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요? 즐거운 휴일이네요.
이번에도 역시, 책을 소개하러 왔어요.
이번 도서도 저번과 같이 추리소설입니다.
일본의 작가가 쓴 건데, 추리긴 하지만 심령학과 초능력 등의 요소를 가미한 거랍니다.
도서명: 13번째 인격
지은이: 기시 유스케
* 이 책은 아이프리 추리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사람’은 과연, 완벽한 하나의 ‘나’로만, 즉 ‘하나’의 ‘인격’으로만 이루어져 있을까? 대개는 그렇다. 하지만 간혹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단일한 ‘인격’이 아닌, ‘다중의 인격’을 소유한 사람. 우리는 그들을 흔히 ‘다중인격자’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해리성동일성장애’다.
기시 유스케의 데뷔작, ‘13번째 인격’은 바로 ‘다중인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추리소설이지만, 다중인격은 그렇다 치더라도, 유체 이탈, 타인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초능력인 엠파스 같은 건 추리소설에서는 조금 생소하다. 그러나 동시에 흥미를 끄는 특별한 소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과 약간 동떨어진 소재들이지만, 작가의 철저한 조사와 손길을 거쳐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으로 설명되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글속 배경은 1995 년 1월 17일 6000 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갔던 ‘한신 대지진’ 직후이다. 이 책의 주인공, 유카리는 다른 사람의 사고와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엠파스(empath)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원봉사로 대피소를 찾아 집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심리치료를 돕는다. 그 와중, 병원에서 16살 소녀 치히로를 만난다. 유카리는 초능력을 통해 치히로의 마음 안에 수많은 인격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치히로는 5살 때 눈앞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슬픈 경험을 하고, 임사체험과 유체이탈의 경험을 갖게 되었다. 이후 숙부 내외와 살며 여러 학대를 당해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다. 결국 치히로는 힘든 시절을 견디기 위해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 내며 정신적 문제를 갖게 된 것이다.
유카리는 그런 치히로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동조하면서 그녀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래서 학교의 상담교사 히로코를 도와 치히로의 인격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애쓴다. 상담교사 히로코가 파악한 치히로의 인격은 도코, 유코, 요코, 주인격인 치히로까지 합해, 총 12명이다. 그런데 인격의 통합을 진행하던 중, 다른 인격들과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인격을 만난다. 분노와 원망에 가득 찬 13번째 인격 ‘이소라’다. 그 순간부터 치료는 난항에 부딪히게 된다.
새로운 인격 ‘이소라’는 다른 인격들과 여러 모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이질적인 것은 ‘이소라’라는 이름이다. 12명의 인격들은 한자사전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소라’는 그게 아니다. 처음은 일본의 괴담 ‘우게스 모노가타리’에 나온 ‘기비스의 가마솥 이야기’의 원령 이소라에서 따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소라’의 영문 표기는 ‘ISORA’가 아닌, ‘ISOLA’였다. 로마자 표기법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그 외, 어느 인격들과 비할 데없는 이질감도 든다. 과연 이소라의 정확한 유래는 무엇일까? 그렇게 치료가 지지부진해졌을 무렵, 그동안 치히로를 괴롭혔던 이들이 하나 둘 죽음을 맞기 시작한다. 유카리는 뭔가 꺼림칙함을 느끼고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르는데. 그 뒤 이어지는 반전, 이소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소설은 대단원을 맞이한다.
다중인격, 내 안에 또 다른 나 여럿이 있는 것. 각 인격간의 상호보환적인 관계는 흥미롭기까지 하다. 그런데 ‘인격’이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인격(人格)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생활의 주체로서의 독립적 개인이며, 개인의 지적, 의지적 특징을 포괄하는 정신적 특성이다. 이것은 ‘나’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환경과 여러 상황,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13번째 인격’이란 작품을 읽으며, ‘나’라는 주체에 대해 성찰해 볼 수 있었다. 글속 다중인격 소녀 치히로는 인격들에게 ‘뜻’이 담긴 이름을 준다. 인격들은 그 ‘의미’에 맞게 역할을 부여받고 상황에 따라 등장한다. 어쩌면 치히로는 ‘이름’으로써 ‘암시’를 걸었던 건 아닐까?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나를 정의하고,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한편 위에서도 썼듯, ‘인격’은 타인과 환경에 의해서도 만들어진다. 이소라의 영향을 받아 치히로와 다른 인격들이 변화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완벽한 나’, ‘혼로된 나’라는 건 없을지도 모른다. 내심 이 대목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사회상을 슬쩍 엿본 것도 같다.
‘다중인격’이란 게 흔히 접할 수 없는 설정이기도 하지만, 이런 성찰적인 면 때문에 이 소설이 더욱 재미있었던 것 같다. 거기에 유체이탈과 초능력을 현실로 별 문제없이 끌어온 필력은 근사하다 못해 부러울 정도다. 이게 작가의 데뷔작이라는데, 아직 초보 이야기꾼 딱지도 못된 나로서는 믿기지 않는다. 그 외, 소설 곳곳에 들어있는 방대한 지식을 흡수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중 하나다. 단지, 이야기의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드가 아니라는 게 좀 걸린다. 글의 분위기와는 잘 맞는 것 같지만, 뭔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찜찜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건 내 개인적인 평가일 뿐, 작품 전체는 읽는 내내 흥미진진했다. 거장의 작품답게 독서해서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