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se who seek life shall die, those who seek death shall live." 마감 때마다 그가 외친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영문이다. "피곤할 때, 지칠 때, 다 포기하고 싶을 때 혼자 읊조려요. 마법의 주문이죠." 5년째 충무공 이순신을 주인공으로 한 그래픽노블을 펴내고 있는 미국인 만화가 온리 콤판(Onrie Kompan·32·사진)이 국제전화 너머로 말했다.
만화는 임진왜란의 살풍경과 광란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이순신의 고군분투를 그린다. 총 12권으로 기획된 총천연색 만화로, 지난달까지 시리즈가 6권 나왔다. 12월엔 7번째 신작이 출격한다. 미국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엔 "생생한 색감, 공들인 그림체가 우리가 몰랐던 400년 전 영웅을 되살려놓는다"와 같은 호평이 가득하다.
벽안(碧眼)의 이 시카고 남자가 이순신에게 매혹된 건 2006년, 우연히 미국 위성TV에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보고나서부터다. "이순신은 10배나 많은 적군 앞에서도 이길 전략을 구상하죠. 전투 23회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고요. 평생을 수퍼히어로 만화를 읽어왔지만, 그건 허구죠. 이순신은 진짜고요."
친구 넷을 모았다. 도서관을 뒤져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징비록' 영문판 등 전문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한국관광공사 시카고 지사를 찾아 당시 이순신연구소장이던 순천향대 정병웅 교수를 소개받았고, 2008년엔 아예 한국 땅을 밟았다. "충남 아산, 경남 진해·진주, 전남 여수를 돌아다녔어요. 책에서만 보던 무기·갑옷을 죄다 봤어요. 조선 수군의 진지도 가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