생들이 과방이나 동아리에서 서로 어울리고, 술잔을 기울이며 선후배 관계를 맺었지만 코로나는 그런 풍경을 단숨에 끊어 놓았다. 사람들은 함께 모이는 일을 조심하게 되었고, 점차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에 익숙해졌다. 혼자 밥 먹는 일이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되었고,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그런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고 있다. 식당 입구에 “혼밥 사절”, “혼술 사절”이라는 안내문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작은 식당이나 술집일수록 이런 현상이 눈에 띈다. 이유는 단순하다. 혼자 오는 손님은 머무는 시간에 비해 주문량이 적고, 장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오는 손님을 더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이다. 뿐만아니라 코로나 이후 배달문화 보편하되고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졌고, 한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는 혼밥·혼술 손님보다 동행 손님을 반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전과같은 합석은 별로 권하지도 않고 되살아 나지도 않았다. 그러나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 이후에 예전처럼 직장 회식이나 학생들의 단체 모임이 다시 활발해진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로나 이전의 회식 문화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억지 회식을 부담스러워하고, 사생활과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학생들 역시 과거처럼 집단 중심 문화보다는 개인 취향과 소규모 관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회사에서도 예전 같은 음주 회식은 줄어들었고, 점심조차 각자 해결하는 분위기가 늘고 있다.
결국 지금 사회는 어딘가 애매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듯하다. 혼자 먹고 마시는 문화는 이미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았는데, 자영업 현실은 다시 여러 사람이 함께 오는 손님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인간관계는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는다. 예전처럼 빠지면 왕따를 우려하는 생각도 줄어들었고, 혼자 있는 삶의 편안함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앞으로의 식문화와 인간관계는 아마 예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해 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회식보다는 소규모 모임, 억지 술자리보다는 취향 중심의 만남, 그리고 혼자와 함께의 중간 형태가 늘어날지도 모른다. 이미 일부 식당에서는 혼자 온 손님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작은 칸막이 좌석이나 1인 메뉴를 운영하면서도, 동시에 두세 사람이 조용히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사회 전체가 극단적인 단체문화와 극단적인 개인화를 오가며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동창회, 전우회, 향우회와 같은 모임에서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며 관계를 이어 갔다. 그러나 그러한 모임들이 전보다는 시들해졌고 이제는 “혼자”라는 삶의 방식도 중요한 문화가 되었다. 혼밥과 혼술은 단순히 외로움의 상징이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가치관의 변화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람은 결국 혼자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다시 누군가와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아마 앞으로의 사회는 예전처럼 무조건 단체를 강요하는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혼자만의 시대도 아닐 것이다. 혼자 있는 자유와 함께 어울리는 따뜻함 사이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인간관계의 방식을 조금씩 만들어 가게 될 것이다.[계속]
첫댓글 심교수, 당신은 참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 같소.
남들은 그냥 지나치는 세상의 변화를 유심히 바라보고 글로 풀어내니 읽는 재미가 남다르오.
생각해 보면 코로나 때에는 혼자 밥 먹는 손님을 식당에서도 반겼는데, 코로나가 끝난 뒤에는 다시 혼밥 손님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생기는 것 같소.
세상은 이렇게 혼밥이 유행이 되었다가 또 사절당하기도 하고, 혼술 문화와 회식 문화가 서로 대조를 이루며 변해가는군요.
배달문화의 발달로 도시락 문화까지 크게 진화했다는 당신의 글을 읽으며 “정말 시대가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소.
예전에는 도시락에 김치와 계란 하나만 있어도 친구들과 둘러앉아 참 맛있게 먹었는데 말이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의 인간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요?
나는 아직도 얼굴 마주 보며 정 나누던 옛날 방식을 더 좋아하오.
함께 밥 먹고, 차 한잔하며 눈빛으로 마음 전하던 그 인간미가 그립소.
하지만 심교수 당신은 너무 옛것만도 아니고, 너무 새것만도 아닌 중용의 길을 생각하는 사람 같소.
변화하는 시대를 이해하면서도 사람 냄새 나는 관계를 잃지 말자는 뜻으로 들려 참 공감이 갔소.
늘 댓글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살았어도 같은 시대를 살았으니 공감의 폭이 넓은 것 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