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없는 뇌에서 나오는 거짓말의 신비
김선주 칼럼
가톨릭 일꾼/2025년 1월 20일 기사
식물들도 거짓말을 합니다. 한 예로 ‘파리지옥’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달콤한 향이나 즙을 분비하여 곤충을 유인하고 파리나 거미, 나비가 냄새를 따라 찾아오면 조개껍데기 같은 잎을 오므려 가두어놓고 서서히 소화시킵니다. 파리지옥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분비하는 달콤한 향이나 즙은 사람에게도 있습니다. 자기를 아름답게 포장하거나 과시하여 누군가에게 호감을 사서 유리한 관계를 맺어 이익을 취하는 방법입니다. 화장술은 그러한 자연 법칙의 한 유형입니다. 김건희 씨의 성형 미용도, Yuji 논문도, 검사 남편도, 거짓말의 원시적 화장술입니다.
사람에겐 식물이나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고도의 화장술이 있습니다. ‘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은 고도의 지적인 화장술입니다.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속임수를 넘어 지적으로 고도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인간 지성이 만들어낸 속임수입니다. 그래서 조너선 스위프트는 인간 이성에 대해 ‘거짓말을 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장치’라고 말합니다. 인간에게만 부여된 고도의 정신 능력으로 차원 높은 언어의 기술을 구사하여 타자를 속이거나 제압하는 기술이 거짓말입니다.
그런데 인간 사회에서 거짓말의 기술이 특화되어 그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변호사들입니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진실을 밝혀 자신의 의뢰인을 보호하는 데 변론술을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공격과 방어가 이어지는데, 다 말로 하는 공방전입니다. 말싸움입니다. 그 말은 정신의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논리입니다. 이 때 말의 논리는 사람의 건강한 정신과 상식에 바탕한 것이라는 의미로 ‘합리적’이라고 합니다. 말싸움을 하는 고발자와 변론자는 먼저 피의자의 행위 사실을 확인하고 그 행위에 대해 규정하는 법조문에 근거하여 판단하도록 재판관에게 요청합니다.
KNN NEWS 동영상 갈무리
그런데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서 한 변론에는 피의자의 행위에 대한 사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냥 거짓말이 아니라 뻔뻔한 거짓말입니다. “국민들이 다 TV를 보는 시간에 계엄 선포한 것은 국회의원들에게 빨리 국회 들어가서 계엄을 해제 의결하라는 것이었다.”, “특공대가 국회에 침입하여 유리창을 깨고 들어간 것은 흥분한 군중의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국회 해산을 명한 계엄포고령 1호는 김용현 국방장관이 과거 예문을 그대로 베껴오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다.”는 것들은 생각의 논리를 파괴하는 거짓말입니다.
뻔뻔하다는 말은 반반하다에서 왔습니다. 바닥이나 표면이 울퉁불퉁하지 않고 편편하다는 것입니다. 반반하다, 번번하다, 뻔뻔하다는 편편하다가 변용된 말들입니다. 편편한 것이 쓸모 있고 예쁘다는 의미에서 뻔뻔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형된 것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눈과 코와 입과 귀가 입체적인 조형을 이룹니다. 그런데 냄비 바닥처럼 편편해지면 상(像)이 없는 얼굴이 됩니다. 관상(觀象)을 본다고 할 때, 그 사람의 조형적인 얼굴을 보고 내적 인간을 읽는다는 뜻입니다. 관상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과 살아온 내력, 인격과 인간됨을 총체적으로 읽어내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상이 없는 얼굴이라면 그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잃고, 편편한 생각으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뻔뻔한 사람이고 그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입니다. 타자와의 인격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생각의 굴곡(다양성, 종합) 없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 생각을 편편하게 하며 살아온 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거짓말은 뻔뻔합니다.
구약성서 전도서 8장 1절에서 코헬렛은 이렇게 말합니다. “누가 지혜자와 같으며 누가 사물의 이치를 아는 자이냐. 사람의 지혜는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나게 하나니 그의 얼굴의 사나운 것이 변하느니라.” 여기서 ‘이치(理致)’라는 말은 사물의 원리와 말의 조리(條理)를 뜻합니다. 말이나 일이 앞뒤가 들어맞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사람, 조리 없이 말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뻔뻔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뻔뻔하다’는 거짓말하는 사람의 심리와 그의 관상에 대한 형용사입니다. 그들의 관상에서 썩은 생선 냄새가 나는 것은 지성이 썩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헬렛은 사물의 이치와 말의 논리가 파괴된 폐허의 관상(얼굴)을 '사납다'고 말합니다. 사나운 얼굴이 변하여 광채가 나기 위해서는 논리를 바로 세우고 이치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똑바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말하라는 뜻입니다. 사물의 이치를 따져 생각하지 못하는 자들이 서울 법대를 나와서 고액의 연봉과 수임료를 받고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는 것은 뻔뻔함의 극치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뻔뻔한 것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비호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자기들만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니 어떤 주장도 다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뇌는 주름 없이 편편합니다. 생각이 편편해지면 편리하게 생각하고 편리하게 말을 내뱉게 됩니다. 뻔뻔함이 신의 경지에 이른 것입니다.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생각 없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신비감까지 느낍니다. 보수적인 대형교회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은혜와 감동은 이런 신비감이 일으키는 착시입니다. 착시를 은혜로 느끼는 것입니다. 이들 역시 뇌가 주름 없이 편편하기 때문입니다.
김선주 목사
<한국교회의 일곱 가지 죄악>, <우리들의 작은 천국>, <목사 사용설명서>를 짓고, 시집 <할딱고개 산적뎐>, 단편소설 <코가 길어지는 여자>를 썼다. 전에 물한계곡교회에서 일하고, 지금은 대전에서 길위의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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