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이트 애니 방영을 기념하면서 'key 소개'란에 올렸던 리라이트 소개가 다소 부실해 이를 보완할 겸 리뷰를 올립니다.
리라이트는 한마디로 중2병적인 작품입니다. 친구 역할인 요시노만 중2병인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세계관이 중2병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라이트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이유는 중2병적인 상상을 하게 만드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경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긴 하지만, 문제가 생겨도 근본적인 해결보다 당장은 만족할 정도에 그치는 일본의 암울한 현실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나아가 환경 문제나 전쟁, 테러 같은 것 때문에 전세계가 불안한 것도 반영하고 있고, 아포칼립스적인 사람들 마음 속 불안을 상징하는 듯한 요소들도 리라이트에 보입니다.
한국은 다행히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아서, 정치는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고, 경제는 지금은 좋지 않지만 개선할 여지가 보이고,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로 현재 좋지 않거나 그저 그렇더라도 나아질 가망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리라이트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공감하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한국의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고, 애니 버전은 다른 의미에서 즐길 수 있는 요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게임에서는 글로만 표현했던 고어 장면을 애니에서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심)
이전 key 작품들과 비교하면 감동이 덜 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가족애나 우정, 연정 같은 사랑을 다룹니다. 다만 이전 작품들과 주제 면에서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아서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약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가족애를 조금 다루고 있으나 가족에서 희망을 찾지 않으며, 우정이나 연인과의 사랑 역시 다루고 있지만 거기서 희망을 찾지 않습니다. 아니, 희망을 현실에서 찾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희망은 단순히 한 가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이전 key 작품들을 에둘러서 비판한 셈이 됩니다.
1인칭 시점을 고집하지 않고 복합 시점을 도입한 것도 이전 key 작품들과의 차이점입니다. 소설에서 시점이라는 건 함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서 어떤 이유로 시점을 바꿨느냐가 그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를 규정해 버릴 정도인데, 리라이트에서 시점 변화는 독자(플레이어)가 좀 더 잘 이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이거나 각자의 입장이나 감정 따위를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할 목적으로 쓰였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리라이트의 또다른 숨은 주제가 '세상은 한 가지 관점으로 봐서는 안 되고 여러가지 관점으로 봐야 한다'라는 암시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한 가지 해석일 뿐이고, 앞서도 희망을 찾는지 아닌지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고 했는데, 리라이트가 난해하여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전 key 작품들 중 여러 작품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카논, 클라나드에 이어 세 번째로 나무가 타이틀 메뉴에 나오는 작품인데 다른 키 작품들과 구별하기 위해 '나무' 시리즈라고 불러야 할지...... 어쨋거나 카논, 클라나드와 뭔가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나무가 '자연'을 상징하거나 '생명'을 상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뭔가 종교적인 의미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고. 두 작품과 리라이트를 비교하면 비현실적인 내용을 포함하면서 주제와 일상 묘사에서 현실을 중시한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긴 합니다. 아무튼 아무 이유 없이 나무를 타이틀 메뉴 화면에 둔 건 아닐 테니 카논, 클라나드와 비교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보세요.
*뱀발1 리라이트는 이차원 세계 입문작으로는 적합하지 못함. 여러 패러디가 나오는데 덕력이 높지 못하면 이해 못함. 꼭 이해하고 싶다면 나무 위키 따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긴 함.
*뱀발2 타이틀 메뉴를 보면 왼쪽부터 코토리, 치하야, 루치아, 시즈루, 아카네 순으로 서 있는데 제작진이 권장하는 공략 순서인 것 같음. 아니, 입체적으로 생각하면 치하야가 제일 먼저인가...... 어쨋든 코토리 루트와 치하야 루트는 겹치는 선택지가 많기 때문에 이 둘을 먼저 공략하는 것이 좋고, 이후 취향에 따라 나머지 셋을 공략하면 됨. 참고로 루치아는 용기사07 (이쪽에 강한 취향이면 앞의 둘보다 이 루트를 먼저 해도 됨), 시즈루는 토노가와 유토, 아카네는 다나카 로미오가 작가. 다섯 히로인 루트 완료하고 개방되는 문, 테라 루트 차례로 해서 올클 하면 가슴 루트 보면 됨.
*뱀발3 시나리오 라이터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 특히 메인 작가인 다나카 로미오. 어쨋든 세 작가 모두 어떤 식으로든 히사야 나오키 아니면 마에다 준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
첫댓글 마치 복합 시점이 리라이트가 최초인 것처럼 썼는데, 엄밀히 말해서 이전 키 작품에서도 시점 전환이 쓰였음. 모호하게 쓰이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덧붙여 수시로 그리고 확실히 표나게) 시점 전환을 했다는 점에서는 최초라고 할 수 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