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블리의 토양은 다른 곳과 달리 킴메리지앙 토양(kimmerdgian soil)이다. 이는 주라기에 형성된 것으로 주성분은 진흙·석회석·백악질 그리고 화석화된 굴껍질 등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주된 포도 품종인 샤르도네의 성장에 더 없이 좋은 토양이다. 샤블리 와인을 빚을 때는 샤르도네(chardonnay) 한 품종만 쓴다. 그리고 AOC는 이 포도 종에만 주어져 있다.
입지란 포도밭이 자리잡은 방향을 말한다. 햇빛이 쬐는 일조량과 직결되어 포도의 성장이나 포도당의 함량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블리의 최상품 와인을 얻는 포도 경작지는 그 방향이 모두 남향, 동남향, 서남향이다.
기상과 기후는 일조량을 비롯해 추위와 무더위, 봄의 서리와 여름의 강우량 등 여러 면에서 포도의 작황에 영향을 미친다. 샤블리의 포도 재배자들은 이러한 자연의 악조건을 포도 품질을 높이는 데 슬기롭게 이용하고 있다.샤블리 와인에는 4개의 품계가 있다. 곧 와인 품질에 따라 우열을 가려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샤블리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그 품계를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샤블리 와인의 최상급은 ‘샤블리 그랑 크뤼’(Chab lis grand cru)다. 이 품계는 샤블리 지역 90㏊에 달하는 7개 경작지에서 생산되는 포도로 담근 와인에만 이 아펠라시옹이 허용되어 있다. 흔히 샤블리의 좋은 와인 라벨에서 이들 이름이 보이는데, 7개 최상급 경작지는 부그로(Bougros)·레클로(Les Clos)·그르누이으(Grenouilles)·블랑쇼(Blan chot)·프뢰즈(Preuses)·발뮈르(Valmur)·보데지르(Vaudsir) 등이다.
‘샤블리 프르미에 크뤼’(Chablis premier cru)가 그 다음을 차지하는 품계다. 스랭 강안(江岸)의 40여 경작지에서 생산되는 포도만 쓰도록 지정되어 있다. 세번째 품계는 ‘샤블리’(Chablis)로 샤블리 전역에 산재해 있다. 주로 비탈이나 고원지대의 경작지가 이에 해당한다. ‘쁘띠 샤블리’(petit chablis)가 가장 낮은 품계다. 주요한 경작지의 가장자리나 상대적으로 입지가 나쁜 경작지가 이 품계의 아펠라시옹을 받는다.
샤블리 마을에서는 와인의 양조 방법에 관해 오랫동안 논쟁이 이어져 왔다. 논쟁의 핵심은 와인의 숙성방법으로, 매우 간단하다. 제대로 된 명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오크 통에서 숙성시켜야 한다는 입장과 신선하고도 훌륭한 과실 맛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시켜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 있다.
샤블리 와인과 굴은 ‘천생연분’
양조 방법이 다르므로 와인의 특질 또한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오크 통에서 숙성을 거친 와인은 깊이가 있고 넉넉한 샤르도네의 오묘한 맛(complexi ty)을 보이고, 아울러 구운 빵 냄새(toasty)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를 거친 와인은 신선한 산미(acidity)가 강하게 배어 있다.
오크 통을 고집하는 샤블리의 대표적 생산자는 도비자(Dauvisat)·프랑수아(Francois)·장-마리 라브노(Jean-Marie Raveneau) 등이다. 이들은 발효를 끝내면 으레 오크 통으로 가져가 수개월 동안 숙성시킨다. 후자의 대표적 생산자로는 장 뒤뤼(Jean Durup)와 장-마크 브로까르(Jean-Marc Brocard) 등이 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벌이는 시시비비는 지금껏 가려지지 않았지만 샤블리 마을은 여전히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명주를 빚고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양조하든 샤블리 와인의 훌륭함은 ‘강철 맛의 산성’(un ique steely acidity)과 ‘부싯돌 내음’(firm flintn ess) 그리고 ‘풍요한 미네랄’(mineral quality)에 있다.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궁합이 맞는 음식과의 조화가 아주 중요하다. 샤블리 와인도 다른 와인과 마찬가지로 이에 썩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굴 요리라 하겠다. 흔히 이 양자의 만남을 가리켜 ‘천생연분의 만남’이라고 한다. 다만 굴과 와인을 함께할 때 피해야 할 시기가 있다. 즉, 열두 달 가운데 ‘r’자가 들어가는 달은 피해야 한다. 대신 이 기간에는 구운 햄(baked ham)으로 짝꿍을 맞추는 것이 프랑스의 일반적 풍습이다.
샤블리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석쇠에 구운 송어(trout)나 가자미류를 들기도 한다. 1등 품계인 샤블리 그랑 크뤼의 경우 거위의 간과 랩스터·닭고기·생선 등을 제격으로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